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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지금은 '북한책임론'에 웃지만…

[한반도 브리핑] 과도한 北, 무책임한 南

한반도 긴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 동안 군사분계선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었고, 개성공단 출입도 차단과 재개가 반복되었다. 개성공단의 정상적 활동이 위협받는다는 현실 자체가 한반도 긴장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미 북방한계선(NLL) 무효를 선언한 북한이 서해상에서 군사적 태세를 강화한 지는 오래된 일이다. 미국의 식량지원까지 거부한 북한은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을 체포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근 조치들, 당당하지 못하고 과도했다

최근 북한의 대응은 전례 없이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다. 강경한 입장에서도 그나마 일관된 논리와 정치적 명분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북한 태도였음을 감안하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조치는 통상의 수준을 넘는 과도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한미 합동 훈련을 겨냥한 민항기 운행 위협은 사실 전례가 드문 조치였다. 민항기의 정상적 운항에 대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 정치군사적 긴장 고조를 이유로 대남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북한의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멀쩡히 다니던 길을 놔두고 남측의 민항기들은 항로를 바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개성공단 출입경 제한 조치 역시 상궤를 벗어나긴 마찬가지였다. 키 리졸브 훈련을 이유로 남북의 군사 관리구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군 통신선을 차단한다는 방침은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북한식의 대응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후 개성공단 통행의 차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조치는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민간의 경협 영역에까지 확대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통행 차단과 재개를 마치 장난치듯 하는 모습은 어떤 이유로도 점잖지 못했다.

더욱이 모든 대남 조치에 대해 북한식의 논리와 명분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던 경험에 비춰 봐도 이번 출입경 제한 조치는 아무런 설명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한미 합동 훈련으로 군사분계선 통행이 예전과 같이 정상적일 수 없으니 훈련 기간 동안은 불가불 개성공단 입출경이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오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법하다.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부터) ⓒ연합뉴스

웃으며 기다리는 이명박 정부

이 같은 북한의 과도한 조치들이 어떤 이유에서 나왔는지를 따지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북측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의 변화까지 거론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해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강경 조치로 인해 남측의 대북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에서는 잘 했다는 답변보다 잘 못 했다는 답변이 더 높게 나옴에도 불구하고, 지금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측보다 북측의 책임이 크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인식될 정도이다.

지난 1년여의 남북관계 진행 과정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다 기억할 수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최근 북한의 강경 조치들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에 쉽게 도달하게 된다. 관계라는 것이 본시 상호적이므로 북한의 강경 조치가 사실은 오랜 동안의 남측 태도에도 일정 부분 기인하고 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서해상에서 대결 태세 운운하고 비행기 운항을 위협하고 개성공단을 못 가게 막아대는 북한의 최근 태도들은 지금 남북관계 악화의 주요인이 북한 측에 있음을 짐작케 하는 파노라마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의 긴장 고조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 책임론을 내세우며 당사자로서의 사태 해결보다는 상황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다양한 대남 압박 조치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기다림'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국가 원로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단기적 처방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며 원칙 고수의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른바 '흔들리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의연한 입장은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이 오히려 북쪽에 있음을 널리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와 잇따른 북한의 실책(?)을 업고 북한의 압박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지금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론에서 이명박 정부를 벗어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의 위협 조치에 대해서도 순순히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세적 강경 입장의 북한과 수세적 방어 입장의 한국이 극명히 대비되는 형국이기도 하다.

민항기를 위협하면 신속하게 그 항로를 포기하고 비행기를 우회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부담 증대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고, 개성공단 입출경을 막으면 순순히 기다리는 모습과 함께 군사분계선이 다시 열리길 희망한다는 모습으로 일관함으로써 북측의 지나침을 역으로 체감케 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최근의 긴장 고조를 북이 주도하고 있고 그것도 과거와 달리 과도한 측면을 보이고 있음을 최대한 활용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강경한 입장들이 나올 때마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정당성이 그만큼 확인된다는 여권 일부의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갈수록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의 현실이 오히려 북한 책임론을 키우고 그만큼 더 이명박 정부의 기다림의 전략이 정당화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MB 정부, 외교안보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나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한가롭게 책임 공방에 머물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다.

한미 합동 훈련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군사적 긴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예고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고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요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로켓을 쏘아 올릴 경우 그것이 미사일이든 위성이든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해 다각도의 제재 수단을 강구하는가 하면, 논란에도 불구하고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남한과의 전면 대결을 선언한 북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남한, 북한의 로켓발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평화적인 우주 이용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 사이에 상호 접점을 찾기보다는 대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긴장과 대결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엄중한 현실에서 누구 탓이 더 큰가를 따지는 공방은 매우 소모적이고 사치스럽다. 지금껏 남북관계 경색의 일정한 책임을 져야 했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의 긴장 상황이 자신의 책임론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오히려 대결 국면을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북한만큼이나 당당하지 못하다.

계속되는 긴장 고조 상황에서도 이를 해소하거나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 대신, 그걸 이용해 북한 책임론을 강조하고 기다림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다면 외교안보 문제를 국내정치에 악용한다는 혹독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13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 중앙청사 별관 외교통상부에서 위성락(왼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재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안보책임론 휩싸일 것

따라서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도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북 제재나 압박 수단을 준비하고 거론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다.

로켓 발사로 인해 북미 대결이 고조되고 한반도 긴장 상태가 더 악화된다면 어떻게든 이를 막고 저지해야 할 일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려는 이유를 정확히 분석타산한 데 기초해서 북미간 협상의 여지를 마련하고 대화를 통해 로켓 발사를 막으려는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이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 결의에 따라 제재 리스트 작성을 주도한다거나, 1718호 결의 외에 경고 수준의 또 다른 유엔 결의를 추진한다거나, 그동안 미뤄왔던 PSI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등이 이명박 정부의 대응책이라면 사전적 예방이 아니라 사후적 조치에 불과하다.

로켓 발사 이후 나타날 한반도 긴장 고조를 또 다시 북한 책임론과 이명박 정부 반사이익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발사 이전에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원하는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상황 악화에도 의연히 대처한다는 기다림의 전략을 걷어치우고 당장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의 남북관계 악화가 오히려 자신들의 대북정책을 정당화시킨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에 갇힌다면 언젠가는 남북관계 전면 파탄의 정치적 책임으로 부메랑이 되어 이명박 정부에게 돌아올 것이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 때문에 한반도 긴장 고조를 활용하고 확대한다면 결국 제어할 수 없는 군사적 긴장 상태로 인해 이명박 정부 스스로 최악의 안보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남 탓만으로 내가 할 일을 미뤄서는 큰 코 다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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