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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그리고 운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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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그리고 운명학

[김태규의 명리학]<364>

필자는 작년 말부터 상담료를 받고 타인의 운명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운명상담업을 그만 두었다는 말이다.

그동안 만나서 운명을 살펴준 사람만 해도 3만여명이 넘으니 실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경로와 애환, 그들의 가슴 속 얘기들을 들었다.

오래 전부터 연구해 온 명리학을 본격적인 상담을 통해 좀 더 확인해보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내기 위함이 목적이었기에 필자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하지만 운명의 이치를 極限(극한)까지 알아내겠다던 포부 또는 목표는 포기하기로 했다.

오히려 이 세상은 어쩌면 궁극의 이치 또는 경지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아가서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傲慢(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만하면 충분하고 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禮記(예기) 첫 머리에 나오는 志不可滿(지불가만), 뜻을 완전하게 끝까지 달성하려 들지 말라는 말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찾아오는 이들은 나름 모두 간절하고도 절실한 이유를 들고 찾아온다. 그리고 필자는 자문 그리고 조언을 해주었다. 듣는 이들은 귀를 열고 필자의 말을 유심하게 새기고 돌아갔으리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대하고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필자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스스로의 삶을 갈고 닦는 修養(수양)을 해왔음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상담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道(도)를 닦았다는 것이니 약간 우스운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간 깨친 것들이 실로 많다.

첫째, 인간에 대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3만여 사람의 속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 또는 경험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남편 건강이 걱정된다는 것으로 말머리를 시작했다가 결국은 남편이 언제 죽겠느냐가 궁금한 것이 본래 마음이었던 부인을 만난 적도 있다. 애인이 있으니 재산을 가진 남편이 빨리 세상을 떠나 주었으면 해서 그 수명을 물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 부인이 돌아간 뒤 화도 나고 저런 사람을 대하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힘들어했다. 두고두고 숙제로 남아 있다가 세월이 흐르니 그 부인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애인하고 달콤하게 잘 살고 싶은 그 부인의 입장은 인륜과 도덕이라는 문제를 떠나면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담이란 것이 인륜과 도덕의 엄숙한 법정은 아니기에 더욱 그러했다.

단적인 예이지만, 필자가 느낀 것은 인간이란 존재는 바닥도 천정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비열하기도 하고 거룩하기도 한 존재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 사건기자가 사람의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둘째, 운명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運(운)은 변화하는 환경이고 命(명)이란 부모로부터 그리고 태어나면서 형성된 그 사람의 性質(성질)이다.

운명학을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의 길은 타고난 성격과 취향, 능력, 기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운적인 요소, 즉 환경변수는 그 길에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이란 것이 사람의 진로를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범위에서 운의 우연성과 작용력이 크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성취를 결정하고 전체상을 다듬어내는 것은 사람 자체의 요소들로부터 정해진다는 말이다.

비유컨대, 어느 누군가가 동쪽으로 길을 가고자 할 때, 도중에 눈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오는 것, 길이 막힌다고 해서 동쪽으로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눈비와 같은 기상 여건이나 장애물 같은 것은 환경 변수인 운이지만 이런 運(운)이 내 의지와 상충된다고 해서 동쪽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 즉 타고난 命(명)을 결정적으로 포기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동쪽으로 길을 가고자 떠난 사람이 나중에 돌아와서 운이 나빠서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면 결국 그것은 변명이고 핑계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진정으로 동쪽으로 길을 가고자 하는 이라면 겉보기에 좋지 않게 느껴지는 惡運(악운)이란 것도 결국 그 사람의 의지를 단금질하여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요, 그러다가 好運(호운)을 만나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물 흐르듯 유유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예측이란 것도 현존하지도 않는 미래의 시간들을 규정해낸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명과 운을 보아 결국 동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돌아오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판단해보는 것에 불과하다.

다만 운의 주기에 따라 그 시기를 미리 추산해낼 수 있다는 점이 일견 예측의 신빙도를 높여줄 뿐이다.

예측이란 것이 미래라고 하는 불확실성을 규정하고 그려낼 수 있다는 얘기라고 한다면 uncertain을 certain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니 이미 논리적 오류가 된다. 마치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별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광고에서나 써먹는 엉터리가 되고 만다.

예측이란 결국 동으로 흐르는 물의 속도와 세기, 그리고 각도를 보아 이 물은 동해까지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판단하는 현재의 행위라는 말이다.

더 줄이면 예측이란 것 역시 될 성 부른 나무를 그 싹을 보아 안다는 것과 같은 아주 평범한 상식의 영역인 것이다. 다만 운명학적 견지에서 그 싹을 보는 나름의 기술이 존재할 뿐이다.

셋째로 운명이란 것을 미리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미리 아는 것이 때로는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명상담이란 운명의 전체상을 알려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도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이나 도전에 대해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고 여긴다.

