MBC 기자들 "신경민 교체 철회해야…9일 제작 거부 돌입"

8일 기자총회서 압도적 가결…전영배 보도국장 '불신임'

문화방송(MBC) 기자회(회장 최혁재)가 MBC 경영진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 기자회는 8일 오후 8시 30분부터 기자총회를 열어 9일 12시까지 경영진이 앵커 교체를 전면 백지화 하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9일 12시까지 '신경민 교체' 철회 않으면 제작거부 돌입"

MBC 기자회는 이날 자정이 넘도록 진행한 기자총회에서 '경영진이 9일 오전 중으로 신경민 앵커 교체안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는 방안을 두고 투표를 벌여 가결시켰다.

▲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 ⓒ뉴시스

이들은 보도본부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26기 이하 기자 133명(해외 유학, 출장 등 10명 제외)에게 투표와 전화 등으로 의견을 취합했으며 결과 73.4%에 해당하는 9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24명(18%)이었으며 기권은 10명(7.5%)이었다. 이날 여론조사는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MBC 기자회는 9일 새벽까지 영상취재 기자들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MBC 기자회는 9일 오전 9시 전영배 보도국장에게 제작거부에 관한 기자회 의견 취합 결과를 전달하고 사내 게시판에 여론조사 결과를 올려 이날 정오까지 경영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만약 경영진이 12시까지 신경민 앵커 교체 방안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MBC 기자회는 제작 거부에 돌입하게 된다.

기자회는 현재 취재까지 거부하고 회사에서 농성을 벌일 것인가, 보도와 제작만 거부할 것인가 등 제작 거부의 수위를 두고 논의 중이다.

"'말바꾼' 전영배 보도국장, 사실상 불신임 투표"

MBC 기자회의 이러한 전면적인 대응은 전영배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이 강하게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27일 정책발표회에서 "앵커 교체에 대한 구성원 의견이 어떤 것인지 알고 노조와 기자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 강행하는 일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전영배 보도국장이 지난 7일 부장단 회의에서 "그때 말을 번복하게 됐다. 내 직을 걸고 강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데 대한 반발이다.

MBC의 한 기자는 "원래는 앵커 교체 움직임이 있을 경우 성명을 내고 연판장을 돌리고 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제작 거부를 할 계획이었으나 전영배 국장이 열흘 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그러한 절차를 밟을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보도국장의 공정방송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제작 거부 자체가 국장에 대한 불신임을 내포하고 있다. 국장은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MBC 차장단 기자들 "후배들 지지하고 앵커 교체 반대한다"

실제로 MBC 보도본부에서는 기수별로도 앵커 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MBC 기자회가 '신경민 앵커 교체건'을 두고 1996년 이후 입사한 기자 108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1%인 98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8일에는 25기부터 29기에 해당하는 보도본부내 차장단 기자 29명이 실명으로 "앵커교체에 반대하고 후배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우리는 신경민이라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앵커 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MBC 뉴스를 지키기 위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이같은 충정을 무시하고 회사가 앵커 교체를 강행할 경우 이후에 벌어질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엄기영 사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