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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탔다고 견마 잡히고 싶어 하다간 또 失機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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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탔다고 견마 잡히고 싶어 하다간 또 失機해"

[정세현의 정세토크]<14> 인민군 총참모부 '전면 대결태세' 발표 유감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외무성에서 17일 나온 말들을 들으면서 그 속담이 생각났어요. 북한이 과욕을 부린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는 말입니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군복을 입고 나와서 남쪽을 상대로 굉장히 강한 어조로 "대남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느니 여러 가지 위협적인 언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남쪽보다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대개 보고 있습니다.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있고, 특히 경제 문제 때문에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그 전에 있었어요. 그렇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후보자가 지난주 인사청문회에 나와서 북핵 문제도 'act with urgency' 즉, 시급하게 다루겠다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높게 책정했습니다.

또 오바마 참모진에서는 2월 말까지 대북정책 리뷰를 끝내겠다고도 했어요. 굉장히 빨리 하는 거죠. 2001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정책 리뷰를 반년 가까이 했었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2월 말까지 끝내겠다는 건 출범 즉시 북핵 해결의 수순을 밟겠다는 겁니다. 이쯤 됐으면 사실 북한은 조금 기다리는, 점잖은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핵문제를 가지고 미국하고 조금 옥신각신하다가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니까 북한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라는 강수를 둔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런 대로 그 당시에는 효과를 냈던 측면이 있었죠.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상당히 유연하게 나갈 걸로 전망이 되고 있는 이 마당에, 출범을 앞두고 이렇게 세게 대미 압박 수순을 밟으면 나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봐요.
▲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군복을 입고 발표한 성명에서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게도 구럭도 다 놓쳤던' 2000년의 실기

지금까지 북한의 외교 행태를 보면, 협상 목표가 한 번 정해지고 나면 협상 전략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소위 합목적성만을 생각하지 '수단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감각이 전혀 없었어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안 풀리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클린턴에서 부시로 넘어갈 때 나타났듯이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북핵 정책의 변화 때문이기도 했고, 클린턴 정부 시절처럼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다거나 해서 국내정치 상황이 바뀌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돼서 그랬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각을 바꿔서 보자면, 북한이 핵 외교에서 수단의 합리성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했거나 그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기 때문에 반대로 합리성을 유난히 따지는 미국과의 협상이 어긋나고, 그래서 북한도 결국은 협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례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미국이 어떻게 보면 '자진해서'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를 상당히 높여 놓고 있는데, 북한이 이렇게 세게 몰아치면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핵문제 해결 전략이 너무 나이브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부시의 대북정책이 전혀 그렇게 일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는 식의 여론이 일어나면 난 절대로 북한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기를 할 수 있다 이겁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화해·협력 무드가 미북간에도 전이가 되면서 그 해 10~11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었잖아요. 물론 미국 측에 여러 가지 가지 제약이 있었습니다. 대선 결과가 모호하게 되고 민주당의 고어 후보가 사실상 패하면서 클린턴의 방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측면도 있었고, 팔레스타인 문제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었던 점도 있었지요. 아라파트의 요청 때문에 북한에 갈 수 없었다는 얘기를 클린턴이 퇴임 후에 서울에 와서 김대중 대통령한테 했어요.

그런데 그런 외적인 문제 말고도, 그때도 내가 옆에서 보니까, 북한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미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쪽으로 협조적으로 나가면 다음이 편할 텐데, 너무 저렇게 욕심을 부리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지 않나...그런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되더라고요. 욕심만 안 부렸으면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도 그렇게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긴 어려웠을 텐데...그래서 실기를 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렇게 욕심을 부린다면, 북한이 던진 강수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상황 분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정상화 후에도 핵보유'는 욕심

외무성 대변인 성명부터 보자면...지난 15일에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후에야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먼저 했어요. 오바마 진영은 그동안 관계정상화를 인센티브로 과감하게 내 놓으면서 핵 폐기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얘기해 왔는데, 북한은 그걸 '결국 핵 폐기를 먼저 끌어 내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했고, 따라서 15일 담화는 그걸 반박하는 차원에서 내 놓은 걸로 볼 수 있었죠.

그런데 17일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입장을 또 발표하면서 말을 좀 바꿨어요.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별개고, 북미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되더라도 미국의 핵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15일과 17일 사이에 뭐가 있었냐. 미국 의회에서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거기서 '시급성을 가지고 다루겠다'고 하면서 '선(先) 핵폐기 후(後) 관계정상화'로 순서를 잡았습니다.

북한은 그걸 보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순서하고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관계정상화는 확실히 오는 거구나...하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욕심이 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17일에 관계정상화에 '플러스 알파'를 붙인 겁니다. 관계정상화 이후에도 핵보유국 지위에는 변함없다고.

북한은 또 '차제에 좀 더 높은 요구를 들이 대고 조금씩 낮춰주는 식으로 협상을 하면 우리가 반대급부를 많이 안 주고도 목표 달성할 수 있겠구나'하는 판단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북한이 끝까지 핵보유국으로 남으려고 한다면 미국의 진보진영,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처음부터 수교를 인센티브로 내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 오바마 시대 미국 외교의 핵심 정책결정자가 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왼쪽)과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 이들에게 최근 북한의 행동이 어떻게 인식될 것인지 주목된다. ⓒ로이터=뉴시스

대북정책 수정 요구 입지 좁아져

대남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어 하는 식의 태도를 보였던 경우가 가끔 있었어요. 예를 들면, 2006년 6.15 때 광주에서 남북공동행사를 했는데, 그 때 북쪽 사람들이 보여줬던 언행이 그랬습니다.

