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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6개월 만에 '막장' 방송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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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6개월 만에 '막장' 방송으로 전락했다"

[토론회] "지금이 이병순 평가할때…KBS사장평가위 만들자"

한국방송공사(KBS) 노·사와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KBS 사장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제기됐다. 국민이 납부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최대 권력인 사장을 평가하고 견제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대강의실에서 연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에서 "지금이야말로 KBS 사장을 검증할 기회"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병순 사장이 오는 11월이면 임기가 종료돼 '연임' 논란이 불거질 것을 지적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이 손가락질만 할 것 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실제적인 대안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6개월간의 편성, 프로그램 내용, 디지털 정책까지 철저히 평가하고 다음 사장을 선출하는 잣대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적 판단 능력도 '막장'…정치 비판은 사치?"

김 교수는 "한해에 1조2000억을 쓰는 공영방송 KBS에 기대하는 것은 민주적 여론 형성과 다양한 문화적 기능"이라며 "그러나 KBS는 이 두 가지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신료와 광고비 등 사회적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면 최소한 사회적 쟁점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KBS의 토크쇼 <박중훈쇼>와 최근 '막장 드라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꽃보다 남자>를 들어 "토크쇼에서 출연자에게 야만적인 인권 유린 수준의 질문을 던지고 드라마에서는 도저히 어머니나 동생의 대사라 할 수 없는 말들이 나온다"면서 "KBS의 문화적 판단 능력이 이정도라면 고답적인 정치 비판을 요구하는 것은 호사스러운 요구인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상업적 관영방송'으로 변질되고 있는 KBS의 문제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라며 "KBS의 편성, 심의, 예산 배정권을 다가지고 있는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사장을 감시해야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컨텐츠연구소 연구원도 KBS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KBS는 흔히 지상파 3사 중 하나로 불리나 수신료를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 성격이 다르다"면서 "KBS는 다미디어 다채널 중의 하나로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사회 제도로서 규범적 측면을 기준으로 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이명박 정부 1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 ⓒ프레시안

"KBS는 '상업적 관영방송'으로 추락 중"

이날 토론회 참석자의 대다수는 KBS가 정치적 독립성은 상실하면서 동시에 상업방송의 양태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KBS를 '상업적 관영방송'이라고 규정한데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지금 KBS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 3사 중 하나는커녕 수많은 상업방송 중의 n분의 1로 추락하는 중"이라며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는 'MB악법' 사태를 보도하며 <조선일보> 프레임을 따라가는 가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아 홍보하는 낯뜨거운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유진 처장은 "이미 많은 논란이 된 '용산 참사'보도 만이 아니라 '과감하게 투자하라'는 기획 시리즈를 내 전 국민의 화를 돋구는가 하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종부세로 고통받는 부자들의 사연을 휴먼다큐처럼 다뤘다"며 "이러고도 KBS가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이병순 사장 취임 전의 KBS는 100점은 아니었으나 이런 짓은 안했다. 그리고 탐사보도팀에서 종종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를 짚는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대철 단국대 교수는 "지난 1년 사이 단행된 KBS의 인사, 조직, 프로그램 개편은 KBS의 내적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율성 퇴조, 검열과 통제의 강화 △KBS의 신뢰성 위기로 방송의 퇴행 우려 △정부에 불리한 기사 누락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KBS 구성원들 '밥그릇 챙기기'와 '무관심' 외에 무엇을 보여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KBS가 '상업적 관영방송'으로 몰락하고 있는 것을 단지 이병순 사장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느냐는 지적도 줄곧 제기됐다. KBS 구성원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정수영 연구원은 "단지 사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신뢰도, 영향력 1위의 언론사였던 KBS가 저녁 뉴스에서 SBS보다 시청률이 밀리는 사황이 됐다고 할 수 있느냐"며 "사장이 바뀌고 6개월 만에 이렇게 바뀌었다면 그 이전부터 KBS가 내부적으로 안고 있던 모순이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면서 표출된 것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단순히 사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KBS가 피해를 받고 있다는 식의 인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라며 "체질적인 개선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긴 호흡으로 공영방송의 위상과 실천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정연주 전 사장을 쫓아내고 이병순 사장을 앉힐 때, 그리고 노조 선거에서 KBS 구성원들은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느냐"고 물으며 KBS 구성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말하자면 두가지"라고 자답하면서 "정연주 전 사장이 물러날 때 노조와 대부분의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타냈고 선거를 통해 노조 집행부가 재집권했을 때 KBS의 다수는 자신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김승수 교수도 "KBS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내부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노조는 KBS에 필요한 대안을 만드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가 이사회와 사장을 견제하고 끊임없이 부당한 것을 지적하는 '암행어사'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도 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KBS1라디오에 고정출연하다 하차한 정치평론가 유창선 씨는 "현장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PD들은 공정보도 노력에 매우 미진하고 소극적"이라며 "KBS 구성원들은 대단히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파면 철회 투쟁을 해온 것도 자신들의 문제였기 때문에 똘똘 뭉쳐 싸워 이긴 것일 뿐 시청자와 청취자에 대한 책임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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