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져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정영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09년 북한 공동신년사설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에서 "외국에서의 투자 활성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강국 건설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는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집단주의'와 '자력갱생'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외 경제 부문에서의 기대감을 낮췄다는 대체적인 분석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명명하고 있다.
정영철 연구위원은 "북미관계 호전과 테러지원국 해제, 중동 및 유럽 등지로부터의 투자 활성화 조짐, 그리고 중국 러시아 등과의 협력체제 강화 등 외적 여건의 호전과 내적으로는 2008년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의 가시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한 분석의 근거를 제시했다.
"유경호텔 완공 여부가 지표 될 것"
정 연구위원은 이어 "경제건설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예상된다"며 "자력갱생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생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역이나 외부 자원 및 자본의 도입이 요구되기 때문이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대외적인 여건도 일부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남북경협이 위축되어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을, 다른 한편으로 외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자력갱생이란 말은 남북경협의 위축이라는 제한적인 원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올해가 북중수교 60주년인 점을 들어 "신의주-단둥의 연계 개발이나 자원개발 협력 및 중국의 대북 투자 등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대규모 경제지원 혹은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북한 경제 형편에서 4년 정도 시간에 '선진국의 도시 중산층' 수준의 삶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북한은 2012년에 그에 도달할 수 있는 토대를 건설하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리모델링중인 유경호텔의 완공 여부가 북한이 그 수준에 도달했는지의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북핵 협상, 상반기 '돌출 행동 자제' 하반기 '위기' 가능성
신년사설에 나온 대외정책을 분석한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공동사설에 등장한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며, "현재 6자회담이 검증합의서 도출 문제로 교착상태이나 협상 여지는 있다는 것을 차기 미국 정부에 전달하려는 의사"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 출범 초반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임수호 연구원은 "이번 신년 사설에서는 북한이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표명함에 따라 당분간 6자회담의 틀 자체를 깰 수 있는 돌발적인 행동은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임 연구원은 "올 상반기 북한이 돌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6자회담에서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이 지속된다면 상반기 내에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하는 한편 '엄격한 검증'을 강조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란 것인데, 그는 "따라서 6자회담에서의 협상이 계속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핵사찰이 난항을 겪게 되면 대북제재 국면이 조기에 발동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북한이 핵문제에 협력하지 않는 경우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오바마-바이든 플랜'에 따른 분석이다.
그는 "국제 제재 국면으로 돌입하면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초강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제3의 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임 연구원은 "공동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가 '예상 외로' 높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패당', '역도'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향후 6자회담이 교착되거나 핵사찰이 난항을 겪게 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남북 당국관계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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