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각 국 정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금융위기 해소에 필요한 충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공조하지 못하는 난맥상을 연출하자 이같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찌감치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에 대해 "첫 경제위기가 닥치면 유럽의 공조체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 유로존 가입국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자 배리 아이켄그린 같은 학자는 "유로화를 중심으로 유럽의 경제통합 강화, 나아가 정치적 통합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6일(현지시간) 'A Continent Adrift(표류하는 대륙)'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유럽의 통합적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주목된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달렸다"면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고 답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
크루그먼 교수는 이 칼럼에서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미국의 대응도 못마땅하지만, 유럽의 대응은 훨씬 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경제통합이 정치적 통합보다 너무 앞서 나갔다"
그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통합의 불균형으로 보았다. 유럽의 경제 및 통화의 통합이 정치적 통합보다 너무 앞서나갔다는 것이다.
칼럼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많은 주들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유로화라는 공동의 통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 대륙 전체에 걸친 위기에 대응할 범유럽적인 정치적 기구가 없다.
범유럽적인 재정정책이 합의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짊어지고 과감한 재정정책을 구사할 경우 효과의 상당 부분이 다른 나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각 나라들이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라도 과감히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중앙은행과 달리 ECB는 정책 실패에 따르는 부담을 공유할 범유럽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를 근거로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은 위기 때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통화 팽창적인 기조 속에서 호황을 누렸던 유럽 경제가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어떻게 될 것이냐를 가장 큰 문제로 제기했다.
유럽 전체의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스페인
그는 스페인을 유럽 경제의 앞날을 보여주는 사례로 우려했다. 스페인은 지난 10년 동안 투기적인 주택 거품으로 활황세를 보였던 '유럽의 플로리다'였다. 플로리다처럼 스페인도 거품이 꺼졌다. 소득과, 건설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를 보완해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예전에는 환율을 재평가하며 경쟁력을 찾으려는 수단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현재 스페인은 유로존에 가입돼 있어 임금 삭감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 경제 전체가 오랜 기간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 그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상황 때문에 유럽이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통합한 것이 잘못한 일이며, 특히 유로화를 출범시킨 것이 실수라는 의미인가"라면서 "그럴지 모른다"고 자문자답했다.
그는 "유럽은 지도자들이 더 많은 리더십을 보인다면, 이런 회의론이 틀린 것으로 증명할 기회가 아직 있다"면서도 "그럴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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