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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노카미와 무쿤다

[김운회의 '새로 쓰는 한일고대사']<67> 텐무, 세상을 속이다 ②

(2) 우지노카미와 무쿤다

『일본서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 야마토 지역의 호족들의 성씨 제도를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마토 정권이 수립되어갈 당시 야마토 지역에는 여러 호족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호족들은 각자 우지[씨(氏)]라는 고유한 명칭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우지 가운데서 그 우두머리가 되는 호족을 우지노카미(氏上 : 씨족의 장)라고 하고 그 휘하의 사람들은 우지비토(氏人 : 씨족인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지노카미와 우지비토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따라서 각자의 성(姓)을 하사받았는데 이를 가바네(姓)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야마토 조정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인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붙인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지의 조직을 기반으로 하여 가바네에 의해 서열화된 열도의 신분질서를 씨성제도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중앙정치는 오미(大臣)씨, 오무라시(大連)씨 라는 호족이, 군사는 오토모(大伴)씨, 모노노베(物部)씨 등이 담당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미라든가 무라시 등의 장관급의 높은 계급들의 우지는 세습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성씨제도는 중국의 성씨제도가 정착된 반도와는 많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만주쥬신(만주족)과는 매우 유사한 특성들이 나타납니다.

만주에서 시베리아 연해주 일대까지 광범위하게 거주하는 사람들의 씨족 시스템을 한번 봅시다.

북만주의 오로촌족은 부계씨족 공동체가 있는데, 이 공동체의 이름은 무쿤(Mukun 또는 Mokun)으로 씨족 내부의 모든 일은 씨족장에 해당하는 무쿤다(穆昆達)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오로촌족은 정기적으로 3년에 한번 족보를 바로잡기 위해 무쿤 대회를 열며 10년에 한번 무쿤다를 뽑기 위해 무쿤 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쿤은 만주쥬신(만주족)의 경우와 거의 동일합니다. 원래 무쿤은 만주족의 씨족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만주족이 반도(Korea)와 열도(Japan)를 제외한 전체 쥬신 지역을 평정함으로써 이 무쿤이 일반적인 퉁구스 씨족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 것입니다. 무쿤 대신 로드(Ro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14)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봅시다.

만주족의 성씨는 하라(哈拉 : Hala)와 무쿤(穆昆 : Mukun 또는 Mokun)으로 나눠지는데, 하라는 큰 혈연집단이고 무쿤은 씨(氏)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하라가 김씨라면, 무쿤은 경주 (김씨), 안동 (김씨), 부안 (김씨), 전주 (김씨) 등을 말하게 됩니다. 청나라 때 편찬된 『만주어 사전』에는 하라는 성(姓), 무쿤은 족(族) 으로 번역합니다. 이를 토대로 족내혼(族內婚)을 금했습니다. 그러니까 무쿤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본관(本貫)인 셈이죠.

▲ [그림 ④] 청태조 아이신조뤄 누루하치

예를 들면 청나라 황제의 성씨인 아이신조뤄(愛新覺羅)는 하라인 조뤄(覺羅)와 무쿤인 아이신(愛新)을 붙여 쓴 것입니다. 반도에서 "경주 김씨"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즉 조뤄(覺羅)에 속하는 하라(부족)들 가운데 아이신(Aisin : 愛新)이라는 무쿤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청태조 아이신쪼뤄 누루하치는 조뤄(gioro : 覺羅)라고 하는 하라(Hala) 내에서 아이신(황금이라는 의미)이라는 무쿤에 속하는 씨족이라는 의미죠. 누루하치는 이 분의 휘(諱)입니다.

고대 일본에서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를 때 반드시 '□□ 집안의 □□'라는 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보셨겠지만 예를 들면 蘇我入鹿이라고 쓰고서도 읽을 때는 소가노이루까(蘇我の入鹿), 中臣鎌足이라고 쓰고 나까또미노까마따리(中臣の鎌足)로 읽습니다. 즉 소가씨 집안의 이루카, 나까도미 집안의 까마따리라는 의미지요. 그러니까 소가(蘇我)씨라는 등의 일본의 성(姓)에는 반도에서 사용하는 김씨나 박씨, 이씨 등의 개념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씨족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반도에서 "김해 김씨"에 가까운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나의 하라(Hala) 안에는 여러 개의 무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나라 때 공신들에게도 성을 내렸는데 주로 하라까지만 내렸다고 합니다. 만약 청나라 황제인 아이신조뤄 누루하치가 자신의 공신에게 시린조뤄(西林覺羅)라는 성을 하사했다고 하면, 청 황제는 그를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황족까지는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예를 들면 김씨 성은 하사하지만, 경주김씨까지는 주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만약 절대적으로 신임하여 그를 아이신조뤄까지 성을 하사했다고 하면 그는 황족(皇族)이 되는 것이죠. 여기서 시린(西林)은 조뤄에 속하는 또 다른 무쿤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약간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쥬신의 씨족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분화되어 갔는 지를 알 수가 있죠?

필자 주

(14) 임봉길「동북시베리아지역 퉁구스(Tungus)족의 민족정체성(Ethnic Identity)의 형성과 변화」『지역연구』3권 4호, (1994 겨울)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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