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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량)/卯(묘)/卵(란)/夗(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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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량)/卯(묘)/卵(란)/夗(원)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2>

良(량)의 갑골문은 <그림 1>처럼 나타나는 것이 많다. 무슨 모양인지 종잡기 어렵다. 回廊(회랑)과 가운데에 건물을 그렸다거나, 곡물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내는 도구를 그렸다는 식의 설명이 있다. 모두 상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고 있는 설명들이다. 아니, 이 그림만 보고 그런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 갑골문은 <그림 2> 같은 모습이 단순화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금문의 <그림 3>으로 연결되고 다시 <그림 4>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모양들이다.

필자는 <그림 2> 같은 모습을 기준으로 申(신)자와의 연관 가능성을 추측해보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申의 옛 모습인 <그림 5>의 중간에 네모꼴이 더해져 있을 뿐이고, 申의 지금 글자꼴에 있는 曰 부분은 <그림 3, 4>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申이 人(인)이나 身(신)=臣(신)과 연관된다고 보면 그들과 닮은 점도 조금은 있다.

良이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냐는 미결인 채로, 이 글자는 卯(묘)와 비슷한 모양임이 눈에 띈다. 卯는 <그림 6>처럼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그림 1>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양쪽의 꺾쇠 비슷한 부분은 네모꼴이 두 세로획 뒤로 숨어 일부가 지워진 형태다. <그림 1>에서 네모꼴을 앞에 배치해 세로획 부분이 일부 가려졌다면, 여기서는 세로획 부분을 앞에 배치해 네모꼴 부분이 일부 가려진 차이뿐이다.

그렇더라도 良과 卯는 발음 차이가 있다. 그런데 良은 일본식 발음에서 받침이 떨어져 '료/류'다. 卯의 발음을 이어받은 글자들 가운데는 柳(류)·留(류)처럼 초성이 ㄹ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발음에서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두 글자의 모양과 발음을 섞어 놓은 듯한 것이 卵(란)이다. 卵은 형태상으로 두 세로획 밑에 가려진 것이 口 형태가 아니라 曰 형태일 뿐이고 이는 <그림 3, 4>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발음은 良과 비슷하다. 良 계통 글자들이 거의 朗(랑)·浪(랑)·郞(랑) 등 '랑' 발음으로 나타나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가깝다.

卯에 대해서는 제사에 쓸 희생물을 두 쪽으로 갈라 놓은 모습이라거나, 음식물을 저장하기 위해 땅속에 만들어 놓은 움을 그렸다는 얘기가, 卵은 수초에 붙어 있는 개구리나 물고기 알을 그렸다는 얘기가 있지만 역시 상형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있다. 게다가 良-卵-卯로 이어지는 글자 모양과 발음을 보면 이렇게 제각기 지금 남아 있는 의미를 가지고 꿰맞추기를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세 글자는 본래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怨(원)·苑(원)의 발음기호로 쓰이는 夗(원)은 '누워 뒹굴다'의 뜻이라고 한다. 夕(석)과 㔾=卩(절)을 합친 형태로 돼 있지만 이 두 글자를 합쳐 그런 뜻의 글자를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그 의미 자체도 허구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

모양을 보면 卯와 거의 같다. 오른쪽 㔾은 卩의 세로획 끝을 구부린 것에 불과하고, 夕 부분도 획을 정리하기에 따라서는 卯의 왼쪽과 같아질 수 있다. 발음은 卵과 가깝다. 역시 이들 글자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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