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뒤질세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여차하면 3선 개헌에 띄어들 태세여서 2009년 중남미는 개헌 열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반미와 친미로 대표되고 있는 차베스와 우리베의 3선 문제는 양국 입법기관과 국민들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이 문제를 놓고 미국의 한 방송사가 친미로 대표되는 콜롬비아 대통령을 미화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유력 뉴스채널 <CNN>의 스페인어 방송은 최근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치적을 부각시키면서 그의 3선 개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특집방송을 시리즈물로 방영했다.
이 방송은 우리베 대통령이 남미 민주주의의 본보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면서 이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그의 3선 출마는 당연하다는 식의 논조를 내세웠다. 우리베 대통령의 3선을 현지 정치권이 아닌 미국 방송사가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고 바람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당사자인 우리베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인 치적 홍보에는 열성을 보이고 있지만 3선 출마나 개헌 논의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재선 도전을 위해 현지 정치권에 광범위한 뇌물 공세를 편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렀고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까지 거론된 바 있는 과거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콜롬비아 정부 |
1952생인 우리베는 명문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친 엘리트 변호사 출신으로 메델린시장, 상원의원을 발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콜롬비아 중앙 정치권에서 기득권층을 대표했던 그는 지난 2002년 대권에 도전해 당선됐다.
열렬한 신자유주의 신봉자인 우리베는 부시 미 행정부의 중남미 정책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미군의 협조를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길러낸 그는 콜롬비아 내 무장혁명세력들과 정면승부를 걸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던 콜롬비아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베는 또 시장개방을 통한 외자유치에 성공, 가시적인 경제 성장도 함께 이끌어냈다고 주장한다. 콜롬비아 내 중산층 이상 부유층들이 지지층인 그는 자신의 치적을 내세운 여론몰이를 통해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임기는 2010년까지다.
콜롬비아 정치권에 정통한 현지 평론가들은 "우리베가 2010년 3선 도전을 해볼 의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개헌 등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며 "콜롬비아 의회가 얼마나 신속하게 개헌논의를 마무리 짓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어 "만일 콜롬비아 의회가 개헌안을 놓고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우리베로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4년 후인 2014년 개헌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콜롬비아 현지의 정치 상황이 이처럼 복잡 미묘한데도 불구하고 언론, 그것도 미국계 방송사가 우리베의 3선 출마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된 최근의 보도 내용은 우리베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CNN>이 우리베의 3선은 긍정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차베스의 3선은 권위주의적인 독재주의자의 발상이라고 맹비난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기자연맹(FELAP)은 최근 공식성명을 내고 "3선 출마가 우리베는 되고 차베스는 안 된다는 식의 보도 기준이 뭐냐"고 따지고 "<CNN>이 독립언론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들이 정한 잣대를 기준 삼아 누군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보도 방식은 언론으로써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FELAP은 이어 "<CNN>의 주장대로 콜롬비아가 우리베의 탁월한 지도력 하에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면 베네수엘라 역시 차베스의 주도하에 시작된 21세기 볼리바리안 혁명의 완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FELAP은 이 성명의 말미에 <CNN>이 우리베의 3선을 홍보하면서 내세운 정치적인 치적들과 차베스가 임기 동안 이룬 정치적인 치적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때 한쪽만 지나치게 미화시킨 감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윤리규정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베네수엘라 정부 |
한편, 우리베와 차베스의 3선 개헌 논의가 중남미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하자 느닷없이 브라질의 일부 언론들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의 지도력과 임기 동안 달성한 경제성장률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의 이 같은 룰라 칭송은 오는 2010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인 노동자당(PT)의 인물부재 속에서 나온 결과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상 최악이라는 부정부패, 각종 뇌물 파동에 연루되어 '포스트 룰라'를 겨냥했던 노동자당 중진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정치권을 떠난 후 야권을 압도할 인물이 없다는 게 룰라는 물론 여당의 딜레마다. 따라서 룰라 역시 '3선 개헌'이라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고 차베스로 시작된 개헌 바람과 3선 도전문제가 이래저래 2009년 중남미 정치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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