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免(면)/兎(토)/皃(모)/竟(경)/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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免(면)/兎(토)/皃(모)/竟(경)/章(장)

[이재황의 한자 이야기]〈93〉

상형설을 듣다 보면 참 별의별 걸 다 상형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자가 아이를 낳는 모습까지 상형했다는데, 어쨌든 그렇게 만든 글자가 免(면)이라고 한다. <그림 1> 같은 모습을 그렇게 해석한 것인데, 아닌 게 아니라 윗부분은 어머니의 두 다리를 나타낸 것이고 그 아래 아이(人)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라고 우길 만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간단한 '추상화'를 그려 놓고 '아이를 낳다'를 뜻하는 글자라고 하면 전달력이 있을까? '해산하다'의 뜻인 娩(만)에 낚여 억지로 짜낸 얘기다. 전에 잠시 언급한 冥(명)자도 똑같은 장면의 상형이라는 얘기가 있으니 어느 게 진짜냐 소송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둘 다 지나친 억설이다.

免에 대해서는 또 투구를 머리에 쓴 모습이라는 식의 설명도 있으나, 이건 또 克(극)자의 어떤 설명과 똑같아 역시 소송 감이다. 克은 전에 可(가)의 변형으로 보았는데, 그렇다면 이 소송 역시 '양자 패소'다.

<그림 1>을 보면 지난 회에 봤던 面(면)의 옛 모습에서 중간의 目(목) 부분만 빠진 모습이다. 그런데 <그림 2> 같은, 지금 글자꼴과 거의 비슷한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림 1>은 어떤 전승 과정에서 상당히 간략해진 형태고, 지금 글자꼴의 뿌리인 <그림 2>로만 가도 面의 옛 모습과 비슷한 것이다. 발음이 '면'으로 똑같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免=面이다.

그런데 <그림 2>는 '토끼'인 兎(토)자와도 비슷하다. 兎는 免로도 쓰는데, 토끼를 그렸다는 상형설이 있지만 믿기 어렵다. 免=面이 首(수)로 거슬러 올라가고 道(도)가 首의 발음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보면 '토' 발음은 이 계통 글자들의 발음 계통 가운데 首-道와 가까운 쪽으로 변한 것이지, 免의 '면'과 완전히 별개의 것은 아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逸(일)이나 寃(원) 등 兎자가 들어 있는 글자들도 발음이 멀어 兎 발음과, 심지어는 兎자 자체와 관계 없는 것으로들 설명하고 있으나, 逸·寃은 免과 같은 글자였을 頁(혈)이나 免 자체와 글자의 발음과 비슷해 '한식구'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貌(모)의 발음 부분이자 그 본래 모습이라는 皃(모)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白 부분이 얼굴의 모습을 강조해 그린 것이고 儿이 몸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상형은 人(인)이나 身(신) 같은 글자와 비슷한 것을 그려 놓고 의미만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여서 글자 만들기로는 '빵점'짜리다.

<그림 3>과 같은 貌의 옛 글자꼴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듯이 貌의 오른쪽 皃는 頁과 같은 글자다. 頁과는 발음이 달라 보이니 연관성을 꿈에도 생각지 않았겠지만, 이 계통 발음이 변해온 맥락을 잡아보면 皃=頁이다.

頁이 首와 연관이 있고 首는 眉(미)와 같은 글자였으리라는 것은 지난 회에 다룬 바 있다. 皃의 발음은 眉와 비슷하고, 더욱이 그 眉의 윗부분은 毛(모)였으니 皃의 발음은 한 바퀴(크지는 않은) 돌아 바로 발음의 원뿌리에 연결되는 것이다.

鏡(경)의 발음기호 부분인 竟(경)은 <설문해자>에서 보이는 대로 音(음)과 人으로 잘라 놓았다. 그러고는 의미가 '樂曲(악곡)이 끝났다'다. 竟이 '끝나다'의 의미기 때문이다. 어떻든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音 부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의미로 연결된 '끝나다'는 나올 데가 없다.

요즘에는 辛(신)자를 문신 새기는 도구로 보는 것이 정설인지라, 윗부분 立(립)을 辛의 간략형으로 보고 설명을 만들어내는 게 대세다. 죄인의 머리에 문신(辛) 새기는 일이 '끝났다'는 식이다.

그러나 윗부분 立이 꼭 辛의 변형이라고 볼 수는 없고, 전에 보았듯이 辛이 문신 도구도 아니다. 頁의 윗부분이 首이고 首의 윗부분은 毛라고 봤을 때 竟의 윗부분을 毛로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毛의 한 글자꼴인 <그림 4>를 보라. 그렇다면 竟=頁인데, <그림 5> 같은 글자가 頁이 아니라 竟의 옛 모습으로 나와 있으니 竟=頁임은 분명하다.

章(장) 또한 '音+十'으로 보거나 요즘 유행대로 '문신 도구'인 辛에 주목하는 설명들이 많다. 후자의 경우 문신 도구 밑에 먹물통이 달려 있는 모양이라는 '신발명품' 소개 같은 설명까지 있다.

그러나 위아래가 바뀌는 것은 물론 글자 모양 자체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竟과 章의 차이, 결국 아래 儿과 十의 차이는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章에는 '나타나다'의 뜻이 있고 그것이 본래의 의미와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데, 竟=頁=見(견)이니 見이 '나타날 현'인 것과 바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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