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상
2009년 2월 3일 화요일.
오늘 하루 수원 노동부에 다섯 번 출석해야 한다.
발안에서 수원까지 그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없어 아예 센터 직원 두 사람을 수원에 전진 배치했다. K주임은 아침 일찍부터 노동부로 출근하고, H주임은 모처에서 불법체류자 둘을 차에 태워가지고 오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노동부에 가서 조사를 받기도 전에 잡히면 안 되니까.
두 직원 다 입사한지 몇 달 안 된 이십대 청년들이라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의 순발력으로 각각의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오늘의 출석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한번 예상해본다. 마치 경마(競馬) 팬이 경마 예상 하듯이!
10시 30분 닉혼 사건
조사자 : 수원노동부 J 근로감독관
진정인 : 태국인 닉혼
보호자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K주임
피진정 회사 : 화성시 장안면 소재 주식회사 T
사건 개요 : 퇴직금의 일부를 받지 못했다. 차액이 18만원 밖에 안되는 간단한 사건.
예상 :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회사로 찾아오면 주겠다."고 할 듯. 충분히 그럴 만한 회사다. 그러나 순진하고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태국인이 홀로 회사로 찾아갔다가는 인격적인 모욕을 당할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는 받을 돈을 일부만 받고 합의서에 싸인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너무나 많았으니까. 감독관 역시 안이한 판단을 할 경우 "돈 준다는데 왜 안 가느냐?"며 회사로 찾아가라고 할지 모른다.
대책 :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회사에 절대 가지 말고 노동자의 통장으로 입금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 계속 회사에 갈 것을 주장하면 약자에 대한 인권 침해이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철수할 것.
13시 수파조 사건
조사자 : 수원노동부 B 근로감독관
진정인 : 인도네시아인 수파조
보호자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K주임
피진정 회사 : 화성시 봉담읍 소재 Y 전자
사건 개요 : 퇴직금 216만원 전액 받지 못함.
예상 : 회사에서는 근무기간이 1년이 안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할 듯. 사장은 목소리가 큰 사람이다.
대책 : 고용지원센터에 기록된 근무기간으로 보면 퇴직금을 수령할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감독관에게 지급명령을 내려줄 것을 정식으로 요구할 것. 감독관이 목소리 큰 회사에 계속 끌려 다니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
13시 30분 차이안 사건
조사자 : 수원노동부 K 근로감독관
진정인 : 태국인 차이안과 프라싯
보호자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H주임
피진정 회사 : 화성시 장안면 소재 S 산업
사건 개요 : 불법체류자로 퇴직금 전액을 받지 못함. 차이안 641만원, 프라싯 820만원.
예상 : 1. 회사쪽에서는 불법체류사실을 출입국에 통보하여 추방하겠다고 위협하며 소액의 위로금만 지급하겠다고 나올 듯. 2. 사장 외에 몇 사람이 회사측 도우미로 따라올 텐데 특히 본센터 H주임 아버지의 친구라는 사람이 회사측 해결사로 나올 가능성이 있음.
대책 : 1. 노동자들은 닷새 후 출국할 예정이므로 오히려 우리쪽에서 출입국에 자진 신고하겠다고 엄중 경고할 것. 만일 우리가 신고하면 회사는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2. 아버지 친구가 아버지와의 친분을 내세워 계속 압력을 넣을 경우 H주임은 굴하지 말고 오히려 "친인척 비리는 안 통해요!"하고 일침을 놓을 것.
16시 럼탐 사건
조사자 : 수원노동부 C 근로감독관
진정인 : 태국인 럼탐
보호자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H주임
피진정 회사 : 화성시 정남면 소재 H 정공
사건 개요 : 2개월 임금 및 퇴직금의 일부 등 합계 약 267만원을 받지 못함. 회사가 문을 닫아서 통화가 안 됨. 그러나 다행이도 다른 외국인들은 다 지급 받았다 함.
예상 : 회사측에선 출석하지 않을 듯.
대책 : 회사가 출석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진술대로 확정되므로 받는 건 무난할 듯. 회사에 연락만 해도 받을 터이고. 안되면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받아 제소할 것.
16시 30분 투안 사건
조사자 : 수원노동부 L 근로감독관
진정인 : 베트남인 투안, 하, 탄 등 3명
보호자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K주임
피진정 회사 : 화성시 마도면 소재 S 석기
사건 개요 :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1년 만기 이틀 전에 노동자 3명을 해고.
예상 : 회사측은 노동자의 자진 퇴사로 몰아갈 듯.
대책 : 수원고용지원센터 외국인력팀 S팀장이 해고 당시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공장장으로부터 퇴직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직접 받아낸 당사자. 회사가 엉뚱한 주장을 계속하면 그에게 전화하여 증언해줄 것을 요청할 것. 그러면 쉽게 풀릴 사건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상은 예상일뿐이다. 실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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