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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권 눈치보기'로 수신료 인상? 성공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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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 '정권 눈치보기'로 수신료 인상? 성공율 '0%'

[2009 위기의 KBS 해부]<8>수신료 인상의 딜레마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근간이 수신료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단순한 운영재원 이상의 상징성이 담겨있다. 수신료의 비중이 얼마인가를 떠나서 수신료가 재원에 포함되어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영방송은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계 전문가나 방송관계자는 물론, 정치권에서 조차 이구동성으로 KBS 수신료 인상엔 원칙적으로 찬성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수신료를 실제로 부담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은 좀 달라 보인다. 심지어 2007년 KBS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시청자들은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왜 시청자들은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일까?

왜 학계 전문가나 방송인 정치권과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 이러한 인식차가 생긴 것일까? 실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주체인 시청자들이 수신료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수신료 인상의 혜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가 시청자들에게 썩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시청자의 마음속에 아직 남아 있는 실제 수신료 인상으로 혜택을 입는 것은 시청자가 아니라 정치권과 KBS 직원들뿐이라는 강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를 실시한 이후 수신료 징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확실히 희미해졌다. 아파트의 관리비 영수증의 경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수신료를 내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넘어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최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현행 택시기본요금을 1,9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하는 건의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인상을 요구한 택시기본요금 2,500원이 정확히 KBS 1달 수신료다. 사회적 통념상 KBS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2,500원인 셈이다.

그러나 KBS는 일관되게 한 달 2,500원의 수신료로는 KBS가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 주장한다. 많게는 5,000원에서 4,000원까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KBS의 수신료는 인상 될 듯 될 듯 애간장만 녹인 채 28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점이다.

▲ KBS 홈페이지의 '수신료' 홍보페이지. ⓒKBS

KBS의 수신료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진보와 보수의 구도로 나뉜 정치적 구도가 있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적 정권의 집권 시에는 보수적 성향의 야당이 반대를 했고, 보수적 정권이 탄생하면 이젠 진보적 색체의 야당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촌극이 되풀이 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KBS가 추진했던 수신료 인상을 가로막았던 것이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였다면, 이제는 반대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역할이 바뀐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이 앞장서서 KBS 수신료 인상을 공공연히 반대한다.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논란을 보면 마치 같은 시나리오로 출연자만 교체된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KBS 수신료 문제만큼은 수시로 찬반의 입장이 뒤바뀌는 사안도 흔치 않을 것이다.

또한, 국민적 부담의 가중이라는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은 국내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초래한 국내 경기의 불황으로 아무리 권력의지가 있더라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점도 수신료 인상의 걸림돌이다.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의 대가로 원하는 것은?

벌써 20년이 넘게 TV수신료는 2,5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KBS의 수신료 인상은 가장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에 이루어졌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 공영방송에 관한 법을 제정해 전체 재원의 80%를 수신료로 충당할 수 있도록 5,000원으로 단계적인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이 수신료 인상은 추진했다는 점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그 내면을 잘 살펴보면 문제는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먼저 여기에는 수신료라는 달콤한 유혹의 대가로 KBS가 공영방송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나아가 만약 정권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을 실제로 성사시켜주기라도 한다면 KBS에 대한 정권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KBS로서도 30년 가까운 숙원사업을 해결시켜준 정권에게 보은은 못할망정 서슬 퍼런 비판의 날을 세우기는 힘들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더욱이 정치권은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다. 과연 이 시점에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을 해준 대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KBS는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낙하산 사장을 잘 받아들여준 대가로 안겨주기에는 수신료 인상은 너무 과한 선물이다. '선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방송의 공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는 주장 역시 한나라당이 내놓을 답으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미디어관련 정책은 일관되게 시장주의에 기초한 사적 영역의 미디어의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KBS 수신료 인상의 대가로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것은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이다. 노무현 정권 역시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면 역시 동일한 것을 원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KBS, 번번히 실패해온 '정권 눈치보기' 전략

KBS는 수신료 인상과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맞바꾸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지 수신료를 인상만하면 통합징수 시스템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수신료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얄팍한 수에 시청자들이 넘어온다고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오산이다.

KBS는 수신료 문제를 푸는 가장 우선순위를 정치권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신료 인상을 위한 KBS의 정치권에 대한 눈치 보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항상 먼저 정권 또는 정치권과 교감을 형성한 뒤 최소한 무언의 확답이나 확신이 서야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시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을 위한 KBS의 눈물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항상 신통치 않았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정권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더 이상 정치권과의 교감이 수신료 인상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모험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수신료 인상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제 KBS는 분명히 알아야한다.

KBS 수신료 인상, 진정 원한다면

수신료 인상의 선결과제는 KBS 수신료의 부담 주체인 시청자들이 수신료 인상을 용납할 수 있을 혜택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KBS의 속내를 모를 만큼 시청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진정 원한다면 정치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바라봐야 한다. KBS 수신료 인상의 핵심은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한편, 시청자들에게 남겨진 시간도 꼭 많지만은 않다. 시청자들도 KBS의 수신료 인상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상업적 서비스의 확대를 더욱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이제 양자택일을 해야 할 기로에 놓여있다. 어쩌면 수신료 인상은 시기와 방법의 문제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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