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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기자, <중앙일보> 칼럼에 "언론 맞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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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기자, <중앙일보> 칼럼에 "언론 맞나" 반박

<중앙> "YTN 어디로 가려는가" 칼럼에 YTN 노조 반발

<중앙일보> 김종혁 문화 부문 에디터가 지난 달 29일 쓴 "YTN, 어디로 가려는가"라는 칼럼에 대해 왕선택 YTN 정치부 기자가 "언론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시하는 말"이라며 실명으로 반박하는 장문의 반박글을 썼다.

김종혁 에디터는 이 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했던 구 씨가 YTN 사장으로 온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낙하산 구 사장은 당장 물러가라'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억지 같다"고 주장했다.

김 에디터는 "준공기업적 성격이 있는 YTN에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며 "왜 과거에는 그 많은 낙하산 인사를 다 받아들였는가"라고 비난했다. 또 "YTN이 준공기업이 된 건 YTN 기자들이 원해서였다. 준공기업의 특혜는 특혜대로 누리고, 간섭은 받기 싫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는 구본홍 사장이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사장추천위원회에는 노조위원장도 참석해 모든 서류에 서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슨 명분으로 다시 뒤집을 수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촛불 집회) 분위기에 힘입어 이참에 정권을 밀어붙이자는 주장이 대세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억측도 내놨다.

그는 "요즘 YTN 보도국에선 선후배 간에 얼굴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선배들에게) 삿대질하는 후배들도 있다고 한다"며 "그런 소릴 들으면 가슴이 콱 막힌다. 지금은 일제시대나 군사정권 시절이 아니잖은가"고 했다. 그는 "가장 비정치적이던 방송사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왜 가장 투쟁적이고 정치적인 방송사처럼 돼버렸을까. 나는 그 배경을 모르겠다"는 질문도 던졌다.

YTN 왕선택 기자 "언론사가 정권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고?"

김종혁 에디터의 이날 칼럼에는 종합 편성 채널 등 방송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특수한 상황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YTN 노조 관계자도 "김 에디터의 글은 에디터의 글로 보기에는 명분과 논리가 모두 허술한 면이 많다"며 "중앙일보 특유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올해 초 증권가에서는 중앙일보의 'YTN 주식 매집설'이 돌기도 했다.

한편, 이날 칼럼에 YTN 내부의 반발도 상당한 상황. 정치부 왕선택 기자는 30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구본홍 씨가 언론사 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면 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라며 구 사장은 적절치 않지만 노조의 반대 투쟁은 '억지'라는 김 에디터의 주장은 "이율배반"이라고 반박했다.

또 왕 기자는 "과거에도 낙하산 인사가 있었을지 모르나 대통령 특보와 같이 정치적 편향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경우는 없었다"며 "이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YTN을 언론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에디터가 '준공기업의 특혜는 누리고 간섭은 싫다고 하느냐'고 비난한 데 대해선 "언론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시하는 말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언론은 간섭을 받으면 안된다"며 "(김 에디터가) 아마 실수를 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의 지분이 어떻게 되어 있든 언론사는 간섭을 싫어야 한다"며 "언론사 노조가 권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 이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후배들이 선배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해고하는데 앞장섰다는 것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느냐"며 "가슴이 콱 막히신다고 했지만 후배들은 목이 잘렸다. 후배를 자른 선배가 목이 잘린 후배의 예의범절을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정과 배경을 모르면 좀더 취재해서 앞뒤 사정을 확인한 연후에 글을 쓰면 좋겠다"며 "우리는 이번 투쟁을 재미삼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올린 칼럼이 오해와 편견, 그리고 오도된 정보에 의한 것임을 안다면 우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한 순간이라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YTN 왕선택 정치부 기자의 반박글 전문.

