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김성주·김승남·김현미·민병두·신경민·유은혜·은수미·홍의락·홍익표·홍종학 의원 등은 지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평가와 전망' 2차 토론회에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은수미 의원은 지금까지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대해 "혁신은 빠지고 통합만 했다"고 반성했다.
은 의원은 "양김시대는 적어도 민주화를 구현할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았지만, MB정부나 그 이전 민주정부나 서민경제가 어려웠던 건 똑같았다"며 "DJ와 친노를 넘는 혁신과 통합의 이중과제를 풀었어야 하는데, 혁신은 빠지고 통합만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첫 행보로 광주 5.18 묘지를 찾은 문재인 전 대선 후보 ⓒ뉴시스 |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전략에 대해서는 "안철수 브랜드인 새정치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안철수의 것이었고, 정치개혁이 오히려 민생이슈 덮었다"며 "안철수 현상은 탈정치화의 이면으로, 이를 흡수해 '단일화+a'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은 의원은 대선 패배 원인으로 '좌클릭'을 문제삼는 일부 의견에 대해 "좌클릭이 문제면 서민층이 (민주당을) 지지해야지 왜 중산층이 더 지지했겠냐"며 "민주당은 오히려 서민층 겨냥 못한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민을 위한 민생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그는 "민생위원회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고, 노동대책위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도 발제에서 민주당의 노선 논쟁에 대해 언급했다. 민 의원은 전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중도자유주의' 주장에 반박하며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간에 있는 유권자들은 이념이 아닌 정당의 노력, 태도, 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부가 맞닥뜨릴 난관으로 10월 재보선과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 2014년 지방선거 등 3개를 꼽은 뒤 "세대교체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생각의 교체, 태도와 문화의 교체를 이뤄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프레시안> 전홍기혜 편집국장 역시 민주당의 '태도' 문제를 꼬집었다. 전홍 국장은 "민주당은 정책이 과격한 게 아니라 태도가 과격하다"며 "한미FTA나 제주강정마을 이슈에서 보듯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오락가락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해야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권자 관점에서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이 여성들의 생각을 모르는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박근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 앞에서 남자 정치인들이 굽신거리는 걸 보면서 통쾌해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왜 여성들이 박근혜의 여성대통령론에 호응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선인의 유세 ⓒ프레시안 |
전략과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당 진로를 두고 '자생정치'냐, '연합정치'냐에 대한 엇갈린 주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문정치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2000년 이후부터 야당의 선거운동 방식이 낙선낙천 운동과 맞물려 정당이 뒤로 밀렸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거법 개혁도 정당을 흔드는 쪽으로 이뤄졌고, 국민경선제를 수용하면서부터는 정당이라는 울타리가 더욱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이어 "이렇게 어정쩡하게 가면 2017년 (대선) 때도 민주당은 또 뒷전으로 밀리고 밖에서 후보를 발탁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면서 "혁신이라고들 하지만 복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데, 정당답게 가는 게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정당의 틀을 더욱 공고히 유지할 것을 주장다.
반면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단일 정당 틀을 벗어난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흔히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모든 영역에서 보수가 장악하고 있다"며 "진보와 보수가 일대일로 붙으면 한판에 깨진다. 이를 인정하면 민주당이 집권할 길은 연합정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중도보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며 "진보, 중도보수와 연대해서 안정적인 연대정치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것이 먼 길 같지만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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