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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강도의 소굴'로 만들 셈인가

[김민웅 칼럼]<27> YTN사태의 의미와 우리의 할 일

* 다음은 지난 2008년 12월 10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에서 주최한 YTN사태 관련 국회 토론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글이다. 필자

박탈을 통한 <기만의 그물망> 짜기

YTN 사태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을 통한 민주주의 해체와 자본의 이윤구축을 위한 일련의 음모적 기도와 정책의 산물이다. 말하자면, 공적 가치를 가진 사회적 소통구조를 권력과 자본이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소수특권 계급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의 재산을 법의 틀로 포장해서 강탈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따라서 "국민의 주권,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박탈의 과정은 "헌법적 기본권을 불법화시키는, 법을 통한 강제지배"이며 YTN 구성원들의 저항은 빼앗기고 있는 국민주권의 복원을 위한 고귀한 투쟁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방송과 언론은, 자본의 권력을 독점적으로 만들어 가는 동시에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영구화하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권력지도에 가장 중대한 도구적 기능을 가진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작업은 권력의 성패를 좌우하는 동시에 자본의 이해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기본 틀을 갖추게 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문제가 된다. 그런데 KBS와 MBC에 비해 저항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약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YTN은 지금 가장 강력한 저항과 함께, 한국 언론방송의 지형에 방향을 조정하는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뉴스종합채널이라는 기능을 가진 YTN이 공적 방송매체로서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한국의 언론방송 현실은 그 미래적 지표가 달라지는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만의 그물망(Web of Deceit)>을 짜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사용한 <기만의 그물망>이라는 단어는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마크 커티스(Mark Curtis)가 미국과 영국이 세계지배체제를 작동시켜오면서 그 진정한 실체를 은폐해온 현실을 지목하면서 구체화한 개념이다.(Mark Curtis, Web of Deceit : Britain's role in the World, London: Vintage, 2003)

새로운 대량살상 무기

그런데 이러한 <기만의 그물망>은 언론과 방송이 권력과 자본의 지휘 아래 놓였을 때 가능해진다. 권력과 자본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미디어의 존재는 이미 프로파간다 매체가 될 뿐이다. 미국의 부시정권이 이라크 침략을 개시하면서 미국인과 세계 전체를 기만했던 것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지만, 이는 "거대한 거짓말"이었고 결국 전쟁에 대한 기만적 프로파간다임이 판명되었다. 언론과 방송이 바로 이러한 거대한 거짓말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것이 다름 아닌 "대량기만무기(Weapons of Mass Deceit)" 또는 "대량설득무기(W.M.P.: Weapons of Mass Persuasion)"가 된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역사학교수 폴 러더퍼드(Paul Rutherford)가 정리한 WMP라는 이 개념은 언론과 방송이 권력과 자본의 휘하에 놓이게 되었을 때 어떤 파괴적 결과와 인명의 희생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게 되는지 여실히 깨우치고 있다. (Paul Rutherford, Weapons of Mass Persuasion : Marketing the War Against Iraq, Toronto: University of Toronto Press, 2004)

밀워키 대학의 언론학 교수 로렌스 소울리(Lawrence Soley)는 거대한 대자본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는 경우 이는 근본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해체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는 언론과 방송이 자본의 소유가 되는 상황에서 미디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왜곡과 침묵을 구조화시키고 시장에서 자본이 저지르는 범죄를 감추며 시민들을 주권적 존재가 아니라, 자본이 세뇌시키는 대로 물건을 구입하는 피동적 소비자로 만들어갈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Lawrence Soley, Censorship INC., : The Corporate Threat to Free Speech in the United States, New York: Monthly Review, 2002)