중앙일보 김종혁 선배께

김종혁 선배께,

10여년전 여의도 정당 기자실에서 김 선배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던 YTN 왕선택입니다. 그 때는 김 선배와 더불어 식사자리도 따라 다닌 적도 몇 차례 있었는데 아마도 제가 너무 연조가 어렸기 때문에 기억을 하시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시 기억을 해주시면 정말 황송하게 감사한 일이고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저에게 김 선배는 멋지고 점잖은 풍채를 지니신 선배로 남아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지난 주 김 선배가 쓰신 칼럼을 보고 나서는 마치 칼로 베인 상처에 소금이 뿌려진 듯한 고통을 받게 됐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또 억울하다는 느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일부 YTN 노조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도 없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YTN 노조원들의 투쟁을 일방적으로 폄훼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김 선배 스스로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언론인이라면 적절하지 않은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야 합니다. 언론인의 사명이 시시비비를 가리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만으로 끝낼 수도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 행동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적용해 본다면 우리는 구본홍씨에 대해 사장으로 오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도 김 선배는 다음 문장에서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을 억지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같은 사안에 대해 한편으로는 공감한다고 하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억지라고 주장하시면 이율배반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병원에 가서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감기약을 얻어오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감기라는 진단에는 동의하시고 감기약을 얻어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십니다. 우리는 그냥 감기에 걸린 것만 확인하고 감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감기약을 먹으면 안 되고 그래서 결국 감기에 걸려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감기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면 감기약을 얻어서 감기를 물리치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입니다. 마찬가지로 구본홍씨가 언론사 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이 억지라고 생각하신다면 구본홍씨가 적합한 사장이 아니라는 말을 취소하시든가 적합한 사장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면 우리의 투쟁이 억지라고 하신 부분을 취소하든가 둘 중의 하나는 하셔야 앞뒤가 맞는 문장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로 낙하산이 예전에도 많았는데 왜 이번에만 반대하고 예전에는 반대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예전에도 낙하산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도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회사 지분 구조를 보면 58.5%는 공기업이 소유하고 있고 결국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만 사장으로 추천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예전에도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하는 분들이 사장이 되신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예전 낙하산과 이번 낙하산 말씀을 꺼내시는 배경에는 구본홍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였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부분도 있고 결국 이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인정한 대로 과거에 보면 낙하산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례도 존재했지만 그러나 대통령 특보와 같이 정치적 편향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YTN 구성원 입장에서본다면 YTN을 언론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들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해도 너무한 것입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편향성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선언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명백하게 구분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구본홍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충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하신 분입니다. 그러기때문에 저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분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고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자리인 언론사 사장에 오시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즉 낙하산 사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구본홍씨가 대통령 특보를 하신 분이기 때문에 반대 투쟁에 벌이고 있다는 점을 외면한다면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대통령 특보가 언론사 사장으로 오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은 이미 KBS의 사례에서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시행착오를 겪은 일이고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어렵게 얻어낸 하나의 교훈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상식과 원칙으로 정립된 부분입니다. 대통령 특보가 언론사 사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상식과 원칙이 이번에 깨진다면 역사는 거꾸로 흐르는 것이 되고 한국 민주주의도 뒷걸음질을 치는 셈이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셋째 YTN이 과거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경영상 위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준공기업이 되기를 희망했고 그러면서 해직을 당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특혜를 누렸다고 비판하셨습니다.

김 선배 께서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당시 월급을 6개월을 받지 못한 것을 들으셨는지요? 1997년 12월부터 보너스를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10개월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98년 말 소위 회사 정상화 과정이 시작되면서 월급 지급이 재개됐지만 간부 직원들은 월급의 70% 삭감, 일반 직원들은 월급의 50% 삭감을 감내했다는 점을 들으셨는지요? 아마 들으셨을 것입니다. 당시에 장안에 유명한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래서 해고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해고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시 YTN에 남았던 사람은 모두가 해고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YTN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던 많은 인재들은 절반 이하의 임금 삭감 조치를 견뎌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스스로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 점에서 김 선배의 말씀은 맞습니다. 해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 선배께서 해고 당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YTN 직원들이 특혜를 누렸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을 크게 오도한 것입니다.

