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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12>

눈이 내리는 날은 공연히 들뜹니다. 눈처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날씨는 쌀쌀하고 찬바람은 볼을 때리는데 포근한 기운 같은 걸 느낍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래 못 만난 그리운 벗한테서 연락이라도 올 것 같은 느낌으로 서성입니다.

김종해 시인은 차가운 눈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김종해 「눈」 전문

눈은 가벼워서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포근하다는 것입니다. 가벼워지지 않으면 업고 있을 수 없지요. 춥지 않았으면 비가 되어 적실 것들이 눈이 되어 우리에게 옵니다. 때로는 칼칼하게 추운 인생이 더 우리를 더 아름답게 합니다. 춥기 때문에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합니다. 춥기 때문에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지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견디기도 합니다. 눈은 내리지만 즐거워집니다.
이런 날 나도 가벼워져 누군가를 업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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