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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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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황사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34>

이 모래먼지는 타클라마칸의 깊은 내지에서 흘러왔을 것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내린 골목을 걷다 느낀 사막의 질감
나는 가파른 사구를 오른 낙타의 고단한 입술과
구름의 부피를 재는 순례자의 눈빛을 생각한다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면뿐이다
지평선이 하늘과 맞닿은 경계로 방향을 다스리며
죽은 이의 영혼도 보내지 않는다는 타클라마칸
순례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는 것이므로
끝을 떠올리는 그들에게는 배경마저 짐이 되었으리라
순간, 잠들어가는 육신을 더듬으며
연기처럼 일어섰을 먼지들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그들의 꿈에 祭를 올리고 이곳으로 왔나
피부에 적막하게 닿는 황사는
사막의 영혼이 타고 남은 재인지
태양이 지나간 하늘에 무덤처럼 달이 떠오르고 있다

---정영효 「저녁의 황사」중에서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그곳은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사막이라서 타클라마칸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끝없는 모래벌판과 모래 언덕, 오아시스도 찾을 수 없고 겨울이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곳 그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떨립니다.

봄철만 되면 온나라의 하늘과 땅을 뒤덮는 황사도 거기서 불어온다고 합니다. 저 혼자 수십만 년 충분히 고독하였을 사막의 모래들이 가끔씩 몸서리를 치며 일어서 하늘 멀리 몸을 날리거나 풀밭이 있고 물이 있고 사람이 있는 땅을 향해 움직일 때면 우리들은 입을 닫고 눈을 감고 귀를 막습니다.

그 모래는 시인의 말대로 "사막의 영혼이 타고 남은 재인지" 모릅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언덕뿐인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면뿐"이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사막을 찾아갑니다. 그 언저리 어디에 비단길이 있어서 그 죽음의 사막을 찾아 들어갑니다.

아니 우리가 사는 이곳도 한 번 발을 디디면 돌아올 수 없는 사막인지 모릅니다. 죽음을 향해 기는 길인 줄 알면서 오늘도 낙타의 등에 오르는 이는 얼마나 많습니까.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는" 순례를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찾았다가는 잃을 때도 있고, 길을 만나도 길인 줄 모른 채, 그저 지향 없는 길을 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앞으로 가고 있다고 믿으며 모래언덕을 넘지만 지평선 역시 다시 넘어야할 벌판이고, 오아시스는 신기루일 뿐 우리는 지쳐 있습니다.

황사의 질감에서 우리가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저녁, 낙타도 우리도 고단한데 따뜻한 불빛은 보이지 않고 자꾸 목이 마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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