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찰은 △부적격 경찰관 재교육 및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영구 퇴출 △비리 내사 전담 조직 신설 등의 비리 대책을 발표하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경찰청장 자신은 '성 접대'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나도 공보관 하면서 (성)접대 많이 했다…재수 없으면 걸린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희락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 관련 브리핑이 끝난 직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마포경찰서가 적발한 청와대 행정관의 성매매 문제를 놓고 "성매매 문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청장은 "기자들 여기서도 조심해야 한다. 재수 없으면 걸린다"면서 "그렇게 치면 나도 여기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공보관 끝나고 미국에 연수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세게 한 번 사라고 해서 기자들 데리고 2차를 가는데, 모텔에서 기자들 열쇠 나눠주면서 '내가 참, 이 나이에 이런 거 하게 생겼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말했다.
강 청장과 기자들의 간담회를 지켜보던 이철성 홍보담당관이 끼어들어 "요새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수습하자 "아무튼 여기서도 그런 거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이야기다. 성매매는 정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이어서 '청와대 성매매 관련해서 마포경찰서에서 사실 확인을 회피해 오보가 많이 나갔다'고 항의하자 강 청장은 "그런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별로)' (기자들이) 판단해야지 일괄적으로 어떻게 하기 힘들지 않느냐"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기자들이 "그래도 이름까지 특정해서 확인하려는데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웃음으로 무마했다.
▲ 강희락 경찰청장. ⓒ뉴시스 |
강 청장은 또 최근 '용두사미' 수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 수사를 놓고도 "이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혐의 입증도 어렵다"면서 성 접대 의혹 수사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아닌 사람은 아니라고 풀어줘야 한다.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은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일부 언론사 관계자 등에 제기되는 의혹에는 강력하게 대처할 의지임을 밝혔다.
"분명 문제 있는 발언이었다"…경찰 "그런 말 안했다" 발뺌
이날 강희락 청장의 발언을 들은 경찰청 출입 기자들은 자체적으로 강 청장의 문제 발언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강 청장의 발언 가운데 "경찰관이 근무복 입고 강도짓한 일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잘못된 소수의 경찰관 때문에 경찰 전체가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 "잘못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줘야 한다" 등의 발언은 기사화가 된 상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분명히 치안 총수로서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는데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봐주자'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없었던 일'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제기하는 기자도 있었지만 결국 '농담'으로 간주하기로 했다"며 "당시 현장에 남자 기자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청 측은 "이런 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윤명석 경찰청 홍보실 계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공보관 때' 운운하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며 "'장자연 리스트' 이야기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이야기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사실을 기사화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기자도 경찰청의 이같은 해명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출입 기자들이 '오프(비보도)'로 간주한 것은 '없던 일로 하기로 한 것'이니 경찰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 "현장에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간담회 장소에서 나온 발언이긴 했지만 분위기를 볼 때 공식 발언은 아니었다"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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