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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禽(금)/合(합)/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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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禽(금)/合(합)/令(령)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4>

한자의 상형설을 듣노라면 참 재주가 좋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해서 저 어려운 내용을 표현했을까 하는 것들이다. 일정한 형체가 없는 것들을 상형했다는 얘기들이 그렇다. 전에 살펴봤지만 '흙'인 土(토)가 흙을 럭비공처럼 뭉쳐 세워 놓은 것을 그렸다는 식이다.

'쇠'인 金(금) 역시 일정한 형체가 없다. 따라서 이런 것을 상형하자면 골머리를 싸매야 했을 것이다. 쇠붙이의 어떤 상황을 상형해야 하나?

<그림 1>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왼쪽에 있는 점은 1개부터 4개까지 다양하고 위치도 지금 글자꼴처럼 양쪽으로 나뉘어 들어가거나 한 공간에 몰려 들어가기도 하는 등 가지가지다. <설문해자>는 今(금)을 발음기호로 지목했는데, 현대의 학자들은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상형으로 설명한다. 광석을 녹여 형체를 만드는 거푸집 모양이라거나, 두 개의 쇳덩어리와 쇠를 녹이는 도가니 모습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今의 옛 모습이 <그림 3>이다. 가로획은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지금까지 한구석에 남아 있는 亼(집)이라는 글자가 今의 이체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림 1>은 이 今자에 王(왕)자 형태가 더해진 것이다. 가로획(점) 두 개가 한쪽으로 밀려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金은 '今+王'의 합성자일 수 있다. 점이 하나뿐인 것은 亼 형태의 변형이 들어간 것이고, 점이 네 개씩 들어간 것은 <그림 2> 같은 모습을 보면 장식적인 필요에 의해 개수를 늘린 것뿐이다. 今이 발음기호라면 王 부분이 의미 요소여야 하는데, 이를 玉(옥)으로 보면 어느 정도 연결이 된다. 옥처럼 귀중한 것인데 종류가 조금 다르니 별도의 발음기호를 붙인 것이다. 金은 '今+玉'의 형성자인 듯하다.

金과 마찬가지로 今을 발음기호로 가지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 '날짐승'인 禽(금)이다. <그림 4> 같은 소전체로만 가도 윗부분에 今자가 뚜렷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아랫부분을 새 잡는 그물이라 해서 상형 식으로 설명한다. <그림 5> 같은 모습에서 나온 얘기다.

그러나 禽의 아랫부분은 离(리)라는 글자다. 짐승의 모습을 한 산신을 가리키는 글자라고 하지만, 이는 禺(우)와 같은 글자다. 결국 禽은 今이 발음기호, 离=禺가 의미 요소인 형성자다. 禺는 원숭이의 일종을 가리키는 글자라고 하는데, 禺와 离와 禽의 의미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비슷한 언저리에 있다. 딱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전승 과정의 오차로 설명될 수 있다.

合(합)은 여기서 今의 이체자로 본 亼과 口(구)를 합친 글자다. 단지 아가리(口)와 뚜껑(亼)이 꼭 맞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의 설명들이 있지만, 亼의 발음(今의 발음과는 좀 달라졌다)과 合의 발음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아 亼=今을 발음기호로 볼 수 있겠다. 口가 의미 요소라면 입을 '다물다' 정도의 의미였을까?

그런데 合이 亼=今과 口를 합친 구조라면 진짜 '今+口'인 含(함)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合이 '今+口'의 구조임을 이미 잊어버린 상태에서 새로이 '今+口'인 含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合과 含이 같은 글자에서 모양과 의미의 중점을 약간 달리해 분화했을 수도 있다. 含의 '머금다'와 合의 '합하다'('다물다')의 의미가 어느 정도 상통한다.

令(령)은 <그림 6> 같은 모습이 전형적이어서 꿇어앉은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그렸다는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亼은 口의 변형이라 해서 명령을 내리는 것을 나타냈다거나, 명령 내릴 때 쓰던 목탁이나 명령을 내리는 집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今 계통의 발음이 念(념)으로 이어졌다고 볼 때 令의 발음 역시 그 근처에 있다. 令에서 亼=今을 발음기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卩(절) 부분은 人(인)의 변형이어서 그것이 의미 요소일 수 있다. '하인'을 나타내는 형성자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亼과 발음이 비슷한 食(식)의 윗부분이나 令과 발음이 비슷한 侖(륜)의 윗부분 역시 모두 발음기호 亼=今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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