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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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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한윤수의 '오랑캐꽃']<22>

일요일 아침 아홉시 반이면 아주 이른 시간인데, 태국인 열 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센터가 꽉 차는 것 같다. 거기다가 제각기 한 마디씩 하니 뭐가 어떻게 된 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가만, 가만. 한 사람씩 얘기해요."
알고 보니 한 회사에 다니는 네 사람만 문제가 있고 나머지 여섯 사람은 옆 회사에서 응원을 온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네 사람은 출국 만기가 3월이라 그때 태국에 가려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1월 말에 가고 다시 들어오지도 말라니 무지하게 억울하단다. 그 때문에 한 달 월급도 못 받고!

"좋아요. 알았어요. 회사하고 얘기해볼 테니 다음 주 일요일에 오세요."
그들을 보내고 나니 센터가 절간처럼 조용해진다.

하지만 주중에 회사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아보았더니 사장님이
"아니, 재입국 시켜주고 한 달 휴가 준다고 누누이 설명했는데 그렇게도 못 알아듣나요?.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한 달 먼저 태국에 가서 쉬고 오라고 한 거거든요"
하며 펄쩍 뛰었다.

회사에서 베풀어준 호의를 태국인들은 정반대로 오해한 것이다. 쯧쯧, 이렇게 소통이 안 되어서야 어떻게 회사에서 일하나?

태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무리지어 다니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한글학교에서 소풍을 가도 외국인 전체 64명에 태국인은 고작 3명뿐이다. 베트남 30명, 스리랑카 16명에 비해서 얼마나 초라한가! 처음 한글학교를 시작할 때만 해도 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그런데 어느새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해서 이제 몇 명 남지도 않았다. 더구나 화성 시에서 일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숫자가 태국인으로 무려 4천명이 넘는데도!

왜 이렇게 못 어울릴까? 그 이유는 태국인은 영어든, 한국말이든 다른 나라 말을 거의 못하기 때문이다. 아주 유별나다. 나는 태국인들이 왜 그렇게 외국말을 못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안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만일에 태국에도 세종대왕이 계시다면 그 분 잘못이지!

태국 사람은 외국말은커녕 자기 나라 글자도 알기 어렵다. 태국 글자가 너무 숫자가 많고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자음이 44자, 모음이 32자, 고유숫자가 10자, 성조 부호가 4자, 기타 부호가 4자 등 총 94자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글자가 장난이 아니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도통 외워지지가 않는다.

일례로 안산에서 태국말 잘하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한 사람이 L씨인데, 이 사람조차도 태국 현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태국 글자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 글자 알기 전에는 태국어를 어떻게 배웠느냐? 글자는 모르고 말로만 배운 것이다. 나 어렸을 때 팝송 배우는 식으로! 영어를 모르니까 한국말로 토를 달아서 배우지 않았는가! 일례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냥개>라는 노래를 배울 때 "유에인 낫씽 바더 하운독."하는 식으로. (나중에 영어를 알고 나서 보니 그 가사는 You ain't nothin' but a hound dog 였다)

태국 글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보기 바란다.(아래 참조)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태국 글자가 이렇게 어려우니 소통이 잘 안되고. 소통이 안되니 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유독 답답한 일을 많이 당하는 것이다.

만일 태국어를 베트남어처럼 알파벳 화(化)한다면, 태국말이 한층 쉬워져서 태국 사람들끼리도 소통이 잘되고 외국어도 쉽게 배우며 국민 전체의 의식이 깨일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고 태국의 세종대왕이 할 일이겠지! 그러나 만일 태국의 세종대왕이 문자를 개혁하려고 해도 최만리(崔萬理) 같이 머리가 굳은 학자가 반대하지 않을까?

"전하! 어리석은 백성에게 섣불리 쉬운 문자를 가르치면 이를 악용하는 자들이 넘쳐나올 것이옵니다."하고.

각설하고.
태국어에 비하면 우리 한글은 자음 14자에 모음 10자, 딱 24자만 외우면 되고, 보기도 좋고 쓰기도 쉽고 알기도 쉬우니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가!
한국인들은 우리 세종대왕께 진짜로 고마워해야 한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 아래 그림 참조


▲ ⓒ프레시안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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