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餐(찬)과 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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餐(찬)과 利(리)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9>

月(월)의 변형들의 특성은 획의 생략에 있었다. 月과 勻(균)·今(금)·內(내) 등은 冂=勹=人 형태 안에 두 획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그 두 획 가운데 하나가 생략된 것이 夕(석)·勺(작)·亼(집) 등이었다. 入(입)과 冂(경) 등은 아예 두 획이 모두 생략된 변형이고, 이런 두 획 생략은 旬(순)·軍(군)·榮(영) 등 합성자에서 빈번히 나타났다.

이렇게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획수마저 왔다갔다하다 보니 오히려 획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생긴 듯하다. 珍(진)·診(진) 등의 발음기호 㐱(진)이 바로 그런 형태로 보인다. 今의 중국말 발음이 '진'이니 발음의 연관성은 분명하고, 옛 글자꼴에서 점 수준의 획이 하나 늘어나는 것은 다반사였으니 㐱=今으로 보는 데 무리가 없다. 月의 또 다른 변형인 肉(육)에서는 冂 안의 획에 네 개가 되지 않았는가.

㐱의 경우에도 다른 변형들에서처럼 획의 생략이 일어남을 보여주는 사례가 餐(찬)·粲(찬)이다. 이 글자들은 아랫부분이 의미 요소임이 분명해 歺=歹(알)과 又(우)를 합친 듯한 윗부분이 발음기호다. 이런 글자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餐에는 '새참'의 뜻이 있고 이는 탐욕의 화신이라는 饕餮(도철)의 餮과 의미상 연결된다. 餮은 '食貪(식탐)'의 의미가 있는데, 먹을것이 넉넉지 못한 시절에 새참은 곧 식탐일 수 있었다. 餐과 餮을 비교해보면 㐱 부분이 又로 바뀌어 있고 그 又는 勹나 入 등 今 그룹 글자들에서 두 점이 생략된 형태에 해당한다. 餐·粲의 윗부분은 殄(진)의 변형인 것이다.

餮은 㐱 부분이 간략해진 餐이나, 歹 부분이 아예 생략된 飻(철), 반대로 㐱 부분이 생략된 飱(손) 등 여러 형태로 변형됐던 듯하다. 飱의 경우는 구조상 歹 부분이 발음기호여야 하는데, 이런 생략을 전제하지 않고 歹만을 발음기호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 이체자인 飧을 보면 왼쪽에 들어 있는 夕이 㐱과 같은 뿌리에서 변한 글자여서 그것 단독으로 발음이호로 들어갔을 수 있다. 飧은 飻과 비교해 구성 요소의 좌우 위치만 바꾼 셈이다.

한편 㐱 역시 다른 이체자들과 마찬가지로 파생자들의 발음 변화 폭이 크다. 珍·診 등 정통 발음이 이어진 경우가 많지만, 膠(교)·謬(류) 등의 발음기호인 翏(료)가 대표적인 변형 발음이다.

㐱의 발음이 翏로까지 흘러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기본 글자의 뿌리를 찾는 데 실마리가 된다. 바로 利(리)자다.

利는 '벼'인 禾(화)와 '칼'인 刂=刀(도)로 이루어져 별 고민 없이 회의자로 설명하는 글자다. 날카로운 연장(刀)으로 벼(禾)를 베고 있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이다. 그러나 회의자 자체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하면 이런 설명에 휩쓸려 넘어가기 어렵다.

<그림 1> 같은 옛 모습을 보자. 왼쪽은 禾고 오른쪽은 勿(물)자 비슷한 형태다. 전통적인 설명에서는 오른쪽을 刀와 그 칼에 붙은 검불 따위로 설명했다. 회의에 상형 요소를 더한 설명이다. 아니면 아예 전체를 상형으로 보고 쟁기와 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상형이라는 건지 회의라는 건지, 도무지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勿자 비슷한 이 부분은 㐱으로 볼 수도 있다. 발음 부분은 앞서 나온 翏가 해명해준다. 利와 큰 차이가 없는 발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利는 의미 요소 禾와 발음기호 㐱을 합친 형성자다. 상형도 아니고 회의도 아닌 어정쩡한 설명보다 훨씬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다.

利의 오른쪽 부분이 刀가 아니라는 방증은 黎(려)자다. 㐱 등은 획의 생략 사례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黎의 지금 글자꼴 오른쪽 윗부분이 그렇게 획이 일부 생략된 모습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그림 2> 같은 모습을 보면 그것이 㐱이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黎는 이 부분을 제외한 黍(서)가 의미 요소가 되는데, 禾와 黍가 곡식을 의미하는 같은 의

미 요소인 셈이어서 黎는 利의 이체자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黎=利의 오른쪽은 刀가 아니라 㐱의 간략형이고 그것이 발음기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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