침묵하는 미디어의 문제

결국 자본이 지배하는 언론방송 매체는 그 사회 전체에 대한 "검열기구"로 작동하고 자본축적의 구조로 편입되고 마는 것이다. 로렌스 소울리는 언론이 자본을 위한 검열기구로 전락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왜곡보다 침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왜곡이라도 하면 그것이 사회정치적 논란의 대상이라도 되겠지만, "침묵하는 미디어(Muted Media)"가 지배하면 그 사회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지식과 이해, 성찰과 비판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과 방송들이 YTN 사태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현실도 바로 이 "침묵하는 미디어"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지배 아래 놓인 미국 언론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인 연구를 해온 에드워드 허만(Edward Herman)과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는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체제 세계화 과정에서 거대한 자본이 언론과 방송을 쥐게 되면서 미디어는 세계적 차원의 자본 축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그 사회의 공적 가치를 기본적으로 위협하면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정부가 언론과 방송의 공적 가치를 수호하는 책임 있는 개입과 관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하고 있는 개입은 공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해체함으로써 언론방송 시장에 대한 자본의 독점 권력을 구축하려는 관여라는 점에서 그 본질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공적 가치 파괴와 그대로 일치한다. (Edward S. Herman & Robert W. McChesney, The Global Media, London: Cassell, 1997, The Problem of Media, New York: Monthly Review, 2004)

즉, 결국 권력과 자본의 언론장악은, 진실을 은폐하고 자본의 이익을 그 사회 전체의 이익처럼 포장해서 관철시켜나가려는 의지를 실현하는 과정과 현실이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이는 본질적으로 <권력과 자본의 동맹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파해나가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할 경우, 그 사회는 민주주의의 해체와 자본의 지배력 강화 속에서 그 사회의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가능성을 권력과 자본에게 박탈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갈파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 체제의 자본축적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발견되는 "박탈을 통한 자본축적(accumulation of capital by dispossession)"이다. 이 박탈을 통한 자본축적은 "국가의 공적 영역을 허물고(dismantling the public sphere of the state)" 공적 영역에 대한 자본의 지배를 견제할 수 있는 규제를 풀고(deregulation) 이를 자본에게 사유화할 수 있는 길(privatization)을 열어나가는 권력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체제의 지배와 작동방식이라고 하겠다. (David Harvey,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언론방송, 프로파간다로 전락하고 있다

인사위 시절인 출범이전부터 추진해온 이명박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은 이러한 비판적 지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즉, 공적 영역을 해체해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를 자본의 사유화 대상으로 삼도록 함으로써 권력과 자본의 동맹 체제를 견고히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서도 프로파간다 매체로 전락시켜 이 사회를 권력의 의도대로 설득하고 침묵시키고 검열의 일상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YTN 문제는 따라서 단지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거나, 정권에 의한 사장 임명의 문제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공적 가치의 수호를 의미하는 사안인 것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권력적 의도를 무산시키고 민주 언론의 공적 가치를 복원하면서 권력과 자본의 동맹체제 지배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를 구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의 복구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작동을 견제, 중단시켜나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근거지를 확보하는 일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언론노보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 내부에서는 YTN 사태를 자신의 뜻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이른바 공공기관의 민영화 작업이 수월치 않게 된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공적 가치의 민영화"라는 것은 결국 거대자본에게 국민의 공적 자산을 사유화과정을 통해 넘겨주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이 나라는 몇몇 국내외의 거대자본, 그리고 이들과 동맹관계에 있는 정치세력의 소유물이 될 판이다. 지난 12월 12일, 민노당의 강기갑 대표가 국회에서 감세법안 통과 문제를 놓고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와 격돌할 때, 홍 대표가 강 대표에게 "깡패"라고 하자 "그래 우리 깡패다, 너희들은 강도 아니냐?" 라고 했다. 여기서 오간 말이 현실의 본질을 단번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각도로 YTN 사태의 의미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일지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권력과 자본의 동맹체제 구축을 위한 언론방송 장악을 어떤 과정을 통해 구현해왔는가? 우선 그 큰 그림의 일정을 간략히 살펴보고 YTN으로 집중 해보자.

2008년 1월 12일 인수위는 언론사 간부와 광고주의 성향을 분석한다. 언론방송 장악을 위한 준비단계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지난 1년간에 걸쳐 이명박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가동해온 셈이다.

