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염에 휩싸인 뭄바이 타지 호텔 ⓒ로이터=뉴시스 |
인도의 금융.상업 허브인 뭄바이에서 26일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넘었지만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타지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에는 아직도 인질들이 억류돼 있으며, 다른 호텔에서도 방화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사태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호텔과 공항, 병원, 철도역, 지하철 역사, 영화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10여개 장소가 테러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테러범들이 미국과 영국 여권 소지자를 색출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주목하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영국 언론들은 그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고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노렸다고 분석하는 등 장소가 인도였을 뿐 국제적인 의미를 지닌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이번 공격에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배후와 배경에 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인도 경찰이 테러로 부상당한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알카에다 연루설
알카에다 배후설을 강하게 제기한 쪽은 서방 정보기관들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틈타 알카에다가 대대적인 테러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는 게 서방 정보기관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정보기관들은 최근 테러용의자들의 교신(chatter)을 분석한 결과 오사마 빈 라덴이 버락 오바마가 미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신문 1면에 나올" 테러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특히 뭄바이 테러가 알카에다의 전술 변화를 반영한다며, 보안이 철저한 서방 국가를 공격하는 대신 취약하면서도 효과적인 목표물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안보 소식통들은 서구인들을 인질로 잡고 미국과 영국인들을 선별하는 것을 주목, "전형적인 알카에다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BBC>도 외국인 공격에 관심을 보이며 알카에다와 교감하거나 협력하는 집단의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테러 전문가인 왈리드 파레스 박사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단체 '라쉬카르-에-토이바(Lashkar-e-Toiba)'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인도에 대한 경고이자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뒤흔들기 위한 시도라고도 말했다.
■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배후설
그러나 '데칸 무자헤딘(Deccan Mujahideen)'이라는 신흥 이슬람 무장단체가 테러 배후를 자처하고 나섬에 따라 알카에다와의 특별한 연계가 없는 인도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독자적인 공격이란 분석도 있다.
인도 중남부의 광활한 고원지대를 일컫는 '데칸'이라는 지명에 이슬람 전사를 의미하는 '무자헤딘'을 결합한 이 단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거나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외국인들을 인질로 삼아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홍콩에 본부를 둔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 로버트 볼드푸트 부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의 특성으로 볼 때 인도 내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중 신생 집단이나 그 분파들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이 치밀하고 잘 짜여 있으면서 군대식 작전을 보여줬다"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는 자살폭탄 테러와는 매우 다르고, 외국인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공격의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BBC>는 데칸 무자헤딘이란 이름은 없는 이름을 지어낸 것이거나 공격과 무관한 다른 단체의 이름을 사칭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앰뷸런스 출동 ⓒ로이터=뉴시스 |
인도 경찰 당국은 라쉬카르-에-토이바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며 이는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개입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BBC>는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직접 연계됐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며칠 전만 해도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인도를 미사일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두 나라가 반테러 협정에 서명한 뒤 관련 정보를 공유키로 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 개선에 불만을 품은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선거 관련…'이슬람 대 서방' 전선 확대 시도
배후에 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공격은 몇 달 후 있을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에서도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판세에 영향을 주려는 이슬람 세력이 공격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인도 전문가인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한국에서의 북풍(北風)처럼 인도에서는 선거가 있으면 언제나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이 생긴다"라며 "힌두교도들이 무슬림들을 핍박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무슬림들은 그에 대항해 선거 전후 테러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교수는 이어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선거 관련 설명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라면서 보다 큰 틀에서 해석을 시도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인도 내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없었기 때문에 힌두 다중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도 내 테러로 국한시키지 않고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통해 이슬람 전체를 통합한 뒤 '무슬림 대 미국'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직접 사주를 했든 안 했든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원인"이라며 "단순한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아니라, 파키스탄이 현재 이슬람 테러의 중심이 됐기 때문에 '이슬람 대 서방'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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