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妃(비)/配(배)/辟(피)/皮(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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妃(비)/配(배)/辟(피)/皮(피)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1>

色(색)·邑(읍)에서 아래 巴(파)가 卩(절)의 변형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정작 巴로 보이는 글자가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妃(비)·配(배)처럼 己(기)로 변하는 것이다.

妃는 <그림 1>의 갑골문을 보면 己도 아니고 아예 巳(사)다. 己와 巳가 일찍부터 혼동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결국 현재의 모습처럼 갑골문 시대에 이미 巴라는 뿌리는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발음은 아직까지 巴의 언저리에 남아 그것이 발음기호였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巴의 모습이 유지된 肥(비)와 완전히 일치하는 발음이다.

配는 <그림 2>처럼 지금의 己 부분이 卩로 돼 있다. 그러나 역시 발음상으로 보면 그것은 巴의 변형이다. 色·邑과는 반대 방향으로의 변화다. 卩과 巴가 상당히 비슷한 모양이었다는 얘기고, 어쩌면 그 둘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配는 지금 '짝'의 뜻으로 쓰이고 있으나 '술'을 나타내는 酉(유)가 의미 요소이니 본뜻은 다른 것이었겠다. 거기서 파생 또는 가차돼 현재의 의미가 된 것이다.

壁(벽)·僻(벽)·避(피) 등의 발음기호인 辟(벽)은 오른쪽의 辛(신)과 왼쪽 요소로 나뉘지만 왼쪽은 지금 글자로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꿇어앉은 사람(卩)과 형벌 도구(辛), 그리고 그 도구로 도려낸 살점(口) 식으로 설명하거나, '둥근 옥'인 璧(벽)을 염두에 두고 口 부분을 옥의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그림 3~5>).

이런 어설픈 설명을 믿기는 어렵다. 문제의 동그라미 부분은 옛 모습들을 보아도 尸 쪽에 붙은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제3의 요소로 보는 것은 구성을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 5>를 보면 동그라미는 오히려 辛 쪽에 붙어 있는데, 이것이 힌트가 된다. '辛+口'가 한 글자고 왼쪽의 卩 비슷한 것이 한 글자다. 卩은 巴의 변형으로 발음기호가 될 수 있다. '辛+口'는 辛이 형벌 도구라는 얘기를 믿기 어렵고 더구나 떼어낸 살점 운운하는 것은 너무 꿰맞추기다. '辛+口'는 바로 言(언)으로 볼 수 있으니 辟은 巴가 발음, 言이 의미인 형성자다. 지금 남아 있는 의미 가운데 '밝히다' 정도와 맞아떨어지는 의미 요소다.

皮(피)는 '가죽'의 뜻이어서 손으로 짐승 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렸다는 글자다. <그림 6>이 전형적인 모습이고, 아래에 손인 又(우)의 모습이 확연하다. 문제는 윗부분을 그림의 일부인 가죽 벗겨진 짐승으로 볼 것이냐, 별개의 글자로 볼 것이냐다. 전자라면 장면상형이고 후자라면 합성자다.

좀더 지금 모습과 비슷한 <그림 7>을 보면 윗부분이 巴와 비슷하다. 皮의 발음이 巴와 비슷하니 그것을 발음기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6>이 지금 巴의 모습과 많이 달라 보인다면 <그림 8> 같은 巴의 옛 모습을 보면 된다. 아랫부분이 조금 복잡해져 <그림 6>의 중간 부분처럼 변할 수 있다.

皮의 발음을 이어받은 글자들은 彼(피)·被(피)·疲(피)·坡(파)·波(파)·破(파) 등 꽤 여럿이다. 모두 모양이 그대로고 발음도 약간만 변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변화의 폭이 조금 커서 그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하게 설명되는 글자가 服(복)·報(보)다.

服은 <그림 9>와 같은 모습을 토대로 사람(卩)을 억지로 잡아(又) 배(月=舟)에 태운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月 부분은 凡(범)의 변형으로 보아 발음이고,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사람을 잡아 굴복시킨다는 의미 요소로 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부분적으로나마 장면상형이다. <그림 9> 중앙의 卩 형태가 자주 호환되는 巴라고 보면 오른쪽 又와 합쳐 皮가 된다. 그것이 발음기호다. 그렇다면 왼쪽 舟(주) 형태의 것이 의미 요소일 텐데, '배'로 보아서는 의미 연결이 어렵다. 글자가 다소 미심쩍기는 하지만 冃(모)라는 글자가 '덮다'의 뜻이라고 보면 의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옷을 입다'나 '복속시키다' 같은 의미가 나올 수 있다.


報의 옛 모습은 <그림 10>과 같다. 쇠고랑(幸) 찬 죄인을 무릎꿇려 놓은(卩) 모습이라는 것이다. 又는 무릎을 꿇리기 위해 더해진 손이다. 그러나 역시 장면상형이며, 역시 '卩+又' 형태를 발음기호 皮로 분리해내면 왼쪽에 幸(행)이 남는다. 역시 그것이 의미 요소겠다. 幸은 辛의 복잡한 모습이거나 거기에 불분명한 어떤 요소가 들어간 것임을 생각하면 '辛+口' 형태인 言이 이렇게 와전됐을 수 있다. 그렇다면 報는 '言+皮'의 구조가 된다. 言은 '알리다'의 의미 요소로 적합하다.

발상을 조금 바꾸어 오른쪽 又 형태를 동그라미의 변형으로 본다면 이는 辟과 같은 구성일 수 있다. 즉 왼쪽 幸은 辛이고 거기에 오른쪽 又=口를 합쳐 言이 되며 중간의 卩은 巴의 변형, 곧 辟에서 尸에 해당하는 부분이 된다. 辟의 의미가 '밝히다'라고 했으니 이는 報의 '알리다'와 거의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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