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결방 위기…"KBS 문제 불가"에 기자 반발

담당 국장 "KBS 사태 결론나면 다루자"…뉴스에서도 거의 다루지 못해

KBS <미디어비평>이 결방 위기에 처했다. <미디어비평> 소속 기자들이 23일 밤 11시 반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작 거부' 투쟁을 다루려 했으나 담당 국장과 팀장이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비평>에서 KBS 사태를 못 다룬다?"

KBS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민필규)는 22일 보도 자료를 내 "<미디어비평> 소속 기자들은 KBS의 이번 대휴 투쟁의 중요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프로그램으로 반드시 제작해야 한다며 뜻을 모았으나 담당 국장과 팀장이 '이번 사안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니 결론이 나면 다루자'는 등의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제작진에게 사실상 방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아 물의를 빚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정찬호 보도제작국장은 KBS 제작 거부 사태를 다루자는 기자들의 제안에 "정 다루고 싶다면 제작 시간을 3분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보통 <미디어비평>이 한 꼭지에 배당하는 시간은 15분 가량. 이 때문에 기자들은 "정상적으로 15분을 제작하겠다"고 맞서면서 방영 시간 축소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더해 정찬호 국장과 김대회 시사보도팀장은 "이번 사안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니 결론이 나면 다루자"는 식으로 사안 자체를 다루지 말자고 주장했고 담당 팀장은 "대휴 투쟁이 시작되면 보도국에서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며 제작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팀장 등 임원진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내일로 예정된 <미디어비평>은 편성에서 삭제돼 방송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정찬호 국장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정 국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파면·해임 사태 때도 해당 팀장 거부로 보도조차 못해"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를 파면·해임하는 등 사원 8명에 대한 중징계 사태와 그로 인해 촉발된 KBS의 집단 제작 거부 투쟁을 다루려 하지 않는 것은 KBS의 여타 뉴스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여타 언론들이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데 유독 당사자인 KBS만 '자사의 문제이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번 제작 거부 투쟁을 주요 뉴스 리포트는 물론 단신으로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지난 16일 김현석·성재호 두 기자에게 각각 파면과 해임을 통보했을 때도 기자를 작성한 취재 기자의 강력한 요구에도 해당 팀장이 기사를 승인하지 않아 방송조차 되지 못했다"며 "이후 비대위 투쟁 관련 소식은 기껏해야 아침 뉴스에서 면피용을 단신으로 간헐적으로 방송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들은 "국내 모든 언론이 KBS의 제작 거부 투쟁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는데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차갑게 외면하고 있는 KBS 경영진의 태도는 결국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번 일이 나날이 실추되고 있는 KBS 뉴스와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