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던 차에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북한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이번 강경 발언들은 미국을 빨리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북미간의 통 큰 담판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통해 북한에게 핵무기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라는 것이다. 또 북한에게 핵은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결정적 수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막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했고 차기 국무장관 내정자(존 케리 상원의원)가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미국의 현재 사정으로는 북핵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정 전 장관은 그래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경한 발언에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정 전 장관은 특히 일각에서 우려하듯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가장 불리한 입장에 몰리는 것은 한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일시적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겠지만 이후에는 핵보유국이라는 위상을 내세워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빌미로 한국에 미사일방어망(MD) 참여를 요구하는 등 자신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펼칠 수 있으며, 일본 역시 북한을 이유로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등에 나설 수 있는 반면, 한국의 지역 내 발언권은 위축되고 안보를 위해 미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결국 북핵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원활한 해결을 모색할 수 있고, 모색해야 하는 유일한 주체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며 차기 정부가 차분하고 지혜롭게 이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인터뷰는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정세현 전 장관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편집자>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087호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AP=연합뉴스 |
안보리 결의안 2087호, 실효적 대북 제재 가능한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5번째로 발동된 안보리 결의안을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지만 제가 볼 때는 지난번 1874호(2009년 6월)처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요. 형식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안보리 결의안'으로 했다고 하고 내용은 중국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솜방망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이번 결의안은 미·중 간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결의안이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무려 41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2009년 6월에 채택된 1874호 결의안은 핵실험 이후 보름여 만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맥빠진 결의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우선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이 결의 내용 수준을 완화시키자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는 곧 결의안에 담긴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존 결의안들의 내용과 그 이행 과정을 보면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안보리 결의가 나오고 나서 2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한반도에서 더는 비핵화 관련한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강경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급기야는 24일 국방위원회가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죠. 그러자 이제 북한은 정말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하지 않겠다,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다 등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진짜 속내가 뭘까?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만 따로 떼서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논의하는 큰 회의의 일환으로 비핵화 논의를 하자는 거죠.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안전을 논의하는 큰 회의'는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북·미 수교를 전제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이루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면 경제제재가 풀릴 수 있고 그러면 ADB(아시아개발은행), IBRD(세계은행) 등의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이 있어야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지원이나 협력, 남북협력 규모로는 북한경제 못 살립니다.
북한 입장에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수교가 필수적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핵과 미사일이라고 본 겁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북한의 셈법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 남북협상 경험으로 보면 북한은 협상에서 셈법, 진법(進法)이 우리하고는 좀 달라요. 북한은 미국과 협상 접점만 생기면 그런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셈법이 미국과 협상에서 성과를 낸 적이 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북한이 개발 중인 핵과 미사일은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핵탄두의 개수나 미사일 사거리로 볼 때 게임이 안 되지 않아요? 그러면 뭐냐? 결국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 획득을 위한 협상 수단이라고 봐야 합니다. 국방위 성명에서 밝힌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얼른 불러내려는 북한식 셈법에 입각한 메시지인거죠.
북미대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이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과연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북핵문제가 아닌 국내경제 문제이기 때문이죠.
물론 국내경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북핵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1순위는 바로 중동문제입니다. 중동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확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그 다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심지어 동아시아에서도 대(對)중국정책이 대북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죠.
더구나 미국은 현재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인식에 실패해서 안보리 결의안까지 가게 된 것이 지난 2009년 5월의 핵실험 사례지요. 북한이 핵 실험을 감행했을 때가 오바마 1기 정부가 막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북핵문제 실무 최고책임자인 동아태차관보도 미 의회 인준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버리니까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정권교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북핵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관성(慣性)으로 대처하게 만든 건 북한입니다.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라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비핵화'라는 큰 틀의 원칙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살피게 되어 있어요. 물어보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우리가 디테일까지 갖춘 전략을 가지고 소신있게 미국을 설득하면 우리말을 들을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확실한 입장을 세워놓고 미국을 끌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핵문제가 미국에선 우선순위가 낮지만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문제 아닙니까? 우리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니까 미국에 "어찌 하오리까?"하고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전략전술을 구체적으로 세워서 미국을 설득하고 리드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몇 달동안 북한이 2009년 오바마 정부 출범 초에 했던 것처럼 오바마 정부의 입지를 더 이상 어렵지 않게 한다면, 그리고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 나간다면 오바마 2기 정부는 우리의 입장을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 부시 정부도, 처음에는 갖가지 대북압박만 추구했었지만, 우리가 확신을 갖고 미국을 설득하니까 결국 우리 입장을 따랐습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서 이끌어 낸 것입니다.
