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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구)/朮(출)/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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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구)/朮(출)/亥(해)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12>

求(구)는 짐승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그렸다는 글자다. 발이 많이 달린 벌레를 그렸다고 보기도 한다. 후자는 <그림 1, 2> 같이 지금의 求와 연결되는 글자꼴에서 나온 얘기고, 전자는 裘(구)의 옛 모습이라는 어떤 글자꼴에서 나온 얘기인 듯하다.

그런데 丂(고)와 점 네 개로 이루어졌던 介(개)의 옛 모습을 상기해보면 <그림 1>은 바로 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그림 2>는 그것이 조금 변형된 것이다. 求의 '구하다'라는 뜻은 介와 같은 글자로 보았던 示(시)가 제사 상황을 나타내는 글자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제사는 바라는 바를 들어달라고 하늘이나 조상에게 비는 의식이다. 求=示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글자 모양 측면에서 求와 示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術(술)·述(술)의 발음기호 朮(출)이다. 朮은 '차조'라는 곡식 또는 '삽주'라는 풀을 가리킨다고 해서 '차조'인 秫(출)이나 '삽주'인 莍(출)의 본래자로 본다. 조 이삭의 상형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그러나 이 글자를 그런 식물의 상형으로 보기는 어렵다.

朮자의 모양을 보자. 아래 儿 형태로 돼 있는 부분이 求에서 네 점으로 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求와 일치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朮은 求에서 점 두 개씩을 이어 붙인 모습에 불과하다. 지금도 求자를 빨리 쓰다 보면 이렇게 두 점이 이어진 형태가 나온다. 莍이라는 글자도 상징적이다. 朮=求인 것이다.

亥(해)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는 글자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는 것은 그 여러 설들에 대해 학자들조차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설들 가운데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돼지'를 그렸다는 설이다. 亥의 모양이 얼핏 보아 '돼지'인 豕(시)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亥가 '돼지 해'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풀뿌리 모양을 상형해 荄(해)의 본래자라는 설, 머리가 잘린 짐승, 머리 둘에 몸뚱이 여섯인 괴물 등 여러 가지 이설이 있다. 칼의 모습인 方(방)의 변형(사실은 方도 칼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이라는 설도 있다.

옛 모습은 <그림 3~5>처럼 다양하다. 그러나 그 다양함은 <그림 3> 같은 뼈대에 획이 몇 개가 더 들어가 있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림 3>은 지난 회에 봤던 兮(혜) 등의 여러 모습처럼 丂(고)에 점을 하나만 추가한 모습이다. 그 글자들은 丂에 점 0~4개가 들어가는 다양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亥도 이들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다. 그 힌트를 제공해주는 것이 현재의 글자꼴이다. 亠를 제외한 아랫부분을 45도 왼쪽으로 돌려보자. 求의 아랫부분 획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亥=求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른쪽 어깨의 점과 획들의 길이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영락없는 求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그림 6>을 보자. 지난 회에 나온 市(시)의 모습일까? 市의 지금 모습과 구분하기 어려우니 그렇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이는 亥자로 분류된 글자다. 亥에는 이렇게 지금의 市자처럼 보이는 글자꼴들이 여럿 눈에 띈다. 市=示(시)이니 亥=求=示=市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亥의 글자꼴 더미에서 현재의 市자를 닮은 <그림 6>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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