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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에 취한 아르헨티나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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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에 취한 아르헨티나 지식인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340>남미에서 동양화 붐 주도하는 이해룡 화백

일본과 중국 문화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 문화가 아르헨티나에서 서서히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한류바람이 뒤늦게 일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아르헨티나인들은 동양 문화 하면 일본과 중국을 우선 떠올렸다. 두 나라가 정부 주도로 대규모 문화행사를 통해 자국 문화 알리기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문화는 만화와 영화 등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반면 중국 문화는 화려했던 과거의 역사와 문화 알리기에 주력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한국 문화의 전파는 현지 거주 동포들과 한국에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예술인들에 의해 다방면으로 생동감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과 중국이 정부 주도였다면 한국은 예술인들 스스로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 현지 예술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현지에 정착한 한 동포(김윤신 전 상명대 교수)에 의해 한국조형예술박물관이 설립되어 현지 미술계의 관심은 물론 부통령 부부까지 참관해 정치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판화예술가 역시 한인동포출신(조용화 작가)이라는 사실은 현지 미술계에서 한국 예술의 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의 수묵화 역시 현지학계를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대학(UBA)에서 시범적으로 개강한 동양화 강좌에는 수강생들이 물려 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심원 이해룡 화백 ⓒ김영길

아르헨티나에서 동양화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심원 이해룡(62) 화백이다. 이 화백은 지난 1997년과 1999년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수묵화 개인전을 열어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렸고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시 찾아 수묵화의 현지화 정착을 모색 중에 있다.

이 화백의 수강생들은 "복잡한 스케치와 채색과정을 거치는 서양화와는 다르게 수묵화는 단순하면서도 한국인들의 혼이 담긴 것 같은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붓놀림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복잡한 과정의 작품 활동보다는 단순하면서도 단숨에 결과를 볼 수 있는 수묵화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사군자 기초과정만 마치면 자신이 의도한 작품을 비교적 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성취감 때문이다.

이 화백의 수묵화 강좌에 푹 빠져있는 현지인 수강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학교수에서부터 예술대학 학장, 일반 주부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지식인들이며 예술인들이다.

이들 중 라 쁠라따라는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매일 5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왕복해야 하는데도 이 화백의 수묵화 특강에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로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주부는 "한국의 수묵화가 너무너무 신기해서 한번 붓을 잡으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를 정도"라며 "열심히 배워서 교육도시인 라 쁠라따 대학에서 동양화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 화백은 상당수의 현지인 지도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화백은 현지인들에게 수묵화 전파를 위해 몇 년 동안 무료강좌를 고집했다. 아르헨 현지에서 수묵화를 널리 전파해 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따라서 이들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수묵화를 배우다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묵향의 매력에 빠져들어 지도자가 된 경우다.

이 화백의 제자들은 아르헨티나 각지의 화랑이나 대학가에서 유료 동양화 강좌를 개설하고 성업 중이다. 이에 따라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타운에서 화실 겸 동양화 재료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 화백의 동생은 붓, 먹, 벼루, 화선지 등의 판매가 수직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의 단체주문이 밀리다 보니 일부 품목은 재고가 바닥이 난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10여 년 전부터 뿌린 씨가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 화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09년 4월 자신의 작품은 물론 현지에서 지도자가 된 제자들의 작품 전체를 한곳에 모으는 대형 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학계에 본격적으로 수묵화 붐을 일으켜보겠다는 각오다.

이 화백은 "현지인들의 수묵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피부로 느끼면서 중남미 전체 국가들을 순회하는 수묵화 전시회와 강좌를 개설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하지만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독지가나 후원자의 도움이 절실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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