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언젠가 자작나무를 보며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졸시 「자작나무」전문
저는 자작나무를 보면서 희고 맑은 빛깔의 나무지만 한편으론 창백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운 나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나와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추운 데서 자란 모습이 저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작나무는 눈보라와 북서풍이 아니었다면 희고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겁니다. 사는 동안 내내 그치지 않던 추위와 혹독한 환경 때문에 그렇게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소나무처럼 독야청청하기보다 옆의 나무를 찾아가 숲을 이루고 있을 때 자작나무는 더 아름답습니다.
자작나무가 많은 북유럽의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겉으로 보면 말이 없고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이 깊다고 합니다. 수다를 떨거나 호들갑스럽지 않은 대신 성격이 차분하다고 합니다.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을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다고 합니다. 지리적 환경적 영향으로 끈기가 있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을 지니고 있으며, 자립심과 독립심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감고 눈이 가득 쌓인 숲속의 눈부시게 희디흰 자작나무들을 생각합니다. 이 겨울, 고독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그 고독과 추위 속에서 안으로 깊어져 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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