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이병순 사장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표인 양승동 PD와 대변인 김현석 PD를 파면하는 등 중징계를 내린데 대해 KBS 내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 )와 PD협회(회장 김덕재)는 각기 성명을 내고 '징계를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를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18일, 19일 규탄대회와 총회 등을 예정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 PD들 "우리 모두를 파면하라"
KBS PD협회는 17일 낸 '우리 모두를 파면하라'는 성명에서 "굴종과 침묵을 강요당하며 치욕에 치를 떨고 있는 KBS 구성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KBS 출신 사장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운 이병순 사장과 이번 징계결정에 참여한 부사장 이하 임원들은 이번 파면과 해임으로 정권의 하수인으로서의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PD협회는 "취임 이후 이병순 사장은 보복인사와 국장·팀장 보은인사, 프로그램 폐지와 정권에 코드 맞추기 이외에 무엇을 했느냐"며 "KBS 구성원과 프로그램에 칼을 휘두른 것에만 골몰하더니 이제는 파면이라는 최악의 칼을 뽑아 후배들의 등에 꽂아 넣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것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인사보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광고축소와 송신공사 분리를 근간으로 한 공영방송법의 강행처리를 앞두고 노노갈등을 조장하여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거대한 음모 전단계이다. 또한 이 음모의 종착역은 완벽한 관제화를 통한 KBS의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KBS의 독립을 외치고 정권의 방송을 거부해서 파면당한다면 우리 모두를 파면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언제나 기꺼이 제2, 제3의 양승동과 김현석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공영방송 KBS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포함해 사내외 뜻을 같이하는 모든 양심들과 연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KBS PD협회는 1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번 징계를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19일 낮 12시엔 KBS PD총회를 열기로 했다.
KBS 기자들 "징계 철회 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
KBS 기자협회도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보도국에서 비상 기자총회를 개최해 제작거부 등 구체적 대응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KBS 기자협회는 16일 연 긴급 운영위원회에서 채택한 비상 성명에서 "파면과 해임, 정직과 감봉이라는 징계 수위는 과거 KBS의 오랜 역사에서 일찍이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비이성적,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사측에 다시 묻는다. 파면과 해임, 감봉과 정직이라는 극약처방 만이 능사였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의 부당한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 의롭게 싸운 우리의 동료들이 폭압적 중징계를 당하는 치욕스런 모습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보도본부 기자들은 하나의 일치된 뜻으로 이번 중징계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사측은 사원들에 대한 살인적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며 "징계로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버리고, 지난해 여름 사장 교체 이후 불거진 사측과 사원 간의 갈등과 반목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길은 화해와 용서임을 다시 한 번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기자들은 사측이 사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이해와 화합의 길을 적극 모색하기를 촉구한다"며 "만일 사측이 이번 징계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우리 기자들은 제작 거부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측과 싸워나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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