넷째 특혜를 누리고도 간섭은 싫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씀도 주셨습니다. 이 말씀은 아마도 실수를 하신 듯 합니다. 언론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시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언론은 간섭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예를 들어서 사주가 존재하는 경우처럼, 어느 정도의 간섭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언론인은 스스로 간섭을 받겠다고 용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그리고 언론사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외부의 간섭을 거부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언론의 본질적 사명 가운데 하나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인데 외부의 간섭을 용인할 경우 시시비비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회사 지분이 어떻게 돼 있든 간섭을 싫어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노조가 외부의 간섭 특히 권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잘못됐다고 말씀하신다면 다시한번 토론할 용의는 있습니다만 아마 그렇게 하지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만약 스스로 언론인임을 부정하신다면 김 선배를 언론인으로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후배들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다섯째 사추위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사내 일부 사람들 만이 알고 있는 부분이고 저도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만 말씀을 주셨기 때문에 반론을 해보겠습니다. 우리 노조원들은 지난 4월 구본홍씨가 우리의 사장으로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선에서 반대 투쟁을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믿었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소박한 희망은 무시됐습니다.

이른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미명아래 민주주의의 또다른 기본축인 상식과 원칙은 철저하게 외면됐습니다. 법적 권능과 물리력을 장악한 사측에 의해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한 절차가 각본이 만들어진 것처럼 진행돼 갔고 상식과 원칙에 근거해 합리적인 대응을 벌이던 노조는 뒤통수를 맞고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주주총회 개최를 막지 못했습니다.

당시 노조 지도부는 상황 판단과 대응방안 채택에 대해 상당한 실책을 범한 것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 적극적으로 구본홍씨 반대 투쟁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런 사정을 돌아본다면 노조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상식과 원칙을 믿고 법과 질서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추위 경험을 들어서 노조의 일관성 부재 문제를 말씀하신다면 처음부터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파업 등의 강경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데 YTN 노조가 그렇게 강경한 조직도 아니고 막가파식 조직도 아닙니다.

IMF 당시에 임금 지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측 조직마저 붕괴돼 불가피하게 구사활동에 나서기 위해 창립된 조직입니다. 우리 조직원들은 스스로 우리들을 구사대라고 부를 정도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면 김 선배가 어떤 말씀으로 반박을 하실 지 궁금하실 따름입니다.

여섯째, 후배들이 선배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고 비판하셨습니다. 후배들과 선배들 과의 관계에서 가슴아픈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배들이 후배들을 해고하는데 앞장섰다는 것에 대해서는 왜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까? 언론사 후배들은 선배들이 해고를 해도 예의를 지켜야 합니까? 후배를 자르는데 앞장서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십니까?

또한 김선배 스스로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신 부분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김 선배 처럼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믿고 그래서 그것을 반대하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김선배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고 지적하신 그 모든 일들은 구본홍씨를 반대하기 위해 나선 투쟁과정에서 빚어진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불쾌한 이야기들을 귀책사유로 환원시키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그 원인 때문에 발생한 일만 가지고 잘잘못을 따진다면 공평한 진단이라고 볼 수 없고 억울함을 생산하는 또다른 잘못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의 군대가 우리 나라를 침략을 했고 우리 군이 적군을 격살했는데 그것을 보고 살인자라고 주장한다면 합리적이고 공평한 논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자가 우리 나라를 부당하게 병합한 것이 잘못된 일이고 그래서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격살했는데 그것을 테러행위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가슴이 콱 막히신다고 하셨지만 후배들은 목이 잘렸습니다. 가슴이 콱 막히는 정도를 갖고 목이 잘린 후배들에게 예의범절이 없다고 말씀하시면 도대체 이 세상의 양심과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부당하게 목이 잘려도 우리의 목을 자른 선배들에게 끊임없이 예의를 갖춰야 하는 노예입니까? 로보트입니까? 십 수년 간 청춘을 바쳐 YTN의 발전을 위해서 선배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선배들의 지시를 이행하고 짐승처럼, 노예처럼 일해다가 바로 그 선배들에 의해 해고를 당하고 정직을 당하고 감봉을 받아야 하는 우리들의 권리는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으며 우리들의 슬픔은 어디에 가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왜 우리들의 선배는 후배의 목을 자르고도 후배에게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말입니까? 그런 권능은 하늘에서 내려준 것입니까? 땅에서 솟아난 것입니까? 제 나이 40대 중반이지만 아직까지 선배가 후배의 목을 잘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후배를 자른 선배가 목이 잘린 후배의 예의범절을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곱째 김선배께서는 YTN이 왜 투쟁적이 됐는지 배경을 모르시겠다는 말로 글을 마치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우리가 좌편향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아닐 듯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인식입니다. 우리는 좌편향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이 회사는 좌편향 우편향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하루 24시간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대로 신속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YTN의 임무이고 우리는 그 임무를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처음에 발생한 뉴스가 좌편에 유리한 지 우편에 유리한 지 우리는 판단할 시간도 없고 그런 능력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좌편향이 될 수도 없고 우편향이 될 수도 없는 그런 무색무취한 언론사입니다.

