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 시도
북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북은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기초공업부문을 강조하며 일정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는 한국이 비료 지원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이 증가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평양 개건 사업 등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가 초고전력 전기로를,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대형 산소분리기를 완공했고, 예성강 및 성천강 등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기초공업에서도 나름대로 발전이 있었다.
북은 이러한 성과에 기초해서 강성대국 성취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강성대국 대문을 열 기간은 이제 불과 4년 밖에 남지 않았"다며 "강성대국 건설을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은 아직도 많은 난관을 앞에 두고 있다. 특히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문제는 '강성대국' 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와의 관계 개선도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4년 안에 강성대국을 달성하겠다는 북은 이제 갈림길에 서 있다. 에너지 문제를 국제공조 속에서 해결하고 북미관계를 적극적으로 전환시킬 것인지, 적대적 북미관계를 유지한 채 독자적인 에너지 공급을 추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분기점에 선 것이다.
북은 미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미국과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시도해 볼 것이다. 북은 이러한 협상을 시도하여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핵무기'를 쥐고 '마이웨이'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2009년 안에 결정하려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힐러리 국무장관 지명자 ⓒ로이터=뉴시스 |
한편 '변화'를 내세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여러 가지 난제와 씨름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비롯해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국내외적으로 난제들이 쌓여 있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인 국가안보 영역에서는 테러리즘과 핵무기 확산이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부각되기 시작한 이 안보위협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상존한다. 최근 발표된 여러 가지 안보 보고서들도 이 두 가지를 가장 큰 위협으로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정권은 적어도 안보정책에 있어서는 대테러전쟁과 반확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것이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테러전쟁과 실질적으로 관계가 없는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고 군사력을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해 실질적인 대테러전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것도 국방공약의 핵심 사안의 하나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서 "전세계 핵무기의 극적인 감축"을 임기 말까지 달성하고, "무기용 핵물질 생산의 검증 가능한 중단" 등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 확산의 방지를 위해 국제 비확산 레짐의 핵심 요소인 핵무기비확산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2005년 NPT 평가회의가 내용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종결됐던 사실을 감안하면, 2010년 4~5월에 개최될 NPT 평가회의는 비확산 레짐의 사활이 걸렸다고 할 만한 중요한 고비이다. 부시 행정부가 내세웠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변화'시켜 다자주의와 외교주의를 강조하는 오바마 외교안보 정책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도 2009년은 갈림길이다. '북핵문제'와 '이란 핵문제'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 오바마 정부가 원하는 대로 2010년 NPT 레짐의 강화로 가느냐, '북핵문제'와 '이란 핵문제' 해결에 실패해 2010년 NPT 레짐 붕괴의 수순을 밟기 시작하느냐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하여 미국도 2009년에는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더 큰 정치적·경제적 보상책을 제공하면서 더 큰 비확산 보상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구조적 조건인 것이다.
'빅뱅' 두고 실용주의자와 주술주의자의 힘겨루기
북의 구조적 요인과 미국의 구조적 요인이 이렇게 맞물리는 2009년은 '빅뱅'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정부의 이해관계가 우선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보자는데 있다는 점에서 '빅뱅'은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포함하는 '핵융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그러한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빅뱅을 막으려는 세력이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돈줄'을 쥐고 있으면 빅뱅은 불발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일부는 기차 하나가 탈선하거나 주저앉기를 기대한다. 심지어는 '터프하며 직접적인 외교'가 실패하여 양자가 강경책으로 선회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믿음은 돈 몇 푼이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졸부의 치기다. 미국은 국제금융기구의 돈줄을 열 수 있고, 북은 자체적 에너지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빅뱅'의 실패는 '핵폭발'과 같은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려는 것이다. 이들의 믿음은 실패가 성공이고, 재앙이 축복이라는 주술적 미신이다.
2009년 북미관계는 '빅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 빅뱅이 '핵융합'이 될지, '핵폭발'이 될지는 북미관계 구조의 현실적 의미를 천착하는 실용주의자와 북미관계에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주술주의자 사이의 힘겨루기로 결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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