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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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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돕는 쉬운 방법

[한윤수의 '오랑캐꽃'] <39>

외국인을 돕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을 돕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 주거나, 대신 전화를 해주는 것이다. 이게 우습게 보여도 외국인에겐 결정적 도움이 된다.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우리가 외국에 가서 길을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누가 길을 가르쳐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또 대신 전화를 걸어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외국인은 바로 요렇게 조금만 도와주면 된다.
바로 요렇게 조금만 도와주는 것, 이것이 우리 센터가 하는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원고용지원센터에서 발급한 알선장을 가지고 멀리 발안에까지 찾아온다. 한국말이 서투르니까 전화 좀 대신 해달라고.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전화를 해준다. 노동자들에겐 취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가야 일을 하고, 일을 해야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아야 집에 돈을 부칠 게 아닌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그들 행복의 출발점이다. 체불 임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일단 일을 해야 받을 돈이 생기는 법이니까.

전화를 해주는 데도 노하우가 있다. 우리 센터는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전화한다.

1. 태국 남자 쓰나요? (회사마다 선호하는 나라와 성(性)이 따로 있는데 여기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맞아야 고용이 되니까)

2. 거기 태국 사람이 있나요? (외국인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어야 우울증에 안 걸리고 그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족이 있는 작업장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3. 기숙사가 있나요? (집을 떠나 타국에 온 그들에겐 무엇보다 잘 데가 필요하다. 컨테이너 기숙사라도 있으면 그들은 만족한다. 왜냐하면 돈 벌러 왔지, 잠 잘 자러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4. 식사 제공하나요? (세 끼 다 주는가? 점심만 주는가? 점심과 저녁을 주는가? 아니면 식대를 주고 노동자들에게 해먹으라고 하는가? 여기서 주의할 점은 최소한 점심 한 끼라도 제공해야 노동자가 일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5.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요? (노동자의 특기나 경력과 맞아야 한다. 가령 종이 박스 공장에서 경력을 쌓은 노동자에게 프레스 일을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6. 잔업은 몇 시간 정도 해요? (외국인에게는 대개 최저임금만 주기 때문에 잔업 시간에 따라 임금의 크기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잔업이 몇 시간이냐는 문제는 외국인이 가장 관심을 두는 사항이다)

7. 대중교통편은 어떻게 되나요? (외국인이 혼자 찾아갈 수 있도록 대중교통 편을 자세히 물어본다)

8. 지금 찾아가도 되나요? (찾아가도 면접을 안 보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대개 회사는 찾아온 성의를 봐서 그 자리에서 면접을 보아준다)

이렇게 대신 전화해주면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그들에겐 꼭 필요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전화를 해주는 곳이 거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의 교회가 이 일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각 도시의 고용지원센터 근처에 있는 교회는 꼭 해주기를 바란다. 거창한 봉사를 생각하지 말고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이 일을!
쉽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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