그리고 사정과 배경을 모르시면 좀더 취재하셔서 앞뒤 사정을 확인한 연후에 글을 쓰시면 좋겠습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모르시면서 일방적으로 YTN 노조를 폄훼하는 글을 올리시면 우리 노조원들의 가슴에 상처가 패이고 글을 읽은 독자분들에 오해를 심어주고 사태 해결은 요원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생하는 오류와 노조가 겪어야 하는 추가적인 고통은 어떻게 보상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처음에 구본홍씨를 모른다고 하셨고 구본홍씨를 변호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본홍을 변호하는 셈이 됐습니다. 우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해도 너무 하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올리고 고통스런 반박의 글을 접도록 하겠습니다.

YTN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던지셨습니다만, 우리는 공정방송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투쟁 집회를 가질 때마다 우리는 좌편향도 아니고 우편향도 아니고 공정방송을 할 것이며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 우리가 외치는 소리는 의미없는 소음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김 선배께서 직접 들으실 기회가 없었는지 모르지만 7,847명의 전-현직 언론인이 구본홍씨의 YTN 사장 진입에 반대하고 YTN기자들의 해고와 징계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서명하셨습니다. 그것도 의미없는 소음이라고 하시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상식과 원칙 그리고 법과 질서과 균형을 이뤄서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건전한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 필요가 있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물리적 폭력을 장악했다고 해서 법과 질서를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삼고 선량한 언론인들의 목을 자르는 막가파식 행태는 21세기에는 재연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침략자 이등박문을 격살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분자로 모는 일제 시대도 아니고 군부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보도했다고 언론인의 얼굴에 초산을 뿌려대는 군부 독재 시대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지난 십수년간 하루 24시간 노력해온 건전한 언론사를 자신들의 잘못된 조치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애버리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는 부조리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비극입니다.

우리는 이번 투쟁을 재미삼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투쟁에 나선 우리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고당한 자들은 해고당한 대로 해고를 당하지 않은 자들은 해고를 당하지 않은 대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삶을 견뎌가고 있습니다. 선배에게 욕설을 퍼붓는 후배들도 그 밑에 후배가 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자정이 넘도록 피를 토하듯 절규하면서 세상을 원망하고 선배들을 원망한 뒤에야 잠이 오는 하루하루가 무섭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기자연맹이 영웅적이라고 치켜세운 우리의 투쟁의 뒤안길에 놓여진 현실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번 우리의 투쟁이 건전한 양심의 목소리가 승리한다는 상식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의 번영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벽돌 한 장이라도 더 쌓는 길이 YTN이 언론사로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소박한 생각뿐입니다.

김 선배께서 저희들과 생각이 다르시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올리신 칼럼이 저희들의 깊이 패인 상처에 또다시 소금을 뿌리는 것이고 그것이 오해와 편견, 그리고 오도된 정보에 의한 것임을 양지하신다면 저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한 순간이라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래 주신다면 김 선배를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절규와 투쟁을 통해 좀더 공정한 언론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올라가고 그래서 김 선배도 언론인으로서 좀더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는 날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김 선배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과 절규와 좌절에 대해 말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눈물을 꾹꾹 삼키면서 반갑게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좋은 후배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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