필자는 많은 상담과 연구를 통해 실로 많은 것을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더러는 심오한 경지를 엿보기도 했다.

심오하다고 할 수 있는 통찰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30 년 이상 이어지는 흐름은 없다는 점이다.

이 말은 호운도 30 년이고 악운도 30 년이라는 말인데, 가령 어느 누군가가 필자를 찾아와서 운세를 물었는데 그 사람의 운세흐름이 아직 좋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런 흐름이 15 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라고 판단된다면 당신은 앞으로도 15 년이 지나야 일이 풀릴 것이요 라고 말해주어야 하는가.

이 얼마나 힘 빠지는 말인가! 이런 경우 자신의 앞일을 아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모르는 것이 藥(약)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삶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분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그 어려운 길을 만일 알았더라면 어떠했을 것인가를.

물론 30 년의 악운이 이어진다 해도 그 도중에는 잠시 좋은 일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운명을 모르는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증시와도 같다.

재작년 증시가 2000 포인트를 넘었다가 작년 말 무려 900 포인트 밑으로까지 대폭락을 했었다. 그러나 그 도중에 무려 6 번에 달하는 제법 강력한 상승이 있었고 상승의 날수와 하락의 날수는 사실상 동일하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람들은 증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은 일수에 있어서는 반반인 것이다. 다만 내리막 운이란 나쁜 방향으로의 폭이 좋은 날의 폭보다 약간 더 클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희망 어쩌면 미련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희망이 바로 미련이다. 그리고 사람은 희망이든 미련이든 더 나아가 집착이든 그런 염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 역시 어느 때부터인가는 찾아온 사람의 전체적인 진로보다는 어려우면 희망을 주고 너무 자신에 넘쳐있으면 경계시키는 정도에 머물게 되었다.

운명의 궁극적인 이치를 탐구하고 알아내겠다는 포부가 쓸 데 없다는 것에 미치게 되고, 나아가서 알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칼날이 무뎌져 갔다. 벼린 날이 아니라 점차 뭉툭한 날, 더 지나자 날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궁극의 경지에는 도달할 수 없거나 그 자체가 필요 없다는 생각과 상태에 이르고 나니 상담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금년 초로서 상담을 그만 두게 되었다.

물론 음양오행을 버린 것은 아니다. 이 도구를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개인의 운명을 상담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좀 더 보람 있는 방향에서 써보자는 생각이다.

써먹을 수 있는 용도는 다양하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강호순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프로파일러들이 활약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가 프로파일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략 10 년 전 '마음의 사냥꾼(mind hunter)'이란 책을 읽고 나서였다. 그 때 필자는 야, 이거 프로파일러가 명리학을 배우면 무척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경찰청을 찾아가 수사관들에게 인간의 심리와 성향에 대해 명리학적 지식을 가르치자는 제안을 해볼까 하는 공상을 하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상담을 하려면 먼저 전화를 받아 시간을 예약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을 상담해주는 과정에서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그 사람의 사주를 거의 정확하게 유추해내게 되었다.

사주를 추정해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과 기질, 용모와 현재의 상황 등등 실로 많은 것들을 사주를 펼치지 않고 얼굴을 대하지 않고도 목소리만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의 음성이란 것을 분석해보면, 실로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맑은 소리와 탁한 소리, 호흡이 가쁜 소리와 긴 호흡의 소리, 강한 소리와 여린 소리,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만 예를 들면 맑은 소리는 淸(청)이니 물의 기운이고 탁한 것은 흙의 기운이다. 필자는 소리를 대략 12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그것이 주는 경우의 수는 16,384 가지가 된다.

사실 알고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전화만으로 상대방의 나이나 성향을 대충은 알아내지 않는가 말이다. 우렁차게 말하는 사람, 주저주저하면서 말하는 사람, 말꼬리를 모호하게 끝내는 사람,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능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응용하면, 강하게 우렁차게 말하다가도 어떤 핵심적 사항에 대해 말을 약간 흐린다고 하자. 이는 일단 밀어붙여보는 시도이지 그 사람의 성향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대목의 흐름에서 약간 간사한 기를 보이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보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화가가 텔레비전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결국 같은 원리였다.

이 기법을 잘 다듬을 경우 음성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려내는 것이나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낼 수 있는 것이니 범죄 수사에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야가 학문으로 정립되면 범인들은 목소리 변조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데 명리학적 기법의 활용성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영감이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를 하기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필자는 靈感(영감)이란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영감이라 하는 것들은 분석을 통해 이해할 수 성질의 것이라 본다. 대부분의 영감은 예리한 직관이나 많은 경험에서 오는 통찰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필자는 음양오행과 인간을 대하고 관찰해오면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좀 더 좋고 보람 있는 방향에서 써보려는 궁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다보는 것이다.

조만간 필자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작정이다. 다음 번 글에서 블로그 주소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블로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와 얘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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