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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지금 핵실험을 하려 할까?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핵실험 강행'은 너무 성급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제 기정사실화되는 양상이다. 23일 '물리적 대응조치'라는 표현에서 24일에는 '높은 수준의 핵실험, 26일에는 '핵실험은 민심의 요구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김정은 제1비서가 고위 간부들과 모인 자리에서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까지 표명했다 하니 핵실험 시계를 되돌리기는 어려워진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이 왜 지금 핵실험을 감행하려 할까'에 대해 의문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곧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지금은 북한이 좀 더 시간을 갖고 주변정세의 변화를 살펴볼 시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2009년 오바마 1기 정부 출범 시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를 냉각시켰던 전철을 북한은 또다시 반복하려 하는 것일까?

북한식 맥락으로 살펴보면...

북한이 한미의 권력이 변동되는 미묘한 시기에 '핵실험'이라는 강경조치에 나서게 된 이유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논리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의 행동을 북한식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 4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제기되던 핵실험설이 사그라든 뒤인 같은 해 7월 북한은 갑자기 외무성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문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들고 나왔다.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체포됐다는 전영철 씨 사건이 문제였다. 동상파괴라는 특대형 음모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한 진상이 드러났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문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2년 8월 발표된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핵무기고가 계속 확대 강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이 실지 행동으로 용단을 보여준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통해 대미경고의 이면에는 미국과의 대화의지가 강력히 자리 잡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러한 기조는 2012년 연말까지 계속된다. 2012년 11월 10일자 <조선신보>는 "오바마 대통령은 거시적 관점에서 조미(북미) 대화의 역사를 총괄할 필요가 있다"며 클린턴 정부 시기 이뤄진 '북미 공동 코뮈니케'의 내용을 상기시켰다. 북한이 지금까지 요구해 온 것이 '북미 공동 코뮈니케'의 내용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대북적대 정책을 포기해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할지 대북적대 정책을 지속해 북한의 핵무기고가 늘어나게 할지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경고와 함께 대미 대화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같은 달 12일자 <노동신문>에서도 "미국이 빈말로서가 아니라 실천행동으로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북한)는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대미 유화 메시지가 표출됐다.

북한의 대미 경고 겸 협상의사는 직접적인 채널을 통해서도 미국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21일자 <조선신보>를 보면, 북한은 2012년에 미국 NSC(국가안보회의)와 CIA(중앙정보국) 관계자를 통해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는다면 핵보유가 장기화되고 핵 억제력이 현대화, 확장된다는 결론"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신보>는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핵문제와 관련한 최후통첩'이라는 표현을 썼다. "오바마 정권이 염두에 두어야 할 대북정책의 지침을 사전에 통고하고 핵문제와 관련한 최후결단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문제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2012년 7월 이후 반년 가까이나 자신들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표출하며 기다려 온 만큼, 미국이 최종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돌아온 것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가 묵살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입장은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의 적대시정책에는 말로써가 아니라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북한식 논리로 살펴도 '핵실험 강행'은 너무 성급

물론,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본 상황이다.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지만 않았다면 유엔 결의안이 나왔을 리 없고, 북미대화도 현재 가능성을 이어가며 시기와 형식을 놓고 조율 중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2012년 12월의 로켓 발사는 자주적인 권리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관철이라는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국제사회의 제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로켓 발사가 유엔 결의안을 불러왔다는 논리를 인정하기 힘들고, 자신들의 행위에서 비롯된 유엔 결의안도 '북한의 대화요구에 대한 미국의 묵살'로 이해되는 것이다.

▲ 김정은 제1비서가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갖고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설사 북한식 논리를 100% 수용한다고 해도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데는 너무 성급한 감이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화요구를 묵살해 강경조치로 선회한다고 하나 최후통첩을 보낸 시점이 너무 빨랐다. 한국과 미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이라면 적어도 몇 개월 동안은 추이를 지켜본 뒤 최후통첩을 보내도 늦지 않았다.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가 지속된다고 하나 2기 정부는 각료 성향 등에 따라 대북정책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고,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의 의견 조율과정에서 대북정책의 변동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북·중 간의 관계를 생각해도 그렇다. 북한에 있어 최후의 보루는 결국 중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더라도 강경조치에 나서기 전에 최소한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 김정은 제1비서의 경우 김일성 주석처럼 항일투쟁에서 비롯된 중국 지도부와의 정서적 유대감도 없는데, 중국 지도부와의 유대 강화 노력 없이 강경조치에 나서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김정은 체제, 1차 고비 맞나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단호한 결심'을 실행하려 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잘 된다면 그들이 공언한 것처럼 핵무기고를 늘리고 장거리로켓 능력도 향상시켜 명실상부한 대량살상무기 주요 보유국이 된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장에 다시 마주앉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할 엄혹한 고립과 제재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는 과연 이 고비를 넘을 수 있을까? 집권 2년차를 맞는 김정은에게 올해는 엄혹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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