3월 26일에는 이명박 대선 언론특보였던 이몽룡이 Sky Life 사장으로 선임된다. 권력에 충성해온 언론계 인사들의 전진배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5월 13일에는 이명박 정권은 MBC <PD수첩> 소송을 발표하면서 언론방송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에 앞서 2007년 12월 5일, BBK 관련 <시선집중> 인터뷰에 대해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회는 경고조취를 취한다. 한나라당 집권이 이루어질 경우 언론방송이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인지 이미 선례를 보인 것이다. 6월 5일에는 KBS의 정연주 체제를 흔들기 위해 KBS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시작되고 6월 11일에는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며 6월 16일에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통보된다. 이와 함께 6월 20일에는 신태섭 동의대 교수가 KBS 이사회에서 축출되고 만다. KBS에 대한 전 방위적 포위작전이 완료되는 것이다. 인수위가 시동을 건 지 6개월 만에 이명박 정권은 KBS의 접수절차를 마친 셈이었다.

언론방송 접수 구상의 절차들

이보다 앞서 6월 5일에는 정국록 이명박 언론특보가 아리랑 TV 사장으로 선임되었으며, 6월 13일에는 이명박 대선팀 방송특보단장 양휘부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선임된다. 이러한 인사 조처들은 모두 이명박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의 그림을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이었다.

6월 27일에는 방통위가 TV방송 사업관련법 제정안을 내면서 자산규모 3조에서 10조로 자본의 규모를 높이고 거대 자본의 방송진출의 길을 여는 작업을 했다. 공적 가치를 가진 방송에 대한 자본의 독점적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법적 환경조성은 계속 치밀하게 추진된다. 그와 함께 이날 검찰은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7월 3일에는 촛불광장 생중계 플랫폼이 되었던 아프리카 대표 문용식이 구속된다. 한편, 7월 2일에는 6월 27일의 법제정안의 연장선에서 방공광고공사 해체와 민영방송광고대행업체 허용방침을 밝히고 7월 6일에는 기획재정부가 지역신문지원과 신문발전기금 삭감을 발표하면서 신문법 무력화와 거대신문의 독점구조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7월 17일에는 대선당시 이명박 방송총괄본부장이었던 구본홍이 YTN 사장으로 선임되었고 그 다음날에는 언론재단 이사장으로 이 아무개 전 한나라당 의원이 내정되었었다. (그는 결국 노조의 저항으로 낙마했고 11월 25일 조선일보 출신의 고학용이 선임되었다.) 10월과 11월에 이르면 나경원 한 나라당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각기 사이버 모욕죄와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법 개정안을 내놓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과 움직임은 결국 언론방송의 주요지점을 이명박 정권의 인사가 점거하면서 언론방송의 방향을 규정하고, 이와 함께 자본의 언론방송 장악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통신 융합으로 등장해갈 여타 매체의 독자적 목소리를 억압하면서 권력의 의도에 따른 언론방송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YTN 사태 일지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 환경 속에서 YTN사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우선 지난 5월29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구본홍이 YTN 사장 내정되었고 이 발표가 있은 직후 YTN노조는 구본홍 낙하산 사장 인사에 대한 반대 집회를 개시했다. 저항은 즉각적이었다. 7월14일, 사측은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구본홍 사장에 대한 선임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무산되었고 결국 3일 뒤인 7월17일, 수백 명의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한 낙하산 선임이 강행되었다. 방송에 대한 폭력적 지배가 선을 보인 것이다.

