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목사님, 저 아누아르예요."
"스리랑카 아누아르?"
"아니요. 나 방글라데시 사람인데요."
"그래요? 그럼 모르겠는데."
"난 알아요. 목사님이 상담했는데요."
나는 모르는데 저는 안다니 환장할 노릇이다. 어쨌든 사연은 이랬다. 아누아르는 불법체류자로 단속에 걸려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어 있고 며칠 안에 추방될 건데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단다. 하지만 임금을 체불한 회사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단다.
돈 받을 회사 이름도 모른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그렇지만 혹시 내가 상담한 사람인지도 몰라서 작년부터 금년까지의 상담일지를 샅샅이 찾아보아도 아누아르란 이름은 없다.
하지만 재촉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내 돈 좀 받아주세요."
도무지 다른 일을 못 볼 지경이라 그날은 아누아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다음날에는 아누아르의 동생이란 사람이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부산인데요. 아누아르 동생이에요. 형 돈 좀 받아주세요."
나는 견디다 못해 속는 셈치고 20키로를 달려 마도면에 있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갔다. 그날이 9월 10일.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그 좁은 보호소에 400여명이나 수용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단속이 세긴 세구나.
나는 면회소 3번 박스에 들어가서 아누아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누아르가 어떻게 생긴지 알아야 찾지? 좀 있으니 몸집이 크고 시커멓게 그을은 외국인 하나가 나와서 내 박스를 둘러보고는 머리를 갸웃하며 저만치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또 다시 돌아서려 한다. 전혀 모르는 얼굴이지만 육감으로 저게 아누아르이지 싶어 나직히 불러 보았다.
"아누아르?"
그는 반가워서
"예."
"나 알아요?"
"예."
"나 어디서 봤어요?"
"안산에서요."
"언제?"
"몇 달 전에요."
아니올시다다. 내가 안산을 떠난 지 이미 1년 반이 넘었으니까. 다만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안산에서 전도사 생활을 할 때의 내 명함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명함에 적힌 핸드폰 번호로 전화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아누아르를 담당한 직원을 만나 선처를 부탁하는 것 말고는. 하지만 발안으로 출발하기 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누아르가 안산에서 누군가를 보긴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탐정이 된 기분으로 안산 센터에 근무하는 L씨에게 전화했다.
"혹시 아누아르란 방글라데시 사람 상담한 적 있어요?"
"없는데요. 근데 목사님, 이상한 전화 계속 왔죠?"
"엥? 어떻게 알아요?"
"저한테도 그런 전화가 계속 왔거든요. 이틀 동안."
"그래요? 그럼 부산 동생한테서도 전화 왔겠네요?"
"맞아요. 부산에서도 계속 왔었죠."
"L선생, 한 가지 부탁 좀 합시다. 혹시 누가 아누아르와 상담한 사람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줘요."
발안으로 돌아오는데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받았더니 안산 센터 M팀장이다.
"목사님, 제가 아누아르와 상담했어요."
"그래요? 언제쯤?"
"한 6개월쯤 되었을 걸요. 어렵게 사업주와 접촉하여 110만원 받을 것을 확정해놓았는데 통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아휴, 이제 찾았네. 고맙습니다."
아누아르는 110만원을 받게 되었다.
그의 지푸라기 잡기 작전은 결국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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