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寬(관)/寡(과)/賓(빈)/夢(몽)/蔑(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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寬(관)/寡(과)/賓(빈)/夢(몽)/蔑(멸)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96>

寬(관)은 아랫부분이 '가는뿔산양 환'이라는 글자라고 한다. 宀(면)과 그 '환'을 합친 글자가 되는 셈이다. 그런 글자가 있다면 일단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환'의 글자 구조가 영 미심쩍다.

寬은 옛 모습에서 <그림 1~5> 같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중간의 卝 부분이 屮(十)이나 心(심), 止(지)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글자꼴('가는뿔산양' 얘기의 진원지인 <설문해자>에서 텍스트로 삼았던 소전체도 똑같다) 卝을 그대로 인정하고 설명을 진행하기 어려운 글자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首(수)=頁(혈)의 여러 변형들을 생각하면 寬에서 宀을 제외한 부분은 頁 등의 변형이 아닐까 싶다. <그림 2>는 首의 윗부분과 頁의 아랫부분이 합쳐진 듯한 글자가 들어가 있고, <그림 5>는 윗부분이 밋밋한 게 頁의 다른 모습인 見(견)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림 1, 2>의 아랫부분은 역시 이 글자들과 연관이 있는 夏(하)의 아랫부분처럼 夊(쇠)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발음은 見 등과 비슷하다.

寡(과)는 '홀어미'의 뜻이다. 그래서 집안(宀)에 과부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이라는 식으로 설명된다. <그림 6>이 그 모습이다. 分(분)은 死別(사별)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나중에 추가된 요소라고 한다.

그런데 과부의 모습으로 본 부분이 희한하게도 頁자의 모습과 똑같다. 그렇다면 寡는 이런 '장면상형'이 아니라 '宀+頁'의 합성자다. 그러니까 寬과 같은 글자의 변형인 것이다. 分이 추가된 모습이라고 했던 <그림 7>이 寬의 여러 모습들과 좀더 가깝고, 分은 추가 요소가 아니라 頁의 아랫부분이 복잡해진 모습일 뿐이다. 지금의 寡는 <그림 7>보다도 더 복잡해졌는데, 夏와 憂(우)의 관계처럼 일부 요소가 중복된 것일 수 있다.

발음은 寬의 발음에서 받침만 떨어졌다. 寡의 사투리 발음 가운데는 받침이 살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首·夏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 계통 글자들의 발음은 받침이 빠진 경우도 많다. 寡=寬으로 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寡는 '적다'(少)의 뜻이다. 글자 구조로 보면 넓은 집(宀)에 세간이나 사람이 적은 것이다. '과부'의 의미도 거기서 나왔겠다. 寬은 '너그럽다'지만 말을 조금 바꾸면 '넓다'다. 집이 넓은 것이다. 그러니까 寬은 마음이 넓은 것을 뜻하기 이전에 집이 넓은 것을 뜻했다. 寡의 의미와 일치한다.

賓(빈) 역시 현재의 글자꼴에 매달리면 엉뚱한 글자들과 씨름해야 한다. 아래 貝(패)에 주목해 재물을 들여 손님을 대접한다거나, 선물을 들고 오는 손님 등으로 설명하는 게 그 예다.

갑골문에는 <그림 9, 10> 같은 것이 있어 조금 혼란스럽지만, <그림 10>의 아래 止(지)에서 힌트를 얻자면 중간이 조금 간략해진 寬=寡가 아닐까 한다. 사실 <그림 9>만 놓고 본다면 寬=寡와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고 전혀 다른 글자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현재의 賓이 寬=寡와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에 이들과 같은 글자였다는 얘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접하다' 정도의 의미에서 寬의 '너그럽다'와 연결될 수 있고, 또 큰 집이어야 '손님'이나 '대접하다' 같은 의미들과도 어울린다.

鎖(쇄)는 구조상 오른쪽이 발음기호겠는데, 鎖=鏁라 해서 그 부분을 巢(소)의 변형으로 본다. 그러나 巢보다는 頁의 여러 변형 가운데 하나로 보여 '鎖=金+頁'인 듯하다.

夢(몽)은 갑골문에 <그림 12>처럼 '침상'인 爿(장)의 모습이 들어 있어 이를 중심으로 설명된다. 침대에 누워 잠자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눈에 짙은 화장을 한 무당이 침상에 누워 꿈을 통한 신의 계시를 얻는 모습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사연까지 알아냈다니 참으로 감탄스럽다.

그런데 왼쪽에 있는 건 분명한 頁자다. 소전체인 <그림 13>을 보면 寬의 아랫부분 같은 글자에 夕(석)이 추가돼 있다. 寬의 또 다른 모습인 <그림 14>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夕이 의미 요소로 얼추 맞아떨어지는 듯하니 夢은 '頁+夕'의 형성자다. 頁의 다른 이체자였던 面(면)·皃(모) 같은 글자들의 발음과 연결된다.

蔑(멸)은 무당을 죽여 적국의 주술 능력을 파괴하는 글자라는 설명이다. 역시 <그림 15>의 왼쪽을 무당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頁로 보면 '頁+戈(과)'의 형성자다. 지금 글자꼴은 아래 戍(수)의 모습이 보이지만 거기서 오른쪽 戈만이 蔑의 의미 요소고 왼쪽 人은 頁의 아래 八에 해당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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