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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인)/爲(위)/我(아)/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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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인)/爲(위)/我(아)/祭(제)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7>

印(인)의 왼쪽은 손을 의미하는 爪(조)를 왼쪽으로 90도 돌린 것이라고 한다. 손으로 사람을 내리누르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림 1>과 같은 글자꼴을 그렇게 해석했다. 상형적인 설명이지만 결국 爪와 卩(절)의 회의자로 본 셈이다.

일단 爪와 卩이라는 두 요소와 지금 남아 있는 의미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발음기호를 지적하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다. 爪나 卩이 모두 간단한 필획이어서 다른 글자의 변형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爪가 손의 모습인 又(우)의 변형일 가능성을 놔둔 채로, 이는 발음상 勻(균)의 변형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爲(위)에도 爪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상형으로 설명되고 있다. 손으로 코끼리를 다루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상형적 설명이지만 결국 회의자로 본 셈이다. <그림 2>가 그 모습이다.

그런데 글자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면 형성자의 가능성부터 찾아봐야 한다. 위의 설명은 아랫부분을 '코끼리'인 象(상)으로 보는 것인데, 象이 맞다면 그것은 발음이 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좀 구석진 글자들이지만 嬀(규)·潙(규) 같은 파생자들의 발음이 頯(규)·䟸(규) 같은 글자들의 발음과 일치하는 데 주목해보자. 爪=勻이라면 이들의 발음이 일치하는 것은 이 글자들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爪=勻이 최종적인 발음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頯의 왼쪽과 爲의 발음은 모두 爪=勻에서 왔고, 爲는 爪=勻을 발음기호로 하는 글자가 된다.

我(아)는 창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림 3>을 보면 왼쪽에 쇠스랑 같은 부분이 있다. 일종의 찍는 무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제외한 부분 역시 창으로 설명된다. 戈(과)자다. 그러니까 我는 戈라는 창에 옵션이 붙은 고성능 창인 셈이다.

창을 상형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그것을 다시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게 그려 별도의 글자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그림 4>처럼 두 요소를 완전히 떼어 놓은 글자꼴이 눈에 띈다. 물론 잘못 전해졌거나 잘못 쓴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별개 요소라는 시사로 받아들인다면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그림 4>의 왼쪽 부분은 <그림 1>의 왼쪽과 방향만 반대일 뿐 완전히 같은 모습이다. 爪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我는 爪와 戈를 합친 글자다. 我는 '나'라는 뜻으로 옮겨져 쓰였기 때문에 어느 쪽이 의미 요소인지는 불분명하지만, 戈가 의미, 爪가 발음인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爪가 들어간 글자로 또 舀(요)가 있다. 稻(도)·蹈(도) 등의 발음기호로 쓰이는 글자다. 이 글자는 爪와 臼(구/국)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臼가 두 손의 모습이고 그것은 廾(공)이라는 다른 형태를 띨 수 있음을 생각하면 앞서 잠시 나온 頯의 왼쪽 부분은 바로 舀와 같은 구성이다. 또한 廾과 寸(촌)의 형태상 유사성을 생각하면 이는 捋(랄)·虢(괵)의 공통 부분과도 같은 요소일 수 있다. 將(장)의 오른쪽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제사'인 祭(제)를 꺼내보자. 이 글자는 윗부분이 본래 모습이라 해서 손에 제물인 고기(肉)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본다. 그러나 寸과 又의 형태 및 의미 차이가 크지 않음을 생각하면 祭에서 示(시)를 제외한 윗부분은 將의 오른쪽과 같다. 祭는 발음기호 舀와 의미 요소 示를 합친 형성자가 되는 것이다. <그림 5> 같은 모습을 보면 그것이 將의 오른쪽과 같음을 좀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한편 謠(요)·搖(요) 등의 발음기호인 䍃(요) 역시 爪를 포함하고 있다. 爪=勻이라는 공식을 인정하고 勻에서 두 점은 종종 생략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陶(도)의 발음기호 匋(도)는 䍃와 같은 글자다. 陶에 '요' 발음도 있음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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