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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비판한 美 언론정책 따라하기, 바보나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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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비판한 美 언론정책 따라하기, 바보나 하는 짓"

최진봉 교수, MB 미디어 정책 맹비판…"오바마와 닮았다고?"

"한마디로 말하면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따르려 하고 있다. 크게 잘못 됐다. 규제를 풀어 언론 대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미국의 언론정책을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2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창립 20주년 초청 특별강연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정책과 미국의 언론환경'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대기업 소유집중이나 신문.방송 겸영은 미국내에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면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의 언론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보고 놀랐다"면서 "현재 미국의 미디어정책은 한국이 모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방송의 공익성 차원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제도적 차원에서 더 나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미국의 언론집중 줄곧 비판해와"

줄곧 미국의 언론시장 구조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비판해온 버락 오바마의 집권으로 미국 언론시장 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은 '시대착오'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의 전체 언론시장을 6~7개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는 언론정책을 주장해왔다"며 향후 미국 미디어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프레시안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2006년 7월 20일과 2007년 10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케빈 마틴 FC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흑인들과 히스패틱 이민자 등이 운영중인 신문, 방송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5월에는 FCC가 추진한 대도시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가 미 상원의 반대로 무효화되자 상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자는 FCC에 대해 각종 언론 관련 규제를 풀어줘 대기업 언론사들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도와줌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 방송사의 활성화 등 언론의 공영성을 저해해왔다고 비판해왔다"며 "FCC가 로비스트들과 거대 언론사들의 의견만을 청취해 대형 언론사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했다는 비판"이라고 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대통령 간의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인터넷에 대한 생각. 최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는 인터넷은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라고 평가했다"며 "인터넷은 특정 집단이나 네트워크 소유자로부터 통제나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와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막강한 자급력을 가진 로비 활동이 정치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가 과연 그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민주당 정책도 언론의 소유 집중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을 통과시킨 것도 클린턴 정부 때였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 정치적 이유로 인해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재벌과 한국 기업이 경쟁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최진봉 교수는 "미국의 언론산업의 집중화는 상상을 뒤어넘는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즈니, 타임워너, 바이어컴, 뉴스코퍼레이션, GE, 소니 등의 6개 회사를 대표적인 언론재벌로 들어 "이들은 미국의 경제위기에도 거의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소수 거대 재벌이 전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계기는 1996년 통과된 텔레커뮤니케이션 법. 이 법은 언론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히 언론사의 소유 제한을 풀어줌으로써 언론재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에 이어 2003년 6월 FCC는 △한 회사가 한 지역에서 소유할 수 있는 언론사 규모를 전체의 45%로 확대하고 △한 지역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 소유 법안을 통과시켜 언론의 집중화를 심화시켰다. 그러나 2007년 12월 FCC가 통과시킨 한 회사가 신문사와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은 미 의회에서 부결, 입법이 저지됐다.

▲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가지고 있는 일부 회사의 로고들. 뉴스 코퍼레이션은 영화산업, TV, 케이블, 위성방송, 매거진, 신문, 출판, 온라인 사업 등 거의 모든 미디어 영역에 걸쳐져 있다.ⓒ최진봉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언론을 대기업에게 주고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들겠다는 주장인데 설령 삼성이 만든다 해도 지금의 세계 언론시장에서 미국의 언론사를 상대로 한국의 언론사가 경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제작기술이나 프로그램의 질 등은 제쳐두고 경제 규모 면에서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이나 프로그램의 질을 두고 싸워야지 몸집을 불려서 규모로 싸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미국의 언론사 대기업은 대부분 영화사 뿐 아니라 케이블, 위성방송, 엔터테인먼트, 심지어는 놀이동산까지 장악하고 있어 그 규모가 쉽게 집작이 안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언론사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우 대기업이 언론사를 더 많이 소유하면서 결과적으로 인력이 계속 줄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대기업 언론사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에 내려보내는 상황에서 지역의 자체 프로그램 만드는 인력이 필요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언론의 대기업화? 통제를 위한 것일 뿐"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의 집중화', '대기업화'를 꾀하는 것은 '언론 통제'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언론을 재벌 소유로 하겠다는 것은 곧 공영성을 말살하겠다는 정책"이라며 "개인이나 소수 의견이 반영되는 길을 차단하고 정치권력과의 결탁을 유도해 통제를 더 쉽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미디어 역시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교수는 "미국의 언론은 정치로부터는 독립했을지 모르나 자본에는 철저히 예속되어 있다"며 "흔히 미국은 선진국이라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미국의 언론사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그는 "'박스뉴스'는 공화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해온 매체인데 이 회사에서 퇴사한 언론인들이 만든 '아웃 박스'에서 나오는 증언을 보면 미국의 언론 자유는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보도지침'이 매일 내려오는 것은 물론 기자가 보기에 뉴스 가치가 없는 것까지 '레이건 보도니까 가라'는 식의 지시가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언론이 기업에 장악되면 이런 상황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결국 언론을 기업 소유로 하겠다는 것은 공영성을 말살하고 언론을 더 쉽게 통제하겠다는 주장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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