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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하)와 憂(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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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하)와 憂(우)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95>

夏(하)의 윗부분은 頁(혈)에서 아래 일부가 떨어져나간 형태지만 소전체만 봐도 그것이 온전히 살아 있다(<그림 1>). 나머지는 두 손인 臼(구/국)와 발인 止(지)의 변형이라는 夊(쇠)다.

얼굴이 크게 그려진(그것을 분장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사장이 춤을 추는 모습이라고 한다. 손과 발이 더해진 것은 그런 손과 발의 율동을 나타낸 것이라는 얘기다. 회의라는 얘긴지 상형이라는 얘긴지 헛갈린다. 어떻든 하늘에 지내는 제사는 성대하기 때문에 '크다'의 뜻이, 그리고 이런 제사가 비를 비는 것이었기 때문에 비가 필요한 '여름'의 뜻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頁이 首(수)의 발음을 이은 것임은 지난번에 살펴본 바 있다. 首 계통 글자들의 발음이 見=頁처럼 받침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首·道(도)·皃(모)처럼 받침이 떨어져나간 경우도 있었다.

夏는 받침이 떨어져나간 首와 가까운 발음이다. 초성 ㅎ/ㅅ이 매우 가까운 발음임은 누차 얘기한 바 있다. 夏는 윗부분 頁=首가 발음인 형성자로 보인다. 다만 아래 夊를 의미와 연결시키기가 어렵다. '여름' 같은 추상적인 의미와 나라이름으로 주로 쓰였기 때문에 본뜻을 찾을 수 없어서다.

그런데 夏의 옛 모습 가운데 <그림 2> 같이 日(일)이 더 들어간 모습이 많은 것을 보면 조금 실마리가 잡힐 듯도 하다. '여름'이라는 의미는 '해'와 뗄 수 없는 것이니 <그림 2>는 頁 같은 글자에 日을 더해 '여름' 또는 그와 관련된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일 수 있다. <그림 1>의 두 손이라는 臼는 日이 양쪽으로 나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夏는 '여름 하'에서 日이 빠진 형태일 수 있다. 夊는 日의 변형이거나 頁의 아랫부분이 복잡해진 것일 수 있다.

요컨대 夏는 위가 頁=首의 변형, 아래가 日의 변형인 형성자거나, 아니면 전체가 頁의 복잡한 모습으로 '여름'의 가차자고 본래의 '여름'을 나타내는 글자는 여기에 日을 더한 글자가 되는 것이다.

한편 <그림 1> 같은 夏의 옛 모습을 보면 이 글자는 夔(기)라는 글자와 같은 글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夔는 어떤 외발짐승을 나타내는 글자인데, 夏의 옛 모습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람 이름에서나 볼 수 있는 顥(호)는 景(경)과 頁을 합친 구조고 역시 頁이 발음기호로 보인다. '밝다'의 뜻이니 '볕'인 景이 의미 요소로 손색이 없다. 다만 夏의 옛 모습인 <그림 2>로 보면 景 부분은 日과 오른쪽 頁의 아랫부분이 결합돼 景이라는 그럴싸한 글자로 변한 것일 수 있다. 역시 夏의 옛 모습인 <그림 3>을 보면 그런 변화 과정이 보이는 듯도 하다.

憂(우)는 '근심하다'의 뜻이니 중간의 心(심)이 의미 요소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떼내고 보면 '頁+夊' 형태가 남는다. 지금 모습보다는 <그림 4>의 소전체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그런데 그 이전의 금문을 보면 매우 단순하다(<그림 5>). 이 '그림'을 기준으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 고뇌에 찬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상형이라는 것이다.

<그림 6>에서는 또 다른 설명이 나온다. 즉 憂에서 夊 부분을 뺀 것이 본래 글자고 夊는 고민하느라 서성거리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추가됐다는 것이다. 頁·心·夊가 모두 의미 요소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림 5>와 <그림 6>을 비교해 보면 같은 글자를 가지고 저마다 다른 이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5>의 왼쪽은 손의 모습이 아니라 <그림 6>의 아래에 들어 있는 心의 변형이다. 위치만 옮겨진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頁이다. 그러니까 이 글자꼴들은 '心+頁' 형태의 합성자다.

<그림 7>을 보면 心 부분은 止 비슷한 모양이다. 따라서 憂의 아래 夊 역시 心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고, 지금 憂의 모습은 心이 두 가지 모습으로 겹치기 출연한 글자일 가능성이 있다. 즉 憂는 본래 '心+頁'고 夊는 잘못 들어간 요소가 된다.

이 '心+頁'은 다시 지난 회에 나온 煩(번)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火(화) 부분은 <그림 5>의 손 모습이나 <그림 6>의 心 부분이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憂의 '근심하다'와 煩의 '괴로워하다'가 같은 의미임이 부각된다. 憂의 본래자가 煩과 같은 글자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心이나 火가 모두 의미 요소로 가능해 心이 火로 변했는지 火가 心으로 변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心이 좀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다시 夏로 돌아간다. 夏의 지금 모습은 日이 빠진 '頁+夊'다. 憂에서 夊가 心의 변형이라면 <그림 1, 2> 같은 夏의 옛 모습은 憂의 본래자(또는 煩)에 日을 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夏의 지금 모습이 憂에서 心이 중복되지 않은 옛 모습이자 煩의 이체자가 되는 것이다. '여름'은 憂=煩을 가차해 쓰다가 거기에 日을 더해 형성자를 만들었는데, 지금 글자꼴은 의미 요소가 붙지 않은 그 이전의 가차자 전통이 내려온 것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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