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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입)/內(내)/六(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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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입)/內(내)/六(륙)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

간단한 글자일수록 자원을 알아내기는 더 어렵다. 入(입) 같은 경우가 그렇다. 옛 모습도 지금의 入자나 한글 ㅅ처럼 두 획을 기대 놓은 것이다(<그림 1>). 그래도 상상력은 발동된다. 옛 사람들이 썼던 동굴 입구를 그린 것이라고도 하고, 화살촉이나 칼, 쐐기 같은 뾰족한 물건을 그린 것이라고도 한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감을 표시하는 부호라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면 몰라도, 막연한 추측일 뿐이라면 이런 설명들을 믿기는 어렵다. '들어가다'라는 뜻도 초기에 상형자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內(내)는 형태상 冂(경)과 入으로 이루어졌다. 창문 양쪽에 걸린 휘장의 상형으로 '집 안'의 뜻을 나타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內의 발음을 이어받았을 納(납)의 발음이 內와 入의 중간쯤에 있는 것을 보면 內의 入 부분에 눈길이 간다. 다만 나머지 冂이라는 부분을 독립된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기 때문에 '冂+入'으로 보기가 주저된다.

여기서 冂이라는 글자에 주목해보자. '먼데 경'이라는 훈·음이라고 하지만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榮(영)·營(영) 등의 윗부분이 焭(경)의 간략형이었음을 상기해보자. 결국 冗 부분이 冖으로 간략화된 것인데, 冖과 冂의 차이가 세로획의 길이뿐이니 冂은 榮 등의 중간에 들어간 冖이고 그것은 冗의 간략형인 것이다.

그렇다면 入과 內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內는 冗의 다른 모습이고 入은 冖=冂의 다른 모습이다. 冗의 또 다른 모습인 勻(균)이 旬(순)·軍(군) 등에서처럼 종종 두 점을 생략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冗 역시 榮·營 등에서 그렇게 두 점(여기서는 아래 几 부분)이 생략됐다. 內에서 두 점(여기서는 入 부분)이 생략된 모습이 冂이고 그것은 바로 入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內-入의 발음이 冗(勻)-冂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勻의 다른 모습으로 추정되는 今(금)이 亼(집)이라는 이체자를 갖고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발음이 여러 가지로 분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亼-入-納-內의 발음이 한줄로 연결된다. 內와 入은 별개의 글자가 아니라 같은 글자의 본래 모습과 간략형이다. '들어가다'(入)와 '안'(內)의 의미가 직결되는 것도 둘이 본래 같은 글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內의 옛 모습인 <그림 2, 3>을 보면 그것이 冗자의 옛 글자꼴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임을 알 수 있다.

六(륙)은 중국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여섯'을 표시하는 모양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오두막집'의 뜻인 廬(려)의 본래 글자로 집 모양을 그렸다고도 한다. <그림 4>가 그 옛 모습이다. 집 모양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얘기와 연결시키자면 이는 또 다른 內자다. 冂 부분이 人=入 형태로 바뀌어 있고, 入 부분은 八 형태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冂과 入이 같은 모양에서 나왔음은 <그림 3>의 윗부분 모양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六 역시 발음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亼 계통인 侖(륜)의 발음을 보면 六과 받침만 다르다. 六의 받침은 入-亼 등과 마찬가지로 닫히는 발음이라 친근성이 있고, 食(식) 같은 경우는 아예 ㄱ 받침이다. 六은 內를 가차해 '여섯'의 뜻으로 쓴 것이다.

글자가 만들어진 방식이 분명치 않아 허구의 글자가 아닐까 싶었던 冂이 바로 入과 같은 글자였다. 다만 '먼 데'라는 의미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알 수 없다. 內의 '안'과 상반되는 의미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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