이후 YTN노조는 구본홍과의 협상과정에서 일부 내부문제가 생기면서 박경서 위원장이 자진사퇴하고 김선중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8월12일에는 노종면 위원장(보도국 프로듀서, 앵커), 권석재 사무국장이 선출되어 새로운 대응방안이 강구되었다. 구본홍을 포함한 회사측 대표와 노조 측 대표 각 5인은, 8월19일까지 네 차례 만나 회사 측의 중간평가 제안과 노조 측의 구본혼 사퇴를 결정하는 '끝장투표'요구가 충돌, 협상은 결렬하고 8월20일부터 (주말과 공휴일 포함)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 출근저지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사장실 앞에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으며 8월22일 구본홍은 '월급결재'를 이유로 출근했다가 노조의 저지에 막혀 10분 만에 돌아가게 된다. 구본홍 체제는 권력의 물리적, 법적 보장 없이는 단 10분도 가동하지 못함을 보여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자 8월 25일에는 출근저지투쟁 노조원에 대한 인사보도국 부장급 등 구본홍 측근으로 주요 보직 인사가 단행되었으며 8월27일, 노조는 인사조처를 위한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조에 의해 무산되었고 그 다음날인 8월26일에는 발령 원천무효 선언, 신임 부서장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방침이 천명된다. 이에 대해 8월 29일,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은 공기업 보유 YTN주식 전체매각방침과 8월 28일까지 2만주 가량 매각한 사실을 밝힌다. 국민재산의 매각에 대해 마치 정권의 사유물인 것처럼 사고하는 자들이 권력의 핵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YTN 민영화 방침으로 노조의 저항을 진압하려는 것이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9월 1일, "정부가 YTN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자연스럽지 않느냐"며 찬성 입장을 밝힌다.

이날 YTN에서는 일반 보도국 사원에 대한 인사가 전격 단행되고, 노조는 긴급비상총회를 열어 인사발령 대상자들이 소속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고 불복종 투쟁을 결정한다. 그러자 사측은 다음날인 2일 12시를 기해, 인사발령 대상자들의 해당부서 및 승인권을 폐쇄조처하고 9월3일, 회사측, 인사발령을 거부하고 기존 소속부서에서 '불복종 투쟁'을 벌이고 있는 24명의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경고' 메일을 발송하게 된다. 구본홍 사장체제가 생각보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결국 사측은 인사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출근저지운동이 보다 전면적으로 펼쳐지면서 이러한 기도는 좌절되게 된다. 구본홍 체제가 그나마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사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를 썼다기보다는 날이 갈수록 적대적 감정만 증폭시켰다.

그러나 인사조처로 일단 내부 상황이 장악되어가고 있다고 본 구본홍은 9월 8일 8시30분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10시경 퇴장. 이어 오후 3시40분에 재 출근을 시도했으나 역시 노조의 강력한 저지로 오후 5시에 퇴장한다. 9월9일, 회사측, 노조 6인(노종면 노조위원장, 권석재 사무국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정유신 <돌발영상> PD 등)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하고 여기에 맞서 9월10일, YTN노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본홍 사장을 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제기하게 된다. 9월10일에는 결국 경찰의 개입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이 오전10시경 정복 차림으로 간부 2명과 함께 노조의 출근저지농성 직접 조사 위해 현장 진입 시도,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돌아간다. 이날 노조 실시 총파업 찬반 투표가 76.4% 찬성률로 가결 발표되고 <전체 조합원 395명 가운데 360명이 참여(투표율 91.9%), 찬성 275표(76.4%), 반대 82표(22.8%), 무효 3표(0.8%)> 9월11일, 노조는 오후 7시 30분 사옥 19층 보도국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투쟁지침을 발표(연가투쟁과 함께 '공정방송' 리본과 '낙하산 반대'배지를 방송에 노출)한다. 보다 전면적인 투쟁이 선포되었던 것이다. YTN 사태는 이 지점에서, 이제 YTN 구성원들의 투쟁성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선다.

그러자 9월12일, 회사측은,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6인을 고소했고 9월16일, 오후 1시경 생방송 뉴스 도중 앵커 뒤쪽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게 된다. 이에 회사측은 경영기획실 명의의 공지를 내어 "기자나 앵커가 배지나 리본을 패용해 해당 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면 사규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라고 경고했고 9월17일, 회사측은 오후 1시 <뉴스의 현장> 시간에 앵커의 오프닝 멘트로 '피켓시위 노출'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하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저항에 정권은 당혹해한 것이다.

