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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MBC 뉴스, '청와대 눈치보기'가 문제"

보도국 중간급 기자 75명 성명…"위기의 본질은 '내용'"

문화방송(MBC)이 뉴스 프로그램을 두고 고민이 깊다. 표면적으로는 방송 3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시청률 하락'이 당면 과제이고, 더욱 본질적으로는 'MBC 뉴스가 물렁해졌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동시간대 다른 뉴스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시청률 전문조사 기관인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률 8.9%로 22.9%를 차지한 KBS <9시뉴스>에 한참 뒤쳐질 뿐 아니라 9.5%로 나타난 SBS <8시뉴스>에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MBC 경영진과 보도본부 지도부는 몇몇 기자들과 함께 '뉴스개선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한 상황. 이 팀은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고 프로그램 진행 방식이나 뉴스 형식 등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뉴스의 내용"

그러나 MBC 보도국 내부에서는 이러 식의 대응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MBC 입사 5~13년차 기자 75명은 9일 보도본부 게시판에 '본질을 직시해야한다'는 성명을 내 "현 뉴스의 위기는 형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뉴스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뉴스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우선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 사안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울러 재벌에 대한 눈치보기도 부활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면서 슬쩍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위기의 본질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뉴스 개선팀의 운영을 일단 중단하고 위기의 본질과 대책을 논의하기위한 공론의 장을 즉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기자는 "이들 기자들은 모두 현재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이고 75명이면 해당 기수 전체 인원의 90%를 훨씬 상회하는 인원"이라며 "차장 대우까지 포함한 중간급 평기자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이나 분석 대신 청와대 동정보도를 한다거나, 방송이나 미디어 정책 등에 대해서도 적당한 기사, 적당한 기사배치 정도로 넘기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제쳐두고 급하게 태스크포스 팀부터 꾸린다는 것 자체가 선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 청와대 눈치를 보고있나"

이러한 보도국의 문제 제기에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KBS 사장 교체사태, MBC 민영화설 등을 두고 정권의 눈치를 보고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KBS의 사장 교체 사태와 맞물려 우리 경영진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MBC 경영진은 <뉴스데스크>가 '할 말은 하는 뉴스'라는 이미지를 만든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두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BC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신 앵커의 멘트를 두고 상당히 껄끄럽게 생각한다고 들었다"면서 "경영진 쪽에서도 신 앵커의 멘트를 두고 '부적절하다',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경영진에서 앵커 멘트를 두고 시시콜콜하게 압박하는 것 자체가 MBC 뉴스가 처한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MBC 보도국 기자들이 낸 성명 전문.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우리 MBC 뉴스에 대한 위기감이 사내외에서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임원진을 비롯한 보도부문 지도부는 긴급히 뉴스개선을 하겠다며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그리고 뉴스개선의 내용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주로 뉴스의 형식을 바꾸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뉴스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도부가 선택한 진단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잘못된 진단은 엉뚱한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 뉴스의 위기는 형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뉴스의 내용이다.

엄기영 사장 취임 초기, 우리 뉴스는 나름대로 그동안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각종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때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견지했다. 실질적인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을 수행했던 것이다. MBC 뉴스가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이런 모습은 우리 뉴스에서 사라지고 있다.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선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 사안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울러 재벌에 대한 눈치 보기도 부활하는 분위기이다. 또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면서 슬쩍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S의 사장 교체 사태와 맞물려 우리 경영진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뉴스의 형식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위기의 본질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우리 뉴스의 본질에 대한 자성 없이 뉴스의 외형 변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뉴스개선팀'의 운영을 일단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대신 위기의 본질과 대책을 폭넓게 논의하기 위한 투명한 공론의 장을 즉시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뉴스 개혁은 이를 거친 뒤에야 가능하다.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MBC 차장대우 이하 사원급 취재기자 75명 일동(28기~3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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