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전망에 앞서 북한의 핵실험 여부와 그 시점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월 24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표현을 썼고, 26일자 <로동신문>에서는 "핵시험은 민심의 요구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에서도 기술적 준비는 거의 끝났다며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과 한미 정보 당국은 위성사진을 판독할 결과 기술적으로는 1-2주 내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김정은 정권이 정치적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故)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직전에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핵보유를 내세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전망이다.
우라늄 핵폭탄 실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최대 관심사는 그 유형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높은 수준의 핵시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 미 상업용 위성 지오아이가 최근 북한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미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 연구소는 이 사진 등 최근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를 거의 마친것으로 드러났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
유력한 추측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이다. 북한은 2010년 11월 방북한 미국의 핵전문가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팀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만약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 시점부터 현재까지 완전 가동해 HEU를 생산했다면, 그 양은 핵무기 3~4개를 만들 수 있는 60kg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이 HEU를 이용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추측의 유력한 근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이 우라늄 핵폭탄 실험을 한다면, 북한은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핵보유고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공언한 '핵 억제력'의 양적 강화에 가장 부합하는 실험일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파키스탄의 '핵폭탄 아버지'인 A. Q 칸 박사가 북한에 우라늄 핵탄두 설계도를 건네주었다면,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려고 할 동기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에서 누락된 것이 있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단 한 차례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핵무기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가 없다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은 영변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핵 연료의 제조, 즉' 평화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라늄 핵폭탄을 실험하면 자신의 공식적인 입장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프로파간다를 대단히 중시한다. 또한 북핵 20년사를 복기해보면 항상 행동에 앞서 성명이 먼저 나왔다. 그래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앞서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을 비난하면서 '부득불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을 핵 억제력 강화에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식의 성명을 내놓느냐의 여부이다. 만약 그렇다면 3차 핵실험은 우라늄 폭탄이 될 가능성이 확실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플루토늄 핵실험으로 소형화에 박차?
북한이 1, 2차와 마찬가지로 플루토늄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2차 때보다 강력한 폭발력을 선보인다면 북한 스스로 말한 "높은 수준의 핵시험"에 성공하게 된다. 참고로 1차 실험의 폭발력은 약 1킬로톤, 2차는 최소 2킬로톤에서 최대 6.9킬로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플루토늄 핵실험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북한이 두 차례의 플루토늄 핵실험으로 축적된 기술력을 3차 실험을 통해 향상시킨다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공언한 '핵 억제력'의 질적 증대와 관련된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에는 플루토늄 핵폭탄이 우라늄 폭탄보다 용이하다.
반면 플루토늄 핵실험의 단점은 5kg 안팎의 플루토늄을 소비해 북한이 공언한 '핵 억제력'의 양적 증대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3~4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5~10kg 정도를 소비한 바 있다. 또한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불능화해 현재로선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할 능력도 없다. 다만 북한이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험용 경수로가 복병으로 남아 있다. 이 경수로를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면 매년 10kg 안팎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점은 2014년 이후가 될 것이다.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처럼 우라늄 핵폭탄과 플루토늄 핵폭탄을 동시에 실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커 박사와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프랭크 파비앙(Frank V. Pabian) 수석 연구위원은 작년 8월 <핵과학자 협회보>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핵실험은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기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며 이러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긴 시차를 두고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하면 2번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직면하겠지만, 두 개의 실험을 한꺼번에 하면 안보리 제재를 한 차례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의 가능성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수소폭탄이나 이 기술을 부분적으로 이용한 '증폭 핵분열(boosted fission) 폭탄' 실험이다. 1월 25일자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조만간 '핵융합 증폭 핵분열탄(fusion-boosted fission bomb)'을 실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일본 정부가 북한이 수입한 핵 물자와 핵 시설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는 군축전문가들의 블로그인 <armscontrolwonk.com>에 게재한 글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었고 "북한의 가능성의 범위는 우리가 대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컸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열핵무기, 즉 수소폭탄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보다 높은 가능성은 수소폭탄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원자폭탄에 적용하는 '증폭 핵분열탄'이라고 할 수 있다. '증폭 핵분열'은 핵탄두의 폭발력을 높이고 소형화하는 핵심 기술로써,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정도의 기술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폭발 원리는 이렇다. 핵무기 중심부에 넣은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는 폭발 시 고압·고열로 융합해 헬륨을 만들어내고 중성자를 대량으로 방출하는데 이 중성자들은 원자폭탄의 원리인 핵분열 연쇄반응을 가속화한다. 이 반응에 따라 일반적으로 증폭 핵분열탄은 원자폭탄보다 2배 이상의 폭발력을 갖게 돼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를 가능하게 한다. 대다수 핵보유국들이 선호하는 핵탄두 제조법도 바로 이것이다.
북한이 이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는 이유는 우선 이러한 유형의 실험이 북한 국방위원회가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과 가장 가깝다. 만약 북한이 이 실험을 실시해 성공한다면,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큰 진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2010년 5월 핵융합 반응에 성공해 "열핵(핵융합의 다른 표현)기술을 우리 힘으로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과학기술 역량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해 6월부터는 "핵 억제력을 새롭게 발전된 방법으로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급기야 작년 8월 31일에는 핵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우리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것"이라는 예고한 바 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 "새롭게 발전된 방법", "현대화"라는 표현들이 결국 핵융합 반응을 핵실험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들이다. 다만 '증폭 핵분열탄' 실험은 다른 유형의 실험에 비해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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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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