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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눈치만 보는 방송사 사장들, 재벌에 헌납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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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눈치만 보는 방송사 사장들, 재벌에 헌납하려고?"

[인터뷰] '2월 파업' 앞두고 재선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제5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으로 재선된 최상재 위원장은 출마의 변에서 자신이 '신축년 소띠'라며 소 이야기를 했다. 그는 "풀숲의 이슬을 털고 똬리 튼 뱀을 쫓는 일이 앞서 걷는 소가 할 일이라면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면서 "동지들이 고삐를 꽉 잡아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보면서 뚜벅뚜벅 걷는 소의 이미지에 깊은 감명을 받아 출마의 변을 썼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같은 영화를 보고 이충렬 감독에게 돈 이야기만 물은 것과 대조적이다.

"출마선언문이 좀 감상적이었나. 글의 핵심은 조합원들이 고삐를 좀 세게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호소였다. 힘들지만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힘든 일은 앞에서 먼저 경험할 테니 뒤에 서주기만 한다면 우린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한나라당, 바뀐 것 전혀 없다"

같은 독립영화를 보고 '수익성' 이야기만 묻는 대통령과 영화의 의미에 주목한 위원장의 시각 차이는 이들의 언론에 대한 인식 차이와 흡사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월 국회에서 혹은 3월 국회를 열어서라도 다시 언론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파업 이후 언론노조는 정부 여당의 변화를 발견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원래 언론악법을 주도하는 세력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극히 일부로 미디어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의원 몇 명이 전부 아닌가. 이들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다만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에 처신에 조금 신중을 기하는 정도랄까. 그 외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다.

우리는 방송과 신문의 산업적 발전과 여론의 다양성은 조화를 이뤄야한다고 본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합의가 아닌가. 그러나 이들은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이들을 오히려 수구 세력,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몰고 있다. 황당하다.

한나라당이 지금 고민해야 할 내용은 새로운 미디어가 쏟아지는 시점에서 적절하게 여론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틀을 만드는 것과 IPTV와 같은 새 기술의 공공성을 고민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는 이런 내용의 고민이 전혀 없다. 이 정책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 생산유발효과가 얼마다 이런 이야기만 한다. 경제 위기로 미디어 산업 투자 여력이 적어진 상황에서 삼성과 같은 재벌들에게 무제한으로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나. 이는 정부 여당이 얼마나 힘의 논리로만 밀어붙이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문제는 조·중·동만이 진출할 수 있는 독점적 시장 상황"

전국언론노조는 한나라당에게 △방송과 신문의 언론 공정성·공공성에 관한 국민적 합의기구 구성 △여론의 독과점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선결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이중 두 번째 요구의 전제가 되는 '여론 시장의 점유율 측정'은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거의 모든 언론학자들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상파 방송의 여론 독과점이 문제다",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은 신문 시장을 독과점하지 않고 있다" 등의 주장을 내세워 언론법 개정의 당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는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조·중·동 등의 보수 신문의 유료 독자가 얼마인지, 유료 발행 부수가 얼마인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시장을 정확히 분석,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시장의 룰을 어기는 신문은 제대로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기한으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이것을 허용하면 조·중·동만이 방송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독점적 시장 상황은 정부 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깨어줘야 한다. IPTV 등이 나왔을 때 일부 신문에 독점되지 않고 중소신문도 다양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들이 새 미디어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본의 힘만으로 새 서비스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규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인 정책 아닌가.

그러한 논의나 고민 없이 '일단 허용한 다음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정리해보자'는 논법은 역시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단지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고가겠다', '내가 정한 기한까지 통과시키겠다' 이런 것은 사실상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폭력적인 위협일 뿐이다"

"파업 재개 더 강한 강도로, 더 넓은 지역에서"

최상재 위원장은 지난 12일 정기대의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언론악법을 처리하려 한다면 더 높은 강도의 총파업에 들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언론노조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일정상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25일 법안심사 소위 개최, 27일과 3월 2일로 예정돼있는 본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언론노조는 16일부터는 비상대기 체제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파업에서는 시청자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MBC에서 일부 방송 내용에 차질이 있었으나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직접적인 차질이 없도록 자제했고 언론 악법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2월 국회에는 그 정도만 가지고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에 차질이 있더라도 좀더 많은 사람들이 파업 집회 현장에 나와야 한다.

대국민 홍보 면에서도 지난번에는 수도권 위주로 했다면 2월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특히 영남권의 부산 대구 지역의 주민들과 지역구 의원들에게까지 넓힐 예정이다. 가급적이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틀 내에서 노력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언론노조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13일간 진행된 언론노조 총파업을 두고 일단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를 막아냈다는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적잖은 비판이 제기된다. 최상재 위원장도 선거기간 동안 지역의 조합 간담회를 다니며 직접 몇 가지 비판을 들었다.

