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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PSI 참여하면 최근 대통령 발언 모조리 물거품"

[정세현의 정세토크]<20> MB정부, 냉각기 이후를 대비해야

북한이 5일 발사한 로켓이 일단 북한의 말대로 인공위성인 것 같은데, 궤도 진입 성공 여부를 떠나서 로켓 기술이란 게 얼마든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며칠 동안 조용하진 않을 겁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으니까.

우선 당장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도 반대할 처지는 아니니까 안보리가 소집되겠죠.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 현지시간으로는 일요일 오후가 될 텐데, 그렇지만 안보리에서 일본의 아소 다로 내각이 바라는 수준의 그런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중국과 러시아가 발사체는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제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내놨으니까요.

거기다가 미국도 제재라는 용어를 안 쓰고 있어요. 런던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 결의안'이란 단어를 썼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지만, 백악관 쪽 발표문에는 국제사회가 'Unified Response', 즉 보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식으로만 발표했단 말예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화 과정에서 제재나 결의안이란 말로 번역되는 표현을 썼을 수는 있어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해한다고 반응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적인 대화에서 '이해한다'고 하는 건 각자 한 얘기를 그냥 잘 들었다고 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중요한 건 언제든지 발표된 공식 문건입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국제사회가 보조를 맞춰 대응해야 된다는 정도로 얘기한 걸 봐서는 미국도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AP 통신을 보니까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영국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결국 기껏해야 의장성명이나 언론발표문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로켓 기술의 군사적 전용은 안 된다' 정도의 경고는 담길 겁니다.

거기에서 1718호가 언급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걸 두고 제재의 뜻이 담긴 거라고 해석할지도 모르겠는데...1718호가 나왔을 때도 보름도 안 돼서 북미가 양자접촉을 했어요. 그러니까 1718호가 언급돼도 별로 의미가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회의 장면 ⓒ연합뉴스

궤도 진입 여부보다 사거리가 핵심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4일 로켓이 발사도 되기 전에 올렸다가 삭제한 기사를 보면 북한의 속내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어요.

"로케트 개발 과정에 탄생한 첨단기술의 민수이전, 위성발사의 상업화와 로케트 기술의 수출 등 일련의 경제적 효과를 상정할 수 있다"는 대목 말입니다.

이미 그런 선례가 있죠.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발사 후에 1999년 9월 북미 양자접촉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이 있었어요. 그 내용은 2000년 조미(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도 재확인됐죠. 그때 보면...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지 않는 대가로 3년 동안 약 10억 불 상당의 식량을 지원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도됐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가 그런 거래 성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선신보>가 '상업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 것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일종의 복선을 깔아 놓은 겁니다. 그러니 미국도 빨리 북한을 양자협상이나 6자회담 같은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할 겁니다.

왜 그런가하면...일본의 발표를 보면 2단계 로켓 추진체가 일본의 동쪽 끝에서 기산해서 태평양 쪽으로 2000km 이상 날아간 걸로 돼있는데, 그렇다면 무수단리를 기점으로 3000km 이상 날아 간 겁니다.

98년 대포동 1호가 1620km 날아가다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궤도 진입에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서둘러 양자접촉을 해서 경제 지원을 해주는 협상을 했는데, 그 때보다 거리가 두 배 이상 된다면 미국으로선 협상을 서둘러야죠.

미군에서는 이번 위성도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했는데, 궤도 진입 여부는 문제가 안 됩니다. 얼마나 날아가느냐, 그 거리가 중요한 거죠.

더구나 중동 문제나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탈레반 같은 데에 북한의 기술이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북미 냉각기를 최소화시키고...물론 냉각기는 필요할 거예요. 장거리 로켓을 쐈는데 막바로 양자회담을 할 수도 없고,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맹국들의 체면이 있으니까.

그러나 미국은 그 기간을 최소화시키고 과거에 했던 것처럼 비공개 양자접촉을 시작해 문제를 풀려고 할 겁니다.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말을 소리 높여 외쳤던 조지 부시 전 행정부도 북한이 저런 초강수를 두니까 곧바로 비공개 접촉을 해서 거래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 또는 당선 후에 '부시의 잘못된 대북 강경 노선이 북핵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속적으로 말해 온 오바마 대통령 자신과 참모들의 입장에서는 이걸 빨리 수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평양 다녀온 사람들 '북측도 대통령 최근 발언 긍정 평가'

그러면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젭니다. 로켓을 발사하면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여 한다는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국회 답변이 있었는데, 막상 로켓 발사 직후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에 대한 발표문에는 PSI 얘기가 일단 빠져 있었어요.

