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수단리 미사일이 '거대한 깡통'일지 모르는 까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수단리 미사일이 '거대한 깡통'일지 모르는 까닭

[독자기고] 국면 전환, 아직도 늦지 않았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니,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같은 결과를 이미 만들어 냈다.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 하고 발사 이후의 대응 방안에 대해 분주히 논의하고 있다.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UN 안보리 결의안 1718호 위반임을 들어 안보리 회부를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 안전보장회의 결정으로 미사일 파괴 명령을 발동한 상태이다. 한국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 경고하며 안보리 회부와 함께 PSI(대량살상무리 확산방지구상) 정식 참여를 대응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모두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그날에 모든 준비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왜 아무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아니 발사를 원치 않는다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보지 못한 한반도 퍼즐을 재구성 해 보자.

미사일(인공위성) 발사 통해 뭘 원하나?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많은 북한 및 안보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되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회담에 앞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북핵 불능화 프로세스를 이행할 6자회담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이다.

둘째, 제12기 최고인민회의의 출범에 따른 강성대국 건설을 모토로 한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범을 자축함과 동시에 경제위기로 이완되었던 사회 통제체제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셋째, 대남정책의 일환으로 휴전선 부근의 안보 위험을 고조시킴으로써 무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고립시키고,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로 정리된다.

여기에 필자가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느슨한 연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6자회담 참가국을 분열시킴으로써 북한에 적대적인 일본과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무대 위 북한과 공연 기다리는 국제사회, 예전과 다른 점은?

북한은 앞서 나열한 전략적 목표 속에 지난 2월 24일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케트 은하 2호로 쏘아올리기 위한 준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북한은 한발 더 나아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설치된 발사대를 '공개'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11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미사일 발사가 4월 4일~8일 사이에 이루어질 것을 알리고, 낙하 위험지역을 통보하기에 이른다.

지난 두 차례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2006년 핵 실험 또한 하루 전에 통보된 과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북한의 공개적이고 착실한 준비속에 국제사회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위성발사와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 또한 지난 3월 10일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 국장이 상원 군사위 청문회를 통해 "북한이 우주발사(space launch)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믿으려 한다"고 말하며 미사일 발사 이후의 협상을 준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가, 25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사일 발사를 '도발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UN 안보리결의(1718호) 위반 행위로 이 문제를 UN에서 제기할 것임을 밝히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 각국의 언론이 가세하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 행사'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군사위성이 어떻게 이를 추적하고, 만약 로켓 추진체가 일본에 떨어질 경우 요격미사일 SM3를 발사하는 시뮬레이션을 선보이며 다가올 공해상의 군사 대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언론을 중심으로 과연 북한이 발사한 추진체가 어디까지 날아갈 것인지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로 과연 미국의 본토를 사정거리(약 1만5000km)에 둘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퍼즐 맞추기 1 : 미사일 발사 이전에 목표를 달성한 북한

결과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앞서 제기한 전략적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를 외교적 우선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미사일 발사가 가져올 미국의 정치적 부담을 현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확실한 대미 압박카드를 내보였다.

두 번째로, 남북간 군사통신 차단과 함께 미사일 발사를 진행함으로써 안보 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세 번째로,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대내 선전과 함께 진행된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은 북한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와 후계 문제까지 거론되며 흔들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 통제능력의 회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6자회담국간 균열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며칠사이 한미일 삼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출범한지 얼마 안되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부담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발사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도 요원해 보인다.

퍼즐 맞추기 2 : 실패 부담을 안은 북한, 커져버린 무대가 두렵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전략적 목표를 상당부분 성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 북한의 '벼랑 끝 딜레마'가 시작된다.

북한은 국제협상의 과정에서 자신의 협상 카드를 도발적으로 제시한 후, 협상을 극단적 충돌 혹은 협상 파기의 극한까지 몰고 가며 결과적으로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 소위 '벼랑 끝 전술'을 종종 구사해 왔다.

실상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고자하는 목표는 단지 로켓발사 기술의 증명만이 아니다. 극단적 군사 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고 실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보를 얻어낼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북한이 원하는 손을 내밀기는커녕 미사일이 얼마나 날아갈지 궁금해 하며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 스스로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을 경우 감당해야 할 엄청난 부담이다. 미사일을 쏘지도 않고 달성한 전략적 목표는 사라질 것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2차 핵실험과 같은 더욱 극단적 상황을 조성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에 대한 믿기 어려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며 이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만 분주하다.

그러나 사실 북한의 로켓발사 기술을 맹신하기에 우리가 가진 '팩트'는 너무도 빈약하다. 최소한 북한은 가장 최근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실패했다. 지난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은 상태로 약 490km를 비행한 후 추락하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당시 발사한 미사일은 1998년 8월 발사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연정하려는 목적으로 발사되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뿐만 아니라 북한 미사일 발사 기술의 출처가 어디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명확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켓 발사 기술의 어려움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은 지난 1998년 2월 3600만 달러를 투입해 H-2 로켓을 발사했으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로켓 발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가 2001년 8월에 이르러 H2A로켓 1호기 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하게 된다. 기술 강국 일본이 로켓 발사 기술을 획득하는 데 엄청난 투자와 지난한 세월을 기다렸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면 전환의 창은 지금 열려 있다

최근 우리 정부 내에서뿐만 아니라 진보적 담론가들 조차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국면전환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필자가 맞춰본 퍼즐을 보았을 때 오판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우리는 지난 10년간 대북 포용정책을 기반으로 독특한 북한의 정치체제, 그리고 협상전략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대응방안은 모색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러한 분석은 무뎌졌고 우리의 입장에서 북한의 행동을 바라보는 과거의 시각이 되살아 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국면 전환의 창은 지금 열려 있다. 북한은 실패의 무거운 부담속에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초조히 지켜보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북한 또한 전략적 인식의 오류를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그랬듯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자신을 벼랑 끝에서 구해주어야 하는데,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미국 또한 정부 출범 이후 맞이하게 된 북한의 도발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적국과의 적극적 대화를 선언한데다, 러시아와 중국의 미온적 반응이 분명한 상황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북한을 응징해야하는 어려움에 빠져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안보 위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이 잔존해 있기는 하나, 국민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고 대화의 테이블을 다시 만들어 상생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의 국면은 바로 지금 열려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공포한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미사일 발사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너무나 과도한 상상일까?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웅장한 모습으로 발사대에 서 있는 로켓이 실은 거대한 깡통일 수 있다는 상상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