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却(각)/厄(액)/色(색)/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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却(각)/厄(액)/色(색)/邑(읍)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100>

卽(즉)에서 卩(절)이 발음기호라고 한 것이 뜻밖이었겠지만, 사실 卩이 들어간 글자들 가운데 이를 발음기호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문해자>는 오히려 卽에서의 卩을 발음기호로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却(각)의 경우 왼쪽 去(거)가 谷(곡)으로 바뀌어 있는 卻 형태의 이체자를 근거로 谷을 발음기호로 보기도 한다. 오른쪽은 꿇어앉은 사람의 모습을 통해 '절제하다'의 뜻을 나타낸 의미 요소라는 것이다. 谷 부분은 '골 곡'이 아니라 '웃을 각'이라는 별개의 글자였다고 보기도 하나, 필자의 체계에서는 谷과 去가 같은 글자의 변형으로 보고 있으니 '곡'과 '각'의 구분은 더욱 황당한 얘기다.

어떻든 오른쪽을 꿇어앉은 사람의 모습으로 보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그림이 아니라 글자여야 한다. 却은 분명히 去와 卩이라는 두 요소를 합친 합성자다. 去가 '가다'의 의미고 却이 '물리치다' '그치다'의 뜻이라면 去 부분은 의미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卩은 발음기호로 정리된다. 초성이 조금 많이 변한 듯하지만, 卽을 들이대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厄(액)은 戹(액)의 속자다. 지금은 두 구성 요소가 모두 달라진 셈이지만, 다른 곳에서 戶(호)와 厂(한)이 같고 㔾=卩과 乙(을)이 모두 人(인)의 변형이라고 얘기한 것을 떠올리면 결국 같은 구성임을 알 수 있다.

이것 역시 낭떠러지(厂) 밑에 사람이 쭈그리고 있는 모습(卩) 식으로 상형적인 설명을 한다. 그러나 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卩이 발음으로 보인다. 却과 厄은 초성이 약간 다르지만 ㄱ/ㅇ의 비교적 가까운 발음이다. 卽과도 비슷한 발음이다. 戶=厂을 의미 요소로 해서 '집이 좁다'였겠다.

色(색)은 윗부분이 人의 변형이고 아래 巴(파)도 소전체인 <그림 1>로만 가도 卩의 변형임이 확연하다. 그래서 이 글자에 대한 해석은 무릎꿇은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등장하는 온갖 장면의 경연 무대다. 군사를 맡기는 兵符(병부)를 줄 때 얼굴빛을 살펴 믿을 만한가 판단했다는 설명에서부터 몸을 편 기쁨과 무릎 꿇은 비애가 부절 맞추듯 얼굴 빛에 나타난다는 식의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들이 수두룩하다.

급기야는 남녀의 사랑의 순간을 그려낸 것이라며 특정 체위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 사랑의 순간에 나타나는 흥분된 얼굴빛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앞서의 설명들이 너무 황당해서인지 요즘에는 이 설명 쪽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무슨 음란 비디오 화면을 캡처한 것도 아니고, 이런 장면까지 상형해 글자를 만들었을까? 이것 역시 전형적인 '장면상형'이다. 卽과 발음이 비슷한 色에서 아래 巴는 卩의 변형으로 그것이 발음기호다. 다만 위의 人이 의미 요소일 텐데 그것이 人인지 다른 글자의 변형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色의 발음이 卩과 직결되는 것은 그 발음을 이어받은 絶(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絶은 '끊다'의 의미 때문인지 오른쪽 윗부분을 굳이 '칼'인 刀(도)로 보려는 설명들이 많다. 실(糸)과 칼(刀)로 '끊다'의 의미를 나타냈고 卩은 나중에 추가됐다는 것이다.

추가된 卩은 의미 요소로도 보지만 발음기호로 본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따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色 자체가 발음기호다. 色을 발음기호로 보기에는 발음이 멀어보여 이상하게 돌아간 것이다. 色이 卩의 발음을 이었다면 絶에서 色을 발음기호로 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糸+色'의 형성자다.

邑(읍) 역시 <그림 2>를 보면 아래 巴는 卩의 변형이다. 위 口는 성읍을 나타낸 囗(성/정)이다. 그러나 두 요소 모두 의미로 본다. 사람(卩)이 살고 있는 성읍(囗)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굳이 넣어 설명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어쩌면 '영토+국민+주권' 하는 식의 현대 정치학 이론이 투영된 해석인지도 모르겠다.

이것 역시 卩을 발음으로 보면 깔끔하다. 囗이 의미, 卩이 발음인 형성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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