9월18일, 회사측은 '인사명령 불복종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22명 등에 대해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하고 징계대상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9월25일, 경찰은 12명의 조합원을 조사하고 당일 노조는 경찰조사에 항의, 집단 연가투쟁하고, 돌발영상 제작팀은 경찰조사로 오후 2시40분에 방송돼야 할 YTN <돌발영상>이 결방된다. 9월29일, 오전 10시, 2001년 이후 입사한 사원 55명으로 구성된 'YTN 젊은 사원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본홍의 사퇴와 노조원 33명 징계철회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조합원 12명 고소 취하, 8월 26일 임명된 부·팀장 보직사퇴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릴레리 단식농성으로 돌입한다. 9월30일,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입사한 51명의 사원, 릴레이 단식 투쟁 동참하고 10월1일, 1994년과 1995년에 입사한 YTN 공채 2기와 2.5기 사원 77명, 릴레이 단식농성 동참(총 193명 농성)한다. 사측의 인사정책, 경찰의 탄압이라는 양면 작전에 대한 노조의 보다 강력한 결속이 과시되었던 것이다.

10월1일,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은, "이달 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YTN 재허가 여부를 심사하는데 YTN이 사태를 풀어갈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 노조의 강력한 항의를 유발한다. 방통위의 재허가 결론은 이 토론이 마쳐지는 12월 10일 다음날인 11일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예상 한 대로 보류 방침을 통해 YTN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10월2일, 차장 대우 이상 중견사원 65명과 공채 1기 19명,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단식농성에 동참(총 283명)하자, 사측은 10월6일, YTN 인사위원회를 열고,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노조위원장 6명해임, 임장혁 기자 등 6명 정직, 8명 감봉, 13명 경고조치를 내린다. 같은 날인 10월 6일 오후 7시부터 4시간 30분 동안 노조는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출근저지투쟁 재개 등 투쟁 수위를 높이며 총파업 돌입 시기는 노조 집행부에 일임"한다고 결의한다. 10월7일, 릴레이 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대신 오전8시부터 출근저지투쟁을 재개했으며, 10월16일, 노조, 무더기 부당 징계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여기까지 보자면, 1. 노조의 저항으로 구본홍 사장 체제 정상작동 불가능 2. 탄압할수록 노조의 저항 강도 날로 높아짐 3. 인사권과 경찰력, 그리고 민영화 위협과 재허가 불용이라는 장치로 저항을 무산시키려 하나 여의치 않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YTN 사측이 YTN 언론 노조에 대해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의 일부가 받아들여져 서울중앙지법은 12월 8일 "노조는 구사장이 사장실이나 사무실에 출입할 때 고함을 지르거나 위력으로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회당 1천만원을 지불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금지 행동의 구체적인 장소까지 적시했는데, "YTN 사옥, 정문, 후문, 주차장, 사장실, 비서실, 사무실" 등 사실상 YTN 사옥 전체에 걸친 농성이나 시위를 금지시켜 이에 대한 노조의 투쟁방식도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1. 인사권 발동으로 언론방송 장악, 2. 저항이 있으면 이 역시 인사권 발동으로 제지 3. 여의치 않으면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 저항의 무력화 시도. 이렇게 대응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방송장악의 전략은 단지 YTN 장악이라는 개별사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정책과 전략이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YTN 장악기도는 다음의 사안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과정에 속한 사태이기 때문이다.

