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38)은 24일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는 아버지만이 결정할 문제"라며 자신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김정남은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것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면서 "아버지께서만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이어 "북한에서 큰 권력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으며,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이런 민감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후계구도와 관련, "결정되기 전에 가정하고 상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으며, 동생인 김정운이 후계자가 될 것이란 보도와 관련해서도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두꺼운 점퍼에 선글라스, 모자를 착용한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그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담화(말)할 수 없다"면서 "아버지 같은 분의 건강에 대해서는 함구하는게 원칙이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갖고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베이징에 온 목적에 대해 그는 "개인적인 일로 놀러 왔다"면서 "며칠 동안 베이징에 머물다 다른 곳으로 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날 "김정남이 맞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기자들에게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며 "나만 취재하지 말고 그에게도 물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남은 이어 베이징의 쿤룬호텔에 짐을 풀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후계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는 질문에 "본인은 관심이 전혀 없다"면서 "부친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기존 답변을 되풀이했다.
동생인 김정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으며, "누가 후계자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도 "모든 것은 아마 부친께서 결정하는 것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동생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것은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정남은 베이징에 온 목적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온 것"이라면서 자신이 자유롭게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공항에서의 답변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신문에 보도한대로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중국 지도자들과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였으며 비교적 유창한 영어와 한국어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답했다.
김정남은 베이징에 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북한과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자주 드나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남이 지난해 설을 비롯해 명절을 앞두고 자주 외국 여행을 해 왔다"면서 "이번 베이징 방문은 그의 말대로 개인적인 일정으로 보이며 후계구도와 같은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자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김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베이징 곳곳에서 목격돼 언론과 각국 정보 당국의 관심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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