그건 어떻게 보면 우리 정부가 조금...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예견해가면서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도 미사일 발사 이전 시점에 이미 로켓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말했고, 영국에서 있었던 외신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받을 준비가 돼있으면 특사를 보낸다고 했는데, 정부가 강경보다는 조금은 유연한 쪽으로 선회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4월 1일 평양에 갔다가 4일 돌아온 시민단체 대표들이 있는데 오늘(5일) 오후에 나하고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로켓 발사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 북쪽 사람들이 '좋은 얘기다. 이제야 제대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성이다. 좋은 얘기 해놓고 또 뒤집는 얘기가 안 나와야 한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북한과 관련한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언급에 대해서 지난번 정세토크에서 '형명참동(形名參同)이란 개념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어쨌건 PSI 참여가 NSC 회의 결과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고, 특사 파견도 북한을 가능한 한 유연하게 상대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봐서 다행이라고 봅니다.

그건 정부가 미국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의중을 읽어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바마 인수위에서 정보기관 인수분야 팀장을 역임한 아서 브라운 전 CIA 동아시아지부장이 얼마 전에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관계에서 한국이 앞장서 가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을 떼 놓고 가버릴 거라고 말을 했는데...솔직히 말해서 그건 기분 나쁜 얘기예요. 매우 기분 나뿐 얘기라고.

그리고 그런 얘기가 나온 연후에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참 모양새가 안 좋았지만...어쨌든 한반도 상황이 험악하게 풀리지 않고 좀 안정적으로,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는 쪽으로 풀려가는 자극제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그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 된다고 봐요.

개성공단도 현대아산 직원이 지금 조사를 받고는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계속, 적어도 우리 정부 입장에선 개성공단을 대북 압박수단으로 삼을 생각 없다는 얘길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메시지가 나갈 필요가 있어요. 참모들은 뒤집지 말고. 그 왜 그러는지 참모들이 자꾸 딴 소리를 하는데, 대통령이 그걸 가만 놔두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전화로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으니까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여기 얘기 다르고 저기 얘기 다르고. 자꾸 지하벙커만 들어가면 뭐합니까.

요컨대,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는 처음부터 북한이 IMO(국제해사기구)나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방향과 궤도까지 통보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허락을 받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도 저렇게 나가는 거고. 그렇게 하면 우리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고, 냉각기 후에 미국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준비를 하면 됩니다.

미국은 냉각기를 거쳐서 6자회담을 먼저 열어야 한다고 할 거고 북한은 자꾸 6자회담과 양자협상을 떼 내려고 할 거예요. 군축협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하고...그렇게 6자회담의 틀 밖에서 하고 싶어 하겠지만 오바마는 6자 틀을 유지시키려 할 거고...그런 문제 때문에 옥신각신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격앙된 분위기나 제재 논의 등은 머잖아 식을 겁니다.

PSI 참여가 바로 '일희일비'

거듭, 정말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PSI 같은 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PSI에 전면 참여한다고 하면 대통령이 최근 며칠간 했던 모든 얘기들은 다 무효가 됩니다. 특사파견론, 군사대응 반대론, 개성공단 유지론, 이런 거 다 물거품이 돼요.

로켓을 쐈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없다고 하면서 PSI를 검토하거나 전면 참여한다는 건 백해무익한 얘기가 됩니다. 만약 정말 그쪽으로 가고, 북한이 진짜로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위협을 가해오거나 할 경우 한반도 상황은 더 나빠지지 좋아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 제발 부처간에 혼선 좀 일으키지 말고 조율된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고, 특히 대통령이 그냥 별 생각 없이 불쑥불쑥 얘기 던지지 않았을 텐데, 그 얘기대로만 하면 상황 악화는 막을 수 있지 않겠나...

북한의 행동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아이고...로켓 발사가 일박하니 대통령이 회의 소집하고 각 부처가 태스크포스 만들고...그게 일희일비지...또 단호하게 하겠다면서 또 유연하게 하겠다고 하고...요즘 말들을 너무 아무렇게나 하는 것 같아요. 어느 게 본심인지 모르겠어요. 무슨 고도의 교란전술인가?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삼국지연의에 보면 말예요. 무슨 일만 생기면 장비는 불끈불끈 하고 금방이라도 쳐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가만 보면 결국 그게 채택이 안 돼요. 제갈공명이 쭉 쳐다보면서,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일을 수습하죠.

그러면서 별로 세력도 없는 촉(蜀)나라의 국력이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데, 요즘 보면 우리나라를 보면 몇 수를 내다보는 제갈공명은 별로 없고 장비들만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정치권엔.

로켓을 쏘니까 한나라당도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논평을 냈던데 어디서 제재를 한다는 겁니까? 유엔 안보리에서도 제재 결의안 채택...잘 안될 겁니다. 근데 무슨 제재가 따른다는 거죠? 강한 단어만 붙여 놓으면 되나요?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거 아닙니까?

* '정세토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석좌교수)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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