"지난 파업 때에는 집행부가 워낙 다급하긴 했지만 몇 가지 놓친 부분들이 있었다. 방송에 집중하면서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방송 못지않게 피해를 보는 신문의 문제가 부각되지 못했다. 또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지금의 중앙 패권적인 언론 장악 행태가 더욱 강화되어 결과적으로 지역과 수도권을 더 양극화하는 문제가 될 텐데 '지역 의제'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설 때는 이런 비판을 수렴해서 더 동력이 강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소신문, 지역신문은 이명박 정부가 그나마 있던 연간 150억 원 정도의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신문 지원 기구를 한국언론재단을 중심으로 통폐합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영향력을 강화한 데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높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중소·지역 신문 정책은 제대로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영 위기와 함께 신뢰의 위기를 겹치게 만들어 이들을 더 큰 위기에 빠뜨릴 것이며 이들이 도태되는 자리에는 조·중·동이나 재벌 소유 방송이 신문까지 장악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열린 전국언론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발언 중인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김순기 부위원장.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또 지난 파업 이후 한나라당은 '방송의 공영성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MBC, KBS2TV 민영화 안 한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또 지난 파업이 방송사 중심으로 전개되자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방송사 노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식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민영화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일종의 눈속임이다. 지금 법안대로라면 굳이 MBC와 KBS2TV를 민영화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미 지상파 방송의 광고는 줄어들고 있고 경제 위기는 심화되어 급속도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SBS를 포함해서 지상파 방송의 적자 구조는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제도적으로는 민영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MBC나 KBS2TV 스스로 백기를 들게 하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방송사들에게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이나 SK와 같은 대기업과 자본으로 경쟁하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전체 언론을 시장으로 내모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은 기존의 방송 사업자가 뛰어나다고 해도 자본 경쟁이 되면 콘텐츠 경쟁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정책을 만들고는 '우리는 민영화할 정치적 의도나 목적은 없다'고 하는 것은 방송 정책이나 현실을 모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사장들, 또 '정권 눈치보기'만 한다면 직접 공격할 것"

하지만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방해하려는 사측의 견제도 거센 상황. 이미 지상파 3사를 비롯해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는 구조 조정을 언급하는 등 경영 위기를 들어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SBS에서는 지난 파업 이후 심석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에게 '감봉' 등 중징계를 내려 사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상재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과도하게 징계하는 등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각 언론사 사장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언론의 공익성을 지키고 언론이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바로 경영자의 몫인데 전혀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그 부담을 모두 현업 종사자에게만 돌리고 있다"는 것.

"사실 정부 여당 뿐 아니라 방송 사업자, 방송협회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냈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언론악법의 문제가 훨씬 빨리 알려졌을 것이다. 경영자들의 노력이 부족해 우리가 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만약 이들이 2월 싸움에서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한 투쟁에 징계를 통해 와해시키려 하거나 방해할 경우 정부 여당과 한편이라고 간주하고 공격할 것이다. 지난 파업과 달리 경영에 타격을 줄 수있는 실질적인 파업으로 대응하겠다."

▲ "방송 경영자들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힘들게 싸울 일 있었을 것인가. 사측의 방해 시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KBS 기대 크다…공영방송법 투쟁에서 결합하게 될 것"

이러한 사측의 동시다발적 징계는 앞으로 있을 파업에 부담을 주기 위한 선제적 경고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방송사 사측의 움직임에 대해 "한마디로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더 조직력을 키우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에서도 파면·해임 등 중징계 사태가 기자·PD들이 제작 거부라는 강한 수단까지 사용하는 계기가 됐고 SBS에서도 정치 권력 눈치에 과도한 징계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부의 온건한 조합원들까지 대거 동참하게 만들어 줬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연말 'MB악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일정이 꼬이다보니 KBS, SBS와 같이 무리하게 나오는 것 같은데 오히려 우리의 조직력을 결집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KBS의 제작 거부 투쟁은 이후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을 발의했을 때 KBS도 '언론악법 반대'의 전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노조로서도 최대 조합원을 가진 KBS가 얼마나 결합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다.

"KBS가 언론노조에서 탈퇴한 것은 산별노조의 운영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정치 투쟁에 대한 지난 집행부 등의 거부감 등이 원인이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공영방송법은 KBS노조가 다시 결합해서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독립과 자유의 문제에서는 KBS 구성원과 언론노조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공영방송법 저지 투쟁과 과정에서 합쳐질 기회가 생길 것이다. 언론노조가 지난 1년간 준비해온 힘과 KBS의 동력이 합쳐지면 우리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

또 언론노조는 각 언론사가 경제 위기를 들어 공공연히 구조조정 등을 언급하고 나서는 상황을 감안해 산별노조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단위사업장 노조를 산별로 전환한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을 좀더 중앙에 집중하고 몸을 키워서 개개의 사업장에 닥쳐온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촛불이 큰 힘…고민 없다"

최상재 위원장은 주변에서 "지치지 않느냐", "계속 싸우는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그리 힘들지 않다"면서 지난 여름 광화문에 위치한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었던 촛불 집회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은 2007년 9월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나설 때부터 각오했던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 다만 강도가 더 강해졌다는 것은 있지만 결의와 각오는 충분히 다져놓은 상태다. 오히려 생각지 못했던 촛불이 있었다.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촛불의 시작부터 끝까지 볼 수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할아버지부터 아이들까지 시민들이 매일 촛불을 들듯이 우리는 매일 싸우는 것이고, 그런 촛불의 이미지와 힘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사실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앞으로도 고민할 것 없다. 정해진 대로 우리가 모을수 있는 힘을 지혜롭게 모아서 승패와 관계없이 우리가 할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고민하거나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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