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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37>

모악산 금산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합니다. 종교가 다른 이들이나 외국인들도 금산사의 절 체험에 많이 참여합니다. 일주일간의 참선을 끝내고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템플스테이를 주관하시는 일감 스님에게 인사를 하며 "스님, 저 이혼하기로 결심했습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아내가 자기에게 욕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그 남자는 말했습니다.

스님은 그 말을 듣고 "야 이 나쁜 놈아"하고 욕을 퍼부었습니다.
갑자기 반말로 욕을 해대는 스님을 보며 남자는 "아니 스님 왜 욕을 하십니까?" 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스님은 "나는 한 번 욕을 했지만 너는 일주일 내내 백번도 더 욕을 했잖아."하고 소리치셨습니다. 참선을 한다고 절방에 앉아서 일주일 내내 아내를 미워하고 속으로 욕하고 그것이 결국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스님은 생각하신 거겠죠.

"너 같이 모자란 놈에게 네 아내가 십 년 동안 한번밖에 욕을 안했다면 네 아내는 참으로 착한 여자야."

스님의 욕설을 듣고 있던 그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 세 번 절하고 산문을 내려갔습니다.

스님은 그 남자도 착한 남자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꾸지람과 호통 소리에 눈물을 흘리고 절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참선이란 자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도를 깨닫는 것도 결국 자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게 깨닫는 것이라는 거지요.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실망스러운 감정은 바로 자신 속에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화를 내거나 아내를 욕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자기에게 어떻게 욕을 할 수 있느냐고 생각했지만, 욕설과 분노는 남자의 마음속에 있던 것이라는 겁니다.

일주일을 선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욕을 해서라도 깨닫게 해 주는 스님이 곁에 계신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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