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皿(명)/巫(무)/亞(아)/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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皿(명)/巫(무)/亞(아)/丘(구)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3>

'맏아들'인 孟(맹)은 子(자)와 皿(명)을 합친 글자다. '아들'인 子가 의미 요소로 들어간 것은 바로 알겠는데, '그릇'인 皿은 왜 들어갔을까?

회의자식 이해의 병폐는 이런 데서 두드러진다. 중국 남방 이민족 가운데 맏아들을 잡아먹는 습속을 가진 곳이 있는데,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햇곡식이나 새로 빚은 술 등 첫물을 조상에게 바치던 습속의 연장으로 보기도 하고, 약탈혼 시절 첫 아이를 자신의 씨로 인정치 않은 때문이라고도 한다. 회의자 내지는 장면상형의 설명이다.

그런데 한자는 황하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고 쓴 글자였다. 외국의 기이한 습속을 반영해 자기네들이 쓰는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주변에 그런 풍습을 가진 이민족이 있다는 사실이나 알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孟은 子를 의미, 皿을 발음으로 하는 형성자로 보면 간단하다. '맹'과 '명'의 차이(중국말로는 '멍'과 '민'의 차이)조차 같은 발음으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얘기를 끌어다 붙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형이나 회의에는 너무 후하고, 형성자에는 너무 인색하다.

각설하고, 여기서 나온 皿은 그릇을 상형했다는 글자다. 필자는 형성자에 후하고 회의자는 거의 인정치 않으며 상형자에는 인색한 편이라 皿조차도 상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림 1, 2> 같은 모습은 그릇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다만 단면도를 그렸다는 것이 가능한 발상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런데 지금 모습의 뿌리가 된 <그림 3>의 소전체나 <그림 4> 같은 모습을 보면 <그림 1, 2>가 원형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비슷한 모양이지만 <그림 4> 같은 모습이 원형에 가깝고 후대에 이를 '그릇' 모양과 비슷하게 꾸민 것이 <그림 1, 2>라면?

<그림 5>는 '金+皿' 형태의 글자다. 이런 형성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皿이 그릇의 상형이 아니라 가차자로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림 4>에서 출발하자면 지난 회에 나온 卯(묘) 같은 글자와 비슷한 모양임이 눈에 띈다.

巫(무)는 무당의 주술 도구를 그렸다는 등 상형을 전제로 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림 6> 같은 기하학적인 글자꼴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한 것인데, 이것이 원형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금 모습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그림 7>조차도 상당히 정형화된 모습인데, 역시 卯·卵(란) 등의 원형을 상정할 수 있다. 巫의 발음이 卯 계통 貿(무) 등과 일치한다.

亞(아)는 곱사등이가 마주 서 있는 모습이라는 <설문해자>의 얘기는 이미 폐기된 셈이고, 지금은 무덤이나 종묘, 왕궁 같은 건축물을 그렸다는 얘기가 많다. 역시 기하학적인 모습이라서 변형임을 전제해야 하니, 이런 설명들은 마뜩찮다. <그림 8>은 <그림 6>과 똑같은 이미지고, <그림 9>는 <그림 7>이나 <그림 4> 등과 이어진다.


丘(구)는 갑골문이 <그림 10>과 같은 모습이어서 산봉우리 두 개를 그렸다고 한다. 山(산)보다 산봉우리가 하나 적으니 산보다 약간 낮은 '언덕'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쓴웃음을 짓게 하는 발상이다.

<그림 11>을 보면 皿의 옛 모습인 <그림 2>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들 글자들과 연관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丘의 발음이 皿 등으로 가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를 전제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 점은 亞 역시 마찬가지다. 다소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그림'상으로는 이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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