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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충돌론'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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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충돌론'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타계

수많은 논쟁 불러일으킨 당대 최고 석학

'문명충돌론'의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24일 타계했다. 향년 81세.

하버드대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하버드대에서 58년간 근무하다가 2007년 은퇴한 헌팅턴 교수가 매사추세츠의 요양 시설 마서즈 빈야드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인은 심장과 당뇨 질환이었다.

18살에 예일대를 졸업한 헌팅턴은 시카고대에서 석사학위를 하고 하버드대에서 23살 때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 교수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과 존 올린 전략연구소 소장, 미국 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기획 조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 작고한 새뮤얼 헌팅턴 교수 ⓒ로이터=뉴시스
포스트 냉전 시대 새 패러다임 제시…논란도 많아

헌팅턴은 1993년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을 보강해 96년 발간한 <문명의 충돌>에서 냉전 이후의 세계에서 갈등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 등 전 세계 주요 문명간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며, 문명 사이의 경쟁과 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전 세계 39개 언어로 번역됐고 탈냉전 후의 세계를 읽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명충돌론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 오기도 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서방과 이슬람 세계의 관계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도 그의 이론이 있었다.

독일 정치학계의 석학이자 평화운동가인 디터 젱하스는 <문명 내의 충돌>이란 저서를 통해 인류 문명은 각 문명권 안에서 정치적, 사회적 세력 관계로 인한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이러한 문명 내의 충돌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에 근접한 관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인 고(故) 에드워드 사이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헌팅턴의 이론이 '서방 대 반서방'의 대립 의식을 부추겼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논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헌팅턴은 지난 2007년 잡지 <이슬라미카>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론은 국가관 관계에서 문화적 정체성과 적대감 및 제휴(affiliations)가 유일한 역할을 한다는 게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4년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 미국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것들>에서도 멕시코 이민자의 대량 유입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정체성과 국가적 단일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또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었다.

民-軍 관계 연구 최고 권위자

헌팅턴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민주주의, 정치발전 등과 관련된 저서를 단독이나 공동으로 17권이나 집필했다.

그는 정치학자로서 초기에는 군과 민간 정부 관계, 쿠데타 등에 대한 분석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첫 번째 저서도 민과 군의 관계를 정치적 이론을 통해 분석한 <군인과 정부>였다.

이 책은 1957년 발간돼 현재 15판이 나왔을 정도로 지금까지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고, 발간 50주년을 맞아 작년에 열린 미 육군사관학교 심포지엄의 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헌팅턴의 60년 지기인 헨리 로소브스키는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세계인들이 그의 아이디어들을 공부하고 논쟁했다"며 "지난 5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헌팅턴이 펴낸 모든 책이 충격을 줬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의 일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헌팅턴의 장례식은 그가 40년간 여름 휴가를 보냈던 마서즈 빈야드에서 치러질 예정이며 하버드 대학은 내년 봄에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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