더 큰 음모: 신문의 방송겸영 허용과 자본의 방송진출

지난 3일 한나라당이 확정한 신문법 개정안은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상호 겸영금지 폐지,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또는 방송사업 소유자의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주식 및 지분 취득 규제의 폐지,2006년 6월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의 삭제 등이 주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개정안에 따르면, 뉴스통신을 포함해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 자본의 경우 지상파 진입은 현행대로 금지하지만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의 경우엔 2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의 개념을 신설해 방송광고 규제도 완화했다. 결국 공영방송의 민영화 전 단계 조처가 되는 셈이며 언론방송에 대한 자본의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나갈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에 의한 언론방송매체의 종속을 심화시키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동맹체제에 귀속되는 언론방송창출이 지상목표가 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간의 공적 가치 수호를 위해 유지되었던 차단벽 모두를 다 뜯어내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처에 대해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이 내세우는 이유는 "방송통신융합이라는 기술발전으로 미디어 환경이 전반적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이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와 불균형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결국 기술적 변화가 권력과 자본, 그리고 거대신문이 방송장악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마련해준 셈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변화는 미디어가 쌍방형적 매체로 발전해서 시민들의 보편적인 민주적 권리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지 권력과 자본의 독점대상으로 언론방송환경이 정리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는 다양한 언론매체의 등장을 보장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탄압받거나 왜곡당하지 않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다. 그래야 기존의 방송들이 누렸던 여론 독점 구조의 유연화를 통한 민주적 언론시장의 창출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법 개정안은 "방송통신 융합"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이러한 융합의 세계적 추세가 지향하는 바와는 완전히 반대인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를 통해 다양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동시에, 언론방송은 거대 자본의 독점적 소유물로 넘겨주려는 것이다. 언론과 여론의 독과점 구조는 불을 보듯 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권력의 영구지배체제는 훨씬 용이해지게 된다. 파시즘적 언론방송 정책의 원형이 포장만 달리 할 뿐이다.

구본홍 체제 철회가 답,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

언론에 대한 지배, 여론에 대한 장악, 그리고 자본축적의 사회문화적 기반의 강화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다시 강조하건대, 민주주의를 해체할 <기만의 그물망>이 정교하게 짜지고 비판적 언론을 침묵시키고 검열구조가 체계화되어가는 현실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시민적 권리가 박탈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어 가면 결국 권력의 모순과 자본의 독점적 지배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며, 진실을 드러내는 사회적 동력은 해체되어갈 것이다. YTN 사태는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파제가 무너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다. 따라서 거듭 강조하건대 구본홍 체제의 철회를 통한 YTN 정상화는 단지 YTN 개별사안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 전체의 중요한 거점이 해체 되는가 아닌가의 문제이자, 박탈되고 있는 우리의 시민적 권리를 되찾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된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박탈된 권리의 복원은 구본홍 체제의 전격적인 철회다. 이 철회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지 인사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의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권력과 자본의 동맹 체제를 위축시키는 작업이 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바는, 구본홍 체제의 철회는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런 차원에서 YTN은 이미 민주언론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 이 거점을 방어하고 옹호하며, YTN에 대한 권력과 자본의 독점 의지를 파산시키는 노력만이 이 나라 언론방송의 민주적 구도를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저항과 YTN 재구축 노력이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은 다른 언론방송 전체의 향방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도의 소굴>이 따로 없다

구본홍 체제의 즉각 철회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 기도의 진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비판되며 언론방송의 공적 가치가 제 주인을 찾아가게 될 때, 이 나라 민주주의의 진전과 자본의 지배로부터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성취되는 현실이 이루어져나가게 될 것이다. YTN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장악 기도는 그래서 치열하게 성토되어야 한다. 그 성토 자체가 이미 전략이다. 그로써 사회적 공분(公憤)이 폭발해야 하며, 국민의 공적 가치를 가진 자산을 박탈, 내지 강탈해가려는 권력의 음모를 정지시켜야 한다.

노인, 고아, 비정규직, 실업자, 농민, 서민들의 삶을 위한 일체의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한 예산은 삭감되면서 그 만큼 권력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쪽으로 몰아주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예산정치다. 사회적 양극화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이 낳는 결과가 아니라, 그 기초다. 부자와 강자들에게 먼저 다 몰아주고 나서 나머지를 가지고 너희들끼리 잘 싸워봐라 하면서 이 사회를 고난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빼앗긴 국민의 주권, 그 권리를 되찾아 오지 않으면 우리는 암울하고 혹독한 한파(寒波)에 동사(凍死)할 수 있다. YTN 투쟁은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싸움의 최전선이다. 어떤 싸움도 져서는 안 된다. 만민이 기도하는 성전을 특권층의 탐욕으로 독점한 현실에 대해 나사렛 예수는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일갈한다. 이 나라를 온통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국민들의 행복을 뜯어먹고 파먹는 자들의 소행을 이대로 계속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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