▲ 2011년 7월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왼쪽)이 스티븐 보즈워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
그럼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하느냐?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미간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경제문제 때문에도 그렇고 북핵문제의 낮은 중요도 때문에도 미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니까 우리가 먼저 양쪽이 대화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북한의 속내를 제대로 읽고 그에 맞는 대응을 우리가 미국에 주문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말 3차 핵실험 강행할까?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는 미국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이 제재나 추진하거나 대화 가능성을 시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스스로 공언한 대로 핵실험을 강행할 겁니다. 그 사람들 잘 쓰는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언젠가는 협상국면이 오리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때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지요. 결국 우리가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만약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핵실험 직후에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게 되고 새 제재결의안도 통과되겠지만, 그것도 한때일 겁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핵 협상력만 커지게 되는 것이죠. 3차 핵실험 결과 핵무기의 경량화에 성공이라도 하는 날이면 북한의 몸값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겁니다.
미국은 어떨까?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까지 강행했다는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취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중국은 시늉만 할 겁니다. 그러면 미국의 대북정책도 힘이 빠지는 거죠. 그런데 냉철하게 따져보면 북한이 핵탄두 몇 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사실 겁날 것 없습니다. 아직도 수천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수백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핵을 겁낼 건 없지 않아요? 좀 귀찮다고 할까? 불안한 정도일 뿐이지요. 또 평화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정규군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이 헌법 개정에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북핵능력 향상이 기정사실화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이 불가피해질 겁니다. MD구축이 가시화되고 실제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국방비를 감당해야 할 겁니다. 복지? 중소기업 지원? 군사비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인하여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어떤 점에서 MD를 비롯한 고가의 무기 시장이 넓어져서 좋고,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할 수 있어 좋고, 북한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북미 대화 여건을 조성해나가면서 핵 카드로 얻어내고자 하는 성과에 대한 전망을 미국이 북한에 주도록 하는 겁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핵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발언에 대해서 '눈에는 눈' 식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인수위에는 20년 전 1차 북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최근까지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풀려나가는 현장에서 많은 체험을 했던 윤병세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 같은 분이 있습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큰 틀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을 아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디테일을 알아야 큰 틀에서도 실수가 없기 때문이죠. 윤 위원을 비롯해 20년 전부터 북핵 문제 전개과정을 디테일까지 아는 분들이 연배로 보아 이제는 정책결정 축선 상에 포진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쪼록 경험을 가진 분들이 이번 문제를 슬기롭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미국한테 "어찌 하오리까?"하는 대신 "이렇게 해 나갑시다."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할 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인수위에서는 북한의 움직임에 너무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새 정부가 출범해서 북한과 물밑 접촉을 비롯해 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씀으로써 새 정부가 임기 내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까지 앞으로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인수위가 북한에 '박근혜 정부는 우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향후 북핵문제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넓어지고 역할도 커질 것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인민경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지난번 로켓 발사나 이번 유엔 결의안에 대한 반응을 보면 선군정치가 전혀 안 바뀐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북한에서 핵이나 미사일이 군사용인지 대미 협상용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미국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리고 핵탄두를 실어 이걸로 정말 미국을 공격한다고 하면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북한이 아무리 벼랑 끝 전술을 쓴다고 해도 미국과 그런 자살적 전쟁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있어 핵이나 미사일은 대미 군사용이라기 보다는 협박 수단 또는 협상수단이라고 보아야겠지요. 협상수단이라고 할 때 그럼 미국으로부터 뭘 얻어내려는 것인가? 역시 체제인정과 경제지원을 노리는 거지요. 김정은이 인민생활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정권을 안정시키려면 외부로부터의 수혈(輸血)이 필요합니다. 아니 절실합니다. 그점에 있어서는 김정일보다 김정은이 더 급박합니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더는 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남한으로부터 설사 뭐가 온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걸 북한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은 큰 덩어리를 보장할 수 있는 미국과 빅딜(Big Deal)을 하려는 목적으로 군사적 의미가 있는 협상카드로서 미사일과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거지요.
김정은 북한은 선군정치보다 인민생활 향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일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인민생활 향상 노력이 중단되고 대신 선군정치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군 경험이 없는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되고, 선군정치 시대에 고속승진한 리영호 참모총장이 경질되면서 선군정치는 이미 김정은 북한의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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