2005년 8.15 행사가 그런대로 잘 되고 노무현 정부 하에서도 대북지원이 이뤄지니까 광주에 와서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같은 사람들이 쏟아놓은 말이 우리 국민 정서를 얼마나 자극했습니까? 광주가 마치 무슨 해방구인 것처럼 행동했단 말예요.

그러니까 그 뒤에 남북관계에 대한 국내 민심이 역류를 했죠. 북한은 돌아가서 7월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10월에 핵실험을 하고...물론 그건 대미협상 전략 차원에서 그랬다지만, 어쨌건 그 때 광주에서 북쪽 사람들이 보여줬던 소위 좌경 맹동주의적 행태는 남북관계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사실상 제동을 가하는 결과가 돼버렸어요.

이번에도 미국이 잘 해주려는 걸 눈치 챘으면 적정한 선에서 메시지를 보내야지...이렇게 하면 미국이 협상을 시작할 수나 있겠어요? 더구나 핵무기를 몇 개나 가지고 있다고 그걸 가지고 핵군축 회담을 하자고 그러냔 말예요...미국이 실체적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니까 우리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지만...신고한 플루토늄 30.8Kg을 전부 다 무기화했다는 셀리그 해리슨의 전언도 사실 검증을 해 봐야 합니다.

북한이 이러면 오바마 정부가 북핵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그렇게 되면 문제의 우선순위는 오히려 밀립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질 수 있어요. 오바마 정부가 부시 시절 만들어진 북핵 해결 3단계 로드맵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거기에다가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나 페리 프로세스라는 틀까지도 원용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북한도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북한이 이렇게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 국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이명박 정부도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쪽으로 나가려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에 뭔가 퇴로를 찾고 있는 느낌도 있는데...여기저기서 듣자하니 한미간에도 물밑접촉을 한다는 얘기가 있고, 남북간에도 간접적으로 의사타진을 한다고도 하는데, 북한이 이렇게 나오면 대북 강경론이 완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해 버리게 된다 이거죠. 이명박 정부한테 정책을 전환하라는 얘기를 할 수 없어요.

거기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일본 아소 내각도 대북 강경론에 바탕을 두고 국내정치를 관리하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부시 정부가 퇴임 전에 뭔가 성과를 내려고 작년 10월에 6자회담을 열고 싶어 했는데 이명박 정부와 아소 내각이 반대해서 연기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본은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서 저항하고...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보수정권이 연합해서 부시 정부의 발목을 잡은 적이 있는데, 북한이 지금 또 이렇게 나오면 한국과 일본의 보수정권이 오바마 정부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는 여지를 키워 준다는 생각도 북한이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여기서 그쳐야 합니다. 서해상에서 긴장을 조성해도 안 되고...물론 실제 도발이랄까 고도의 긴장조성 행위를 할 가능성을 지금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나간다면 북한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나는 봅니다.

'수단의 합리성' 중시하는 미국

외교정책론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지만 국제정치에서는 퍼셉션(perception. 인지)과 미스퍼셉션(misperception)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상대방의 의중을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진다는 거죠. 그때 지도자의 심리 상태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죠. 지도자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고, 정보도 구미에 맞는 것만 골라 조합해서 상대방의 의도를 판단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을 선택한다는 거죠.

북한의 경우를 보면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 내는데 있어서 때로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어요. 2000년에 실기했던 것은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여론정치를 하는 나라예요. 또 수단의 합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죠. 북한처럼 목표가 설정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해 내는 것이 정당화되고 그걸 높이 평가하는 사회는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북한이 가끔 오류와 실책을 범하는데, 이번에도 잘못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러면 안 됩니다.

우리 정부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북한이 이렇게 계속 나가면 이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를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이쪽의 국민 정서를 이렇게 흔들어 놓고 대북 강경론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민심은 일단 버텨보자는 식으로 돌아서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컨대, 부시 정부 시대에는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보상을 핵폐기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해서, 즉 수교에 대한 전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북한이 대미협상을 하면서도 답답해했는데, 오바마 정부는 수교를 인센티브로 내 걸고 협상을 본격화해서 NPT 체제를 강화시키겠다고 나오는데 거기다 대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는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협상 무용론이 나와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시계(視界)를 제로로 만들었듯,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시계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된다는 겁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의 용악산 유원지를 시찰했다고 1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끝으로 하나 더 보태자면, 요즘 일부 언론을 보니까 북한의 대남 강경노선의 원인에 대해서, 북한 내부를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저는 생각을 좀 달리 합니다. 대남압박용, 대외용이라는 생각입니다.

북한은 여론정치를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건강을 회복해서 옛날 패션 그대로 날씨가 추운 데도 여기저기 현지지도를 다니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때문에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체제를 단속하기 위해해 대남 강경책을 쓴다?

북한 체제는 '사회주의 대가정론'과 '수령 무오류론'이 버텨주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김정일 위원장의 무사안녕을 절실하게 기원하는 식으로 해서 유지되는 특유의 전체주의 국가이자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경시하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우 민주주의적이고 개방사회적인 발상에서 나온 해석이죠. 우리가 북풍을 이용하듯 북한이 남풍을 이용한다는 건 견강부회가 아닌가...남풍으로 체제안정을 유지하려면 개성공단에다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거 안 하잖아요 지금.

* '정세토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現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격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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