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주총회에 우리사주 자격으로 참석한 YTN 사원들은 구본홍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부실경영 의혹, '학연 이사회' 구성 의혹 등을 캐물어 '구본홍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그간 조합원들의 항의와 비판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만 유지하거나 자리를 피했던 구본홍 사장도 이날은 각오한듯 조합원들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맞서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4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주주총회에는 YTN의 소액주주 이후용 씨가 참석해 주주총회 진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면전에 선 구 사장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지칭하며 "용퇴하라"고 자진사퇴를 권유해 조합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비상경영' 한다더니 회사 돈으로 호텔 다녔나"
이날 주총에서는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선임된 지난해 주주총회부터 논란이 됐다. 조합원들은 당시 사측이 용역직원을 고용해 우리사주들을 들어오게 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또 이날 용역직원 고용에 8000만원을 사용한 문제. 또 이 비용을 '회의비'로 계상해 회의비가 2007년에 비해 10배 가량 늘어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한 우리사주 조합원은 "작년 주총 때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출입을 막고 주주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대표이사는 지난 주주총회의 잘못에 사과하고 입장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구본홍 사장은 "지난 주총은 무법천지에서 이뤄져 회의가 원활이 이뤄지지 못해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반발했고 한 소액주주는 "몰랐소? 독재란 다 그런 거요"라고 외쳤다.
또 조합원들은 "비밀 집무실은 왜 만들었으며 그 공간을 놔두고 왜 2008년 7월부터 12월까지 호텔을 다니며 회사돈을 유용했느냐",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에도 회사 간부들과 호텔식당에서 기름진 음식과 술을 먹으며 회의해야 했느냐" 등을 따졌다. 이러한 질타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구 사장은 "가끔 도시락도 시켜먹고 그랬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 YTN 주주총회에 YTN 조합원들이 "회사형편 어렵다며 억대 연봉 왜 늘리나" 등의 피켓을 들고 들어왔다. ⓒ프레시안 |
소액주주 "세계적 망신거리 '낙하산' 구본홍 사퇴하라"
구 사장은 'YTN 사태'의 핵심을 이루는 '해정직자 문제' 해결과 노사관계 회복 등의 문제에서는 여전히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장준영 조합원은 "아직 YTN이 정상이아닌 것은 해정직자가 여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 사장은 이제 출근도 하고 있고 정상적으로 업무도 보고 있는데 왜 노사관계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YTN에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돌발영상> PD도 두명이나 해·정직 처분을 받아 제작을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해정직자 문제는 YTN의 경영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나 구 사장은 "주주총회장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했고 이에 분개한 소액주주 이후용 씨는 발언을 신청해 "YTN과 같은 방송사에 '낙하산'이 내려온 것은 세계적인 개망신"이라며 "구본홍 사장은 YTN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사장직에서 사퇴할 생각은 없나"라고 직공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환호하며 큰 박수를 보냈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구 사장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나는 주주총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라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구 사장은 이날 YTN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발행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두고 'YTN 민영화를 위한 초석 깔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적 소유구조가 YTN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며 "YTN의 구조가 유지되도록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소액주주가 '세계적 망신거리"라며 구본홍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자 조합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프레시안 |
▲ 사퇴를 촉구하는 소액주주를 바라보고 있는 구본홍 사장. ⓒ프레시안 |
"대주주들이 정권에 부역행위 하는 바람에 YTN 망가졌다"
이날 주주총회는 이사 선임의 건에 이르러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YTN은 구본홍 사장의 경남고·MBC 선배인 박소웅 전 마산 MBC 보도국장과 해병대전우회 경남연합 회장인 박종득 신방주건설 회장이 YTN 사외이사로, 배석규 전무와 김사모 전무가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특정고 출신 인맥이 이사회를 장악해도 되느냐. 지역도 TK 일색"이라며 "또 사외이사로 추천된 박종득 이사는 '신방주건설' 회장이고 '갈릴리' 여행사 대표, 해병대 전우회 부산지역 대표라는데 도대체 언론사 YTN에서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고 지적했고 조합원 사이에선 "기독교라서 그런 것이냐", "나도 해병대전우회다. 이사 시켜줘"라고 비꼬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조합원들은 그간 사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중간 간부들이 등기 이사로 선임되는데 강하게 반발했다. 조합원들은 "배석규 전무는 초창기 경영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고 김사모 상무는 방송중인 후배 기자, PD를 협박한 범인"이라며 "이들의 이사 선임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노 위원장은 "사측은 오늘 안건에 오른 이사 후보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여기서 결정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이사 선임 결정을 연기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 절차 등을 두고 1시간 가까이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YTN 주식의 73%를 갖고 있는 5대 대주주들이 거수 투표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결국 이사 선임안은 통과됐다.
이에 YTN 조합원들은 "이렇게 할 바엔 주주총회를 왜 여는가", "왜 주주총회를 요식행위로 몰고가는가", "대주주가 거수기인가"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 이사 선임에 동의한 대주주에 대해서도 "지난 주주총회때도 당신들이 정권에 부역행위를 하는 바람에 YTN이 망가졌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조합원들은 이러한 주주총회는볼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총회장을 떠났다.
▲ 이사 선임안이 결국 통과되자 YTN 조합원들이 주총장을 떠나고 있다. ⓒ프레시안 |
▲ YTN조합원들이 ' 구 OUT' ' 이란 글자를 만들고 있다. ⓒ프레시안 |
총회에서 나온 직후 조합원들은 총회가 열린 YTN 타워 앞에서 "구 씨 방송 구 씨 경영 10점 만점에 0점", "언론악법 사라저라 비비디바비디 '구'"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조합원들이 나란히 앉아 '구